*긱님께 영업당한 쟈콜쟈... 덕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저를 책임지시기 바랍니다^*^

크오 주의

수위 없음

에이전트오브쉴드, 판타스틱4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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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쟈니 스톰은 알지 못했다. 한바탕 치기어린 불꽃을 피워 시가지를 달구던 중이었는지, 혹은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그 열기를 뚫고 나타난, 성실함으로 점철된 검은 수트를 입은 그를 처음 보았을 때였는지, 아무튼지간에 자신의 마음에 불씨가 튄 그 순간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불은 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속에 불을 붙인 남자의 이름은 필립 J. 콜슨이었다. 그마저도 가르쳐줄 이유가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던 것을 며칠이고 졸라 알아낸 것이었다. 에이전트 콜슨에서 미스터 콜슨으로, 미스터 콜슨에서 콜슨으로, 콜슨에서 필로 상대방을 규정짓는 어휘가 바뀌기까지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콜슨은 여전히 그를 휴먼 토치라 불렀다)


그에 대한 마음은, 비유하자면 프로메테우스가 훔쳐낸 신의 불 같았다. 일반적인 불과 다르다는 점에서 그랬다. 쟈니는 그것을 그 이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저 어릴 때 누나가 들려주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불이 이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홀로 생각할 따름이었다. 자신의 몸에서 뿜어내는 불이 평범한 불이라면,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이 불은 불의 태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겁고 강렬했다. 물리적인 뜨거움을 느끼지 않는 쟈니에게 그것은 일종의 고통이었다. 


"아저씨. 나 안 보고 싶었어?"


오랜만에 쉴드 본부에 온 콜슨을 향해 쟈니가 손을 뻗었다. 수트 재킷을 벗는 것을 도와주려 했지만, 콜슨은 여느 때처럼 그의 손을 거절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쟈니는 입을 비죽이며 콜슨의 옆을 맴돌았다. 콜슨은 최근 '버스'에서 개인 팀을 이끌고 있었기에 본부에 오는 상황이 많지 않았다. 일명 어벤져스 사건 이후로 그는 명예의 전당 (즉, 순직자 명단)에 올라 있었고, 레벨 7 이상의 에이전트들만 그가 부활해서 비밀스런 일들을 처리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레벨 6이었던 에이전트 콜슨이 개인 팀을 갖고 통솔권을 소유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어벤져스 사건의 몫이 컸는데, 희생된 자신의 삶과 한정판 캡틴 트레이딩 카드를 대신해 디렉터 퓨리가 그에게 준 것이라고, 알음알음 소문이 떠돌았다. 사건의 경위가 어떠하건 간에 쟈니는 그 '버스'가 콜슨을 자신에게서 빼앗아간 기분이 들어 그닥 즐겁지 않았다.


"아저씨. 아저씨."

"왜 부릅니까. 휴먼 토치."


넥타이를 풀어낸 콜슨은 여전히 쟈니를 돌아보지 않았다. 쟈니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한 것 없는 그 태도에 안정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끼며 책상에 걸터앉았다. 콜슨은 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니, 지금쯤은 알 터다. 그는 자신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더 가깝게 두었으나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 덕분에 쟈니는 늘상 벽 안에서 넘실거리는 불길을 참고 또 참아왔다. 


한 번은 그 불을 고스란히 쏟아내었다가 (문자 그대로) 콜슨에게 단단히 애 취급을 받고 말았다. 결국 철이 덜 들었다는 이유로 콜슨의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특권은 얻어냈지만, 동시에 콜슨에게 제 감정을 표출할 기회는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래서 쟈니는 부러 콜슨에게 아이처럼 굴곤 했다. 그가 자신을 더 챙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어른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보아주고 싶은 마음도 때론 가닥없는 불꽃처럼 솟아올라서, 쟈니는 그 양가적인 감정을 도통 정돈시킬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담배 피웠으면 좋겠다."


그제야 콜슨이 쟈니를 돌아보았다. 눈을 크게 뜬,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자신에게 주목하는 그 얼굴을 보고 쟈니는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성공했다, 먹혔다, 라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군요."

