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레너드 맥코이는 백방으로 커크와 스팍을 찾고 있었다. 군의관을 때려치고 나온 맥코이로서는 다시 스타플릿 소재의 건물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고, 스팍은 이를테면 군부의 권력자 중 하나였다. 그리고 철통같은 시스템의 보안을 뚫을 능력이 맥코이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해낼 사람을 알았다. 


구로니까 스팍 부함댱님- 아니 대령님께서 일하시눈 곳만 찾으묜 되죠? 구론 고죠? 
그렇다니까. 
저도 지굼은 아까데미 소속이라 들키묜 안 돼요. 구나저나 왜 구걸 찾으시눈 고에요? 
그게....... 


맥코이가 말을 골랐다.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나한테 단단히 삐졌는지 내 연락은 죽어도 안 받아. 그 몹쓸 빌어먹을 못되처먹은 냉혈동물 파충류가. 


다채로운 욕설을 듣고 체코프가 멋쩍게 웃었다. 


두 분께소 싸우시돈 게 어디 하루이뜰인가요. 구롬 다른 사람 통신기로 욘락해 붜시눈 건 오때요? 


맥코이가 잠잠해졌다. 체코프는 터치 키보드를 치다 말고 옆을 돌아보았다. 


독또르? 
넌 정말 천재야, 꼬마. 전화 좀 빌릴게. 


맥코이가 그의 통신기를 낚아챘다. 체코프는 당황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독또르!! 
내가 돌아올 때까지 찾아놔! 
구치만...! 독또르 맥꼬이! 


체코프는 닫힌 문을 쳐다보며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주시하고 한숨을 쉬었다. 느릿한 표정과 대비되게 키보드 위의 손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분 다 죵말 제멋대로라니까....... 



스팍은 파벨 체코프 교수로부터 연락이 온 것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그는 커크의 개인실에서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아무리 추론해봐도 그가 개인적으로, 그것도 먼저 자신에게 연락해올 일은 없었다. 업무적으로 스타플릿 아카데미에 자신을 초청한다거나 세미나 연락이 아닌 이상은.

 
아니, 그런 경우에도 그가 아닌 담당 교직원이 연락을 할 터다. 스팍은 체코프가 연락할 이유란 얼마 전 술루가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임스 커크에 대한 것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잠시 외출하겠습니다. 
다녀와. 


커크는 잡고있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맥코이의 집에 있던 것과 동일한 아날로그형 장서였다. 스타플릿 규약집이라거나 우주 외교 분쟁에 관한 판례집, 외계생물학 등 재미없는 책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커크는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완벽한 커크가 되기 위해 그것들을 탐독했다. 


그럼. 스팍은 짧게 목례하고 개인실을 나섰다. 그리고 커크가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곳까지 멀어진 후에야 연락을 받았다. 


스팍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체코프 교-. 
야 이 개자식아!! 


연락을 받자마자 터져나오는 노호성에 스팍은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 발달된 청각을 지닌 벌컨에게 큰 소리는 그 자체로 고문이었다. 스팍은 통신기를 자신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욕설이 쏟아져서, 스팍은 이 장소가 밀폐된 복도라는 데 매우 감사했다. (메디컬 센터의 꼭대기층에는 커크의 개인실 하나밖에 없었으며, 일정 계급 이하는 들어올 수 없는 등 엄중한 보안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게 커크를 데려가면 모를 줄 알았냐는 둥,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왔으니 고소하겠다는 둥, 당장 튀어나오지 않으면 쳐들어가겠다는 둥 다양한 협박과 으름장과 욕설이 이어졌다. 스팍이 즉시 연락을 끊지 않은 이유는 인내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런 맥코이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스팍은 묵묵히 기다리다가 맥코이의 목소리가 잦아들었을 때에야 통신기를 원위치에 두었다. 


용무가 끝났다면 통신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닥터 맥코이. 


아카데미 건물을 나와 교정에 서 있던 맥코이는 다시 분을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주변을 지나가던 생도들과 교관 몇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야!! 지금까지 얘기한 거 어디로 들었어?! 귀는 큰데 왜 사람 말을 못 알아먹어?? 


제 종족을 비하하는 발언과 제 인격을 모독하는 당신의 언급을 10분 동안 경청했습니다. 이것으로 당신이 연락한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이라 사료되는 바입니다. 또한 타인의 통신기로 연락하는 행위는 삼가주시면 고맙겠군요. 그럼 이만. 
스팍!! 젠장, 스팍!! 끊지 마, 빌어먹을, 끊지 말라고!! 제발!! 


맥코이는 숫제 땀을 흘리며 통신기를 붙들고 매달렸다. 워낙 소리를 지른 탓에 (그리고 스타플릿에 소속된 사람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을 거리낌없이 불러제낀 탓에) 맥코이는 사람이 뜸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잠시 동안 스팍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맥코이는 거의 절망했다. 그는 통신기를 부여잡고 애타게 요청했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스팍. 끊지 마. 
용무를 말씀하시죠. 


스팍의 딱딱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맥코이는 심호흡을 하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쨌거나 현재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스팍이 아닌가. 맥코이는 두 손으로 소중히 통신기를 쥐었다. 긴장감에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짐.... 너랑 있어? 


스팍은 뜸을 들였다. 맥코이에게는 천추보다 긴 5초였다. 


부정합니다. 


순간 맥코이는 통신기를 던져버리고 욕을 내뱉을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내가, 봤어. 감시 카메라로 네가 내 집에 들어왔던 걸 봤다고. 그리고 다음날 그가 사라졌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다섯 살짜리 꼬마라도 알아! 


결국 맥코이의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스팍은 평온하게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의' 제임스 T. 커크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긍정합니다. 당신의 집에 있던 자는 사라졌지만 제임스 커크라면 제 근처에 있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빌어먹을 헛소리야? 


맥코이가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쳤다. 스팍은 더없이 냉정하게 답했다. 


조만간 알게 될 겁니다. 
젠장, 내가 알아듣게 설명- 


뚝. 
더 이상의 대화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스팍은 그대로 연락을 종료했다. 


덕분에 맥코이는 학생 시절 이후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던 상스러운 말을 마음껏 쏟아냈고, 이번에야말로 있는 힘껏 통신기를 벽에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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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할 시간도 업서ㅠㅠ 학어ㅜㄴ 컴으로 몰래몰래올리는중



Posted by 카레우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