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하지. 


스팍은 리프트 버튼을 누르고 뒷짐을 진 채 섰다. 술루 또한 그와 비슷한 자세로 나란히 섰다. 그들은 리프트 문이 열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발을 들여놓았다. 술루는 재빨리 버튼 앞에 서서 운을 뗐다. 몇 층 가시죠? 스팍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곧 간결하게 답했다. 

31층. 

그 단어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자마자 스콧과 체코프가 다급하게 떠들었다. 

의사양반!! 31층이란다! 
31쯩! 독또르 맥꼬이! 31쯩요! 

맥코이는 그들을 향해 짜증을 냈다. 

나도 들었어! 

술루는 31층의 버튼을 누른 뒤 10층도 눌렀다. 여동생의 병실이 있는 곳이었다. 두 남자 사이에는 다시금 침묵이 가라앉았다. 자신의 역할을 마친 술루는 그저 맥코이가 잘 해주기를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한편 맥코이가 탄 승객용 리프트는 체코프가 해킹해두어 외부에서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았고, 덕분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맥코이는 안에서 31층 버튼을 찾다가 이내 하얗게 질렸다. 

여긴 31층으로 가는 버튼이 없는데? 
머요??

말 그대로였다. 승객용 리프트에는 30층까지 가는 버튼밖에 없었다. 즉, 31층은 직원용 리프트로만 갈 수 있는 지역이었다. 맥코이와 스콧이 번갈아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동안 사색이 된 체코프는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쑬루! 미슷또 쑬루! 오또케 하죠?? 
그 양반은 스팍이랑 있는데 물어봐서 뭐한담! 일단! 일단 내리슈! 우린 최대한 시간끌어 봐야제! 

맥코이는 다시 지하 1층에서 문을 열고 내렸다. 그는 바로 옆에 있는 직원용 리프트의 버튼을 눌렀다. 입술이 말라 거의 잡아뜯다시피 하던 맥코이는 곧 리프트를 조종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고, 즉시 통신기에 대고 외쳤다. 

체콥, 직원용도 해킹할 수 있지? 
아, 아예! 
정지시켜버려! 

예?? 체코프가 놀라 반문하자 그보다 빠르게 스콧이 손을 놀렸다. 놀랄 시간이 어디 있슈! 

덜컹, 순간 술루와 스팍이 탄 리프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마침 딱 10층이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10층 밖에 선 사람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술루는 식은땀을 흘리며 열림 버튼을 눌러댔다. 

갑자기 왜 이러죠? 고장났나? 

스팍은 아무 말 없이 비상 버튼을 눌러 통신을 시도했다. 센터 관계자와 몇 마디를 주고받은 스팍은 뒷짐을 지고 입을 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군. 잠시 기다리지. 

술루는 손에 차오른 땀을 숨기려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 작전을 계획하고 총괄한 사람으로써 술루는 거한 책임감을 느꼈다. 목적은 하나였다. 그들이 이렇게 상관을 속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혀가면서까지 이 작전을 시행한 이유. 


그들은 커크를 만나야만 했다. 

빌어먹을,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그거 하나야. 술루! 스팍을 거기서 내리도록 해야 해! 

맥코이의 통신을 듣고서도 술루는 손만 쥐었다 폈다 하며 스팍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여전히 그다운 자세로 뒷짐을 지고 묵묵히 상황이 변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술루!! 맥코이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대령님, 제 생각에는- 

결국 술루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 리프트가 갑작스럽게 추락할 수도 있으니 여기서 내리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마침 10층이고. 대령님이라면 수동으로 이 문을 열 수 있으실 텐데. 
관계자의 말로는 곧 수리할 사람이 도착한다고 했어.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위험 확률을 줄이겠지. 대위. 

술루를 바라본 스팍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얼굴이 굳어있는 걸 알아챈 듯싶었다. 술루는 그가 의심할세라 선수를 쳤다. 

제 여동생에게 오늘 빨리 가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물론- 늦어서 엄청 화낼 테지만. 그거 아세요? 사실 제 동생이 스팍 대령님의 팬이거든요. 그래서 스타플릿에 입대했어요. 만약 얼굴 한 번이라도 비쳐주신다면 정말 좋아할 텐데. 
내게 부탁하는 건가? 
예? 아, 예. 개인적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바쁘지 않으시다면요. 제 여동생은 화나면 정말 무섭거든요. 

스팍은 10에서 멈춰있는 층수 표시기를 흘깃 보고, PADD를 꺼내 현재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 20분이었다.

좋아. 리프트가 수리된 후 문이 열리면 동행하도록 하지. 
예? 아. 그렇죠. 문이 열리면요.... 


술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스팍은 자세 하나 변하지 않았고 술루는 마지못해 시선을 돌렸다. 

스팍과 술루의 대화를 듣고있던 스콧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 고지식하고 단호한 벌컨에게는 뭐가 통하는 법이 없었다. 

아 거 미치겄네! 그냥 열어버리게! 
구래두 대요?! 
몰러!! 

또다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덜컹대며 리프트의 문이 열렸다. 마침 기다렸다는 것처럼 작동하는 리프트에 스팍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술루를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 운이 좋네요. 벌써 고쳤나봅니다. 

술루는 속으로 여동생이 자고 있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며 리프트에서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스팍은 군말없이 그를 따라 내렸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리프트에 탔다. 

병실은 이쪽입니다. 대령님-. 

술루가 시간을 끄는 중에 (그는 병실 앞에서 주의사항이라며 여동생에 대한 사소한 프로파일을 읊어댔다) 체코프는 리프트를 조작해 맥코이가 있는 층에 보냈고 맥코이는 잽싸게 그것을 잡아탔다. 리프트가 제멋대로 움직인 것에 당황한 사람들에게 현재 리프트가 고장이라고 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맥코이가 리프트에서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후 31층을 누르자 리프트가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발. 빨리 좀 움직여라. 

맥코이는 버튼을 두들기며 조바심을 숨기지 못했다.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리프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31층에 리프트가 멈춰서고 문이 열린 순간, 맥코이는 그야말로 총알같이 튀어내렸다. 그는 텅 빈 복도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가 한 발을 내딛자마자 그를 반기는 목소리가 있었다. 

보안 레벨 레드. 신원 미상 침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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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언제나 생각대로 되진 않지



Posted by 카레우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