"담배에 불 붙여주고 싶어서." 


쟈니가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들어 불꽃을 피웠다. 그리고는 라이터처럼 손가락을 까딱여 담배에 불을 붙이는 시늉을 했다. 콜슨은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을 띄우며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제 심장뿐 아니라 폐도 망가뜨리고 싶은 모양이군요." 


담담한 콜슨의 말에 쟈니는 화들짝 놀라 불을 꺼트렸다. 


"그런 거 아냐!"

"휴먼 토치."


딱딱한 훈계조의 말투가 들리면 쟈니는 꼼짝 못하고 꼬리를 말곤 했다. 쟈니가 주눅든 표정을 짓자, 콜슨은 무언가 말을 더 하려는 듯 쟈니를 바라보다가 결국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잔소리를 꼭 하고 지나가던 타이밍에 여느 때와 같은 그것이 없자 외려 쟈니가 더 몸이 달아 콜슨을 붙들었다. 


"잘못했어. 나는 그저, 그냥, 내가 아저씨한테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나 싶어서......."

"그냥 여기 있어주면 됩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그걸로 될 리가.... 그걸로 될 리가 없잖아! 나는 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난 아저씨한테...!"


철없는 아이로 남고 싶지 않아. 쟈니가 꿀꺽 말을 삼켰다. 목구멍을 할퀴고 내려가는 말은 불을 삼킨듯 뜨거웠고, 잿물마냥 살을 녹였다.


"휴먼 토치. 당신은 당신의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제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해야할 일을 하면 됩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일입니다."


콜슨이 뱉는 문장 하나 하나가 화인처럼 마음 속에 새겨졌다. 결국-, 결국은, 말하지 못할 테지. 쟈니는 울컥 솟아오르는 심정을 또다시 참았다. 이런 콜슨마저 좋아했기에, 이런 그에게 내쳐지고 싶지 않았기에, 여느 때처럼 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콜슨은 손을 뻗어 쟈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이 너무도 다정하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쟈니는 그의 손을 잡아 천천히 자신의 볼로 가져갔다. 따뜻하고 거친 그의 손으로 얼굴을 부볐다. 이번에는 콜슨도 뿌리치지 않았다. 


쟈니가 눈을 감았고, 콜슨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 또한 쟈니와 같이 마지막 문장을 삼킨 터였다. 차마 그에게는 하지 못할 말을. 잔인한 말을.


'나를 좋아한다면 그 말을 제게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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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욕실

*Request from Ajin




 "Hey, Clint."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듯 인사를 건넸다. 서류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바튼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안경을 쓴 채였다. 나타샤의 얼굴을 확인한 후 그는 안도하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좋은 아침. 무슨 일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안경을 집어넣은 바튼이었다. 나타샤는 그런 바튼을 보고 작게 웃었다.


 "일이 있어야만 인사를 하는 사이였어, 우리가?"

 "뭐,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사실 일이 있어서 온 건 맞아."

 "……."


 길지 않은 정적, 하지만 결국은 마주보고 웃어버리는 둘이었다. 


 "여전하군."

 "늘 그렇지. 자, 오랜만의 커플 미션이야."

 "뭐?"

 "투입 에이전트가 우리 둘뿐이던데. 프라하 때 생각나네."

 "냇.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우리 둘은 기억하는 버전이 다른 것 같아."

 "아무렴."


 나탸샤가 서류를 건네고 멀어져 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바튼은 다시 안경을 썼다.


 "미션 내용은, 요인 감시. 행동에 따라 처리 허가. 미션 로케이션, 하와이. 미션 투입 에이전트, 나타샤 로마노프, 클린트 바튼. 미션 타겟……."




* * *




 "휴가라도 받은 기분인걸."

 "타겟이 늦여름 휴가를 떠난 것에 감사해야겠지."


 한마디씩 소감을 내뱉은 바튼과 나타샤가 하얀색 밴에서 내렸다. 하와이안 꽃무늬 옷차림의 둘은 누가 보더라도 피서를 나온 여행객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Hey. 내가 들게."


