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욕실

*Request from Ajin




 "Hey, Clint."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듯 인사를 건넸다. 서류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바튼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안경을 쓴 채였다. 나타샤의 얼굴을 확인한 후 그는 안도하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좋은 아침. 무슨 일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안경을 집어넣은 바튼이었다. 나타샤는 그런 바튼을 보고 작게 웃었다.


 "일이 있어야만 인사를 하는 사이였어, 우리가?"

 "뭐,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사실 일이 있어서 온 건 맞아."

 "……."


 길지 않은 정적, 하지만 결국은 마주보고 웃어버리는 둘이었다. 


 "여전하군."

 "늘 그렇지. 자, 오랜만의 커플 미션이야."

 "뭐?"

 "투입 에이전트가 우리 둘뿐이던데. 프라하 때 생각나네."

 "냇.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우리 둘은 기억하는 버전이 다른 것 같아."

 "아무렴."


 나탸샤가 서류를 건네고 멀어져 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바튼은 다시 안경을 썼다.


 "미션 내용은, 요인 감시. 행동에 따라 처리 허가. 미션 로케이션, 하와이. 미션 투입 에이전트, 나타샤 로마노프, 클린트 바튼. 미션 타겟……."




* * *




 "휴가라도 받은 기분인걸."

 "타겟이 늦여름 휴가를 떠난 것에 감사해야겠지."


 한마디씩 소감을 내뱉은 바튼과 나타샤가 하얀색 밴에서 내렸다. 하와이안 꽃무늬 옷차림의 둘은 누가 보더라도 피서를 나온 여행객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Hey. 내가 들게."


 바튼이 나타샤를 멈춰 세웠다. 확실히 여자가 들기에는 많은 양의 짐이었다. 캐리어를 건네며 나타샤는 고개를 까딱였다.


 "들어주는 거야?"

 "콜슨한테 연락이 왔어. 짐 나를 동안 보고 좀 부탁해."

 "아무렴."


 바튼이 돌아서는 것을 확인하고 나타샤는 입술을 삐죽였다. 


 "나 기다렸어?"

 "잘 도착했나보군. 타겟 확보는?"

 "오늘 밤. 클린트가 장비 옮기고 있어."

 "그래. 그거 말인데……. 바튼이 어디로 갔어?"

 "장소를 왜 나한테 물어? 콜슨이 정해둔 거 아니었어?"

 "바튼이 요청을 했어."

 "요청? 무슨 요청?"


 콜슨의 대답을 들은 나타샤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어느샌가부터, 놀랄 때에도 얼굴 표정을 숨기게 된 나타샤였다. 


 "HIS NEST??"


 그의 말대로라면 임무 준비 장소는 원래 타겟이 묵는 그 호텔이어야 했다. 하지만 바튼이 무슨 생각에선지 근처에 자신의 집이 있다며 장소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집이라고?"

 "엄밀히 말해선 기지 같은 모양이던데. 알잖아, 바튼 성격."

 "아아. 임무를 위해서는 어디가 얼마나 더 효율적이고, 어쩌구저쩌구."

 "바로 그거지."


 콜슨은 몇 가지를 더 당부했고, 나타샤도 이어 보고를 끝마쳤다. 그녀는 마침 돌아온 바튼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얼마 안 가 도착한 곳은 빈집이었다. 가전제품이라거나 가구가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의 빈집이었다.


 "클린트."

 "왜?"

 "여기가 네 둥지야?"

 "무슨 소리야?"

 "집이라기엔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해서."


 바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그가 미간을 모은 채로 눈동자 가득 궁금증을 담고 있자 나타샤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이식 침대 정도는 있는데, 라는 바튼의 말을 무시하고 나타샤가 장비를 꺼냈다.


 "좋아! 임무 준비를 해볼까."


 작전 점검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기존에 하달된 내용도 있었기에 더 쉬웠다. 나타샤는 잠입, 바튼은 ‘멀리서 더 잘 보인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감시 및 저격 담당. 확실히 같은 호텔 방보다야 거리가 있는 이 집 창문이 감시하기엔 쉬울 터였다. 어느 방 창문이 가장 알맞은 각도일지 고민하던 바튼이 나타샤를 불렀다. 


 "왼쪽에 있는 방들 좀 체크해줘."

 "라져."


 작은 방 창문은 너무 높았다. 다른 방을 찾던 나타샤의 눈에 하얀 나무문이 들어왔다. 문을 밀자 소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욕실이잖아?"


 텅 비어있는 다른 방들과 다르게 욕실은 사람 냄새가 났다. 컵에 다소곳이 꽂혀있는 칫솔과 치약, 차분히 놓여있는 수건, 간편한 옷가지 등. 

 바튼은 욕실이 더 집 같네. 나타샤는 중얼거렸다.


 "확인했어?"

 "아직!"

 "이쪽 괜찮은 것 같은데. 와서 봐, 냇."

 "가고 있어!"


 찬장과 욕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나타샤는 이내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곳을 나왔다. 그녀가 나간 욕실에는 칫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 to be continue - 


Posted by 카레우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