 바튼이 나타샤를 멈춰 세웠다. 확실히 여자가 들기에는 많은 양의 짐이었다. 캐리어를 건네며 나타샤는 고개를 까딱였다.


 "들어주는 거야?"

 "콜슨한테 연락이 왔어. 짐 나를 동안 보고 좀 부탁해."

 "아무렴."


 바튼이 돌아서는 것을 확인하고 나타샤는 입술을 삐죽였다. 


 "나 기다렸어?"

 "잘 도착했나보군. 타겟 확보는?"

 "오늘 밤. 클린트가 장비 옮기고 있어."

 "그래. 그거 말인데……. 바튼이 어디로 갔어?"

 "장소를 왜 나한테 물어? 콜슨이 정해둔 거 아니었어?"

 "바튼이 요청을 했어."

 "요청? 무슨 요청?"


 콜슨의 대답을 들은 나타샤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어느샌가부터, 놀랄 때에도 얼굴 표정을 숨기게 된 나타샤였다. 


 "HIS NEST??"


 그의 말대로라면 임무 준비 장소는 원래 타겟이 묵는 그 호텔이어야 했다. 하지만 바튼이 무슨 생각에선지 근처에 자신의 집이 있다며 장소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집이라고?"

 "엄밀히 말해선 기지 같은 모양이던데. 알잖아, 바튼 성격."

 "아아. 임무를 위해서는 어디가 얼마나 더 효율적이고, 어쩌구저쩌구."

 "바로 그거지."


 콜슨은 몇 가지를 더 당부했고, 나타샤도 이어 보고를 끝마쳤다. 그녀는 마침 돌아온 바튼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얼마 안 가 도착한 곳은 빈집이었다. 가전제품이라거나 가구가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의 빈집이었다.


 "클린트."

 "왜?"

 "여기가 네 둥지야?"

 "무슨 소리야?"

 "집이라기엔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해서."


 바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그가 미간을 모은 채로 눈동자 가득 궁금증을 담고 있자 나타샤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이식 침대 정도는 있는데, 라는 바튼의 말을 무시하고 나타샤가 장비를 꺼냈다.


 "좋아! 임무 준비를 해볼까."


 작전 점검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기존에 하달된 내용도 있었기에 더 쉬웠다. 나타샤는 잠입, 바튼은 ‘멀리서 더 잘 보인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감시 및 저격 담당. 확실히 같은 호텔 방보다야 거리가 있는 이 집 창문이 감시하기엔 쉬울 터였다. 어느 방 창문이 가장 알맞은 각도일지 고민하던 바튼이 나타샤를 불렀다. 


 "왼쪽에 있는 방들 좀 체크해줘."

 "라져."


 작은 방 창문은 너무 높았다. 다른 방을 찾던 나타샤의 눈에 하얀 나무문이 들어왔다. 문을 밀자 소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욕실이잖아?"


 텅 비어있는 다른 방들과 다르게 욕실은 사람 냄새가 났다. 컵에 다소곳이 꽂혀있는 칫솔과 치약, 차분히 놓여있는 수건, 간편한 옷가지 등. 

 바튼은 욕실이 더 집 같네. 나타샤는 중얼거렸다.


 "확인했어?"

 "아직!"

 "이쪽 괜찮은 것 같은데. 와서 봐, 냇."

 "가고 있어!"


 찬장과 욕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나타샤는 이내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곳을 나왔다. 그녀가 나간 욕실에는 칫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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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elous Picnic! 

*Request from N




 작은 평범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토니, 피터 봤어?”

 “못봤는데.”

 “큰일이군.”


 스티브는 연신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자주 볼 수 없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 망할 아들 자식. 스티브를 걱정시키다니. 토니는 괜스레 심사가 꼬여 틱틱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거미줄이라도 뽑아내고 있나 보지.”

 “토니.”

 “자식이 늦게 들어오는 게 뭐 특별한 일이라도 돼? 한창 즐길 나이잖아. 여자친구도 있겠다.”

 “토니. 또 뭐가 불만이야?”

 “불만 없는데.”

 “팔짱 끼고 있잖아…….”


 평소보다 예리하잖아, 쓸데없이. 토니는 투덜거렸다. 그리고 두 손을 들었다. 


 “Good. 팔짱 풀었다. 불만 없어. 그러니까 왜 큰일이라는 건데?”

 “어젯밤에 피터가 말하기를…….”


 요 근처에 새로운 테마파크가 생겼다고 한다. 물론 자신은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으니 별로 새로운 놀이기구라거나 4D 체험관에 끌리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고 한다. 차로 30분도 안 걸릴 만큼 가까운 게 신기하다고 했단다. 생긴지 얼마 안 되어서 자유이용권도 아주 저렴하고 3인 이상 가족이면 할인도 해주고. 

 

 “그래서?”

 “그렇구나. 라고 했지.”

 “그랬더니?”

 “안녕히 주무세요. 라던데.”

 

 토니는 피터가 왜 이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끝이야? 스티브?”

 “아니, 그래서 걱정이 되던 참이었어. 혹시 어제 일 때문은 아닌가 하고.”

 “참 빨리도 걱정하는군. 스마트폰은 냉동실에 넣어놨나? 단축번호 지정도 해줬는데 왜 사용을 안 해.”


 특별히 자기와 커플폰으로 맞추어 줬더니만. 스티브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건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전자기기에 취약하다 해도, 자기가 특별 강습까지 해주지 않았던가. 손으로 조작하는 게 어렵다면 음성 인식 시스템으로 바꿔줘야 하나. 토니는 혀를 찼다. 스티브는 확실히 손이 많이 가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자기 자신은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 미국의 평화를 지킨다 하며 앞장서서 뛰어들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지는 않으니까. 

 모든 것의 우선에 자신을 두는 자기와는 달랐다. 

 그런 자신이 어쩌다가 옆에 저런 인간을 두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토니는 쩝 하고 단념했다.


 “그건……. 아직 다루기가 어려워. 차라리 옛날 전쟁 때 쓰던 무전기 방식의 전화기 없나?”

 “나무로 아이언맨 수트 만드는 소리하네. 사실 특별히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그냥 써. 더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 익숙해지라고. 내 마음 알지?”


 스티브는 입을 다물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터치를 몇 번 하더니, 천천히 귀에 가져다 댔다. 토니는 그런 스티브를 보며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Good boy, cute boy. 말도 잘 듣네!


 “어, 어. 피터?”

 “잘 하네.”

 “????????”


 스티브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피터가…….”

 “뭐?”

 “끊어버렸어.”

 “뭐라고??”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나? 아니면 정말 스티브와 말도 하기 싫어서 끊은건가? 토니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을 본 스티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 토니…….”

 “내가 해보지.”


 뚜르르 하는 신호음이 1초나 울렸을까. 피터가 바로 받았다. 통화중인 토니의 표정이 또다시 바뀌었다. 매우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스티브. 네가 끊었다잖아.”

 “내가 끊은 게 아닌데?”

 “그 사랑스러운 볼살로 스마트폰을 짓눌러서 질식시켰나 보지. 얼굴에서 좀 떼어내.”

 “어……. 알겠네…….”


 그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토니도 자신의 폰을 그 옆에 내려놓았다. 스티브는 스마트폰을 노려보았다. 볼만 대는 것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문명의 이기였다. 아무리 봐도 큰 시계인데.


 “그리고 요번 주말 비워놔.”

 “왜?”

 “피터랑 얘기해놨어. 아, 어차피 자네 스케쥴은 내가 꿰고 있었지. 잘못 말했네. 일정 만들지 마.”

 “무슨 일이길래?”

 “갈 거야.”

 “어디?”

 “놀이공원.”


 그러니까, 시작은 평범했다는 것이다.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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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nt Barton's Daily Mission Log


Mission Location : 'The 2nd nest'

Mission Contents : 'Surveillance and Protect'

Mission Target : 'Loki'




2012년 8월 14일.

 로키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그와 한쪽씩 수갑을 차게 되었다.



2012년 8월 15일

 밤을 틈타 둥지 중 하나에 그를 데리고 왔다. 실드 기지에 그를 수감하기엔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의 능력을 봉인당하고 지구에 왔다 해도 그의 지략은 에이전트 대부분이 익히 아는 바다. 

 사실 이렇게 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와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던 게 나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걱정이다. 그를 감당할 수나 있을지. 그러니까 그가 계략을 꾸미더라도 나 혼자 감당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가 그를 감시하는 게 이치에 맞다.



2012년 8월 16일

 로키와 한 공간에 있으려니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뒤척인 탓에 아침 느지막히 일어났다. 그것도 로키가 깨워서였다. 그러고는 내게 먹을 걸 내놓으라고 말했다. 

 우유를 던져 그에 답했다. 그가 잘 받아낸 것은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냉장고에는 말라비틀어진 식빵 몇 개와 통조림, 우유밖에 없었으므로, 콜슨에게 연락해 식료품을 요청했다. 

 그가 오기 전까진 콘푸로스트와 토스트로 연명해야 할 듯 하다.

 아침부터 그렇게 몇번이나 말씨름을 했는지 모르겠다. 키스하겠다느니, 씻겠다느니, 설레서 잠이 안오냐느니,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하루종일 말다툼을 해서 피곤하다.   



2012년 8월 17일 

 그와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서류를 뒤적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아침부터 또 말다툼을 했지만 그가 의외로 순순히 말을 듣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는 취소다.

 로키는 갑자기 노트북을 보고 있는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힘이 부족해서 도저히 떼어낼 수가 없다. 몸부림도 쳐보고 덥다고 불평도 했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말로 나를 침묵시켰다. 내용은 차마 기록할 수 없다. 

 콜슨과 나타샤에게 제발 어떤 임무든 좋으니 보내달라고 했다. 답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을 하는 척 계속 예전에 쓰던 보고서를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이젠 외울 지경이다. 임무장소 부다페스트, 투입에이전트 클린트 바튼과 나타샤 로마노프.

 사실은 알고있다. 나도 이미 경험상으로 알고있다. 빌런인 로키가 내 둥지에 있는 한 정보에 대한 보안 차원에서 내게는 연락도 임무도 더이상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Fuck off.



2012년 8월 18일

 다행히 콜슨이 일거리를 보내주었다. 별것 아니었지만 중대한 임무인 척 로키를 물리치고 계속 책상 앞에 있었다. 나타샤는 임무 대신 개인회선으로 위로의 말을 남겨주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로키가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게 불쌍해서 대답해주었다. 생각에 대한 대화에서 어느새 고양이 이야기로 빠졌다. 고양이라면 한 번 키워보고 싶지. 그런 기분으로 야옹 이라고 했다가 로키의 표정을 보고는 아차 했다. 그래서 다신 하지 않으려고 너나 하라고 했더니 정말 했다. 망할.

 그러더니 그가 갑자기 키…스를 해와서 정말로 당황했다. 밀어내면서 괜한 말을 해버렸다.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는 한 그를 공격할 수 없다든가, 하는, 빌어먹을. 너무 당황했던 게 틀림없다. 잠이나 자라고 바닥으로 떠밀어 버렸다.



2012년 8월 19일

 언제 내 통신기를 가져갔는지, 콜슨과 옥신각신하고 있길래 인상을 한껏 쓰며 그를 막았다. 

 콜슨. 그가 정말로 죽은 줄 알았었다. 더욱이 내가… 정상이 아니었을 때, 그 때였기에 더욱 죄책감이 들었었다. 나타샤 덕분에 인지구조를 바로잡긴 했지만, 만약에, 그 때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에이전트들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냈을까. 심지어 콜슨을 죽였던 게 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로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래도 콜슨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그에게 말을 걸었더니 아이 취급 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솔직하게 있으라느니. 정말 멋대로다. 그는 내게 많은 것들을 줄줄 말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내 자서전을 대신 써줄 수 있을 정도로 나에 대해 잘 안다. 하지만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로키. 네가 나의 적이라는 것밖에는, 아직.

 결국 침묵을 참지 못해 무료하다고 말을 꺼냈다가 로키와 또 말다툼을 했다. 배려라느니 핑계라느니.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뿐이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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