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quest for 천수
장르: 스타트렉 리부트
요약: 5년 임무 중 잠시 우주정거장에 들러 휴식을 취하던 중 발생한 (사랑의) 위기
수위: NC-12
커플링: 스팍커크, 커크스팍, 커크스팍커크
주의: 이미 커플! 앵슷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으앙 난 꽁냥질이 쓰고 싶었는데 너무 어렵다 아ㅣ싸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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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가 마지막으로 침대를 뒤집어 엎으며 두 손을 들었다. 요란한 소리에 바닥에 손을 대고 있던 스팍이 고개를 들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방 안의 모든 가구를 뒤엎고 뒤졌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그들은 완전하게 갇힌 상태였다. 커크가 뒤집어둔 침대에 걸터앉았다. 스팍은 그의 앞에 다가갔다.
"벽과 바닥, 천장 모두 합금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제 말은-."
"부술 수 없다는 거겠지. 그 정도는 나도 알아."
"함장님. 엔터프라이즈에서 우리를 찾을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금방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 순간 천장에 설치된 구멍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커크와 스팍 모두 동시에 그것을 올려다 보았다.
"'시간 내'에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되는데?"
스팍은 잠시 계산한 후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방의 면적과 물이 쏟아지는 속도, 엔터프라이즈의 지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우리가 구조될 확률은 37.29%입니다. 함장님."
"산 채로? 아니면 그거 혹시 익사한 시체를 발견할 확률이야?"
"전자입니다."
"엿이나 먹어. 젠장."
커크의 욕설에 스팍이 입을 다물었다. 커크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추론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커크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그랬다. 대부분의 경우 커크는 자신의 '어떤' 부분 때문에 화가 나곤 했고, 자신은 그것을 알 수 없어서 곤혹스러웠다. 그것을 커크에게 물어도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사실 스팍은 커크의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도 그것을 입에 올린 적은 없었다. 연애에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는.
스팍은 생각을 정리하고 탈출하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곳이 완전한 밀실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분명 환풍구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물을 들이붓는 것 자체가 밀실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좀 닥쳐봐. 생각 좀 하게."
스팍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커크는 말을 내뱉자마자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생각? 생각 따위 할 것도 없었다. 구출되든지, 여기서 죽든지였다. 내가 빌어먹게도 좋은 운을 타고났다면 아마 죽지는 않겠지. 아니면 죽고도 또 살아나든지. 또, 또. 커크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앞에 얌전히 서 있는 스팍이 신경쓰여서 짜증이 났다.
흘낏 그를 보자 무릎까지 차오른 물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대로 서 있는지, 그것조차 화가 났다.
"대체 왜 날 찾아왔어?"
"함장님은 함교를 40시간 동안 비우고 계셨습니다."
"젠장할. 그런데 왜 네가 왔냐는 말이야!!"
커크가 스팍에게 호통을 쳤다. 판에 박힌 대답이 나올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소리라도 내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스팍은 단호한 자세로 서서 커크를 마주 보았다.
"제가 온 것이 함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스팍의 대답에 커크는 심장이 펄떡거린 채 목구멍에 콱 박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숨통을 조여들게 했다. 커크는 물을 헤치고 저벅저벅 걸어와 스팍의 멱살을 잡았다. 당장이라도 주먹이 튀어나가기 직전이었다.
"안 내려올 거였으면 그냥 거기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튀어내려왔냐고."
"함장님이 화가 나신 이유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설명해 주십시오."
"내가 그걸 일일히 설명해야 하냐고!!!"
커크가 스팍을 잡아당겼다. 둘의 얼굴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스팍이 커크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여전히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
"예.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하, 커크가 한숨을 내쉬며 스팍의 멱살을 쥔 손을 놓았다. 하지만 스팍은 커크의 손을 놓지 않았다. 커크의 눈빛이 날선 것마냥 파르라니 빛났다.
"놔."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전부."
"놓으라고 했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저는 들어야 합니다."
당신이 저를 사랑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스팍은 마인드 멜드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것을 통해 마음을 확인한다 해도, 커크가 불쾌하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 그는 커크를 존중했고 커크가 싫어할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그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했다면 시정할 의향도 충분히 있었다.
"어디서부터? 방사능 코어에서 죽었던 내가 살아난 것? 아니면, 폭발하는 니비루의 화산 속에서 너를 살린 것? 그것도 아니면, 너와 내가 위원회에서 처음 만난 것? 글쎄. 너무 많아서 모르겠는데."
"짐!"
스팍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과 그의 관계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말들이었다.
커크는 스팍의 부름에 그를 똑바로 올려보았다. 커크는 자신의 말이 서서히 스팍에게도 동요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쨌든, 네로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그는 이런 것에 꽤 소질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고 상처를 헤집는 일이라면야.
"이거 놔. 명령이야."
커크의 마지막 말에 스팍은 힘없이 팔을 내렸다. 커크는 스팍의 표정을 보고 자신의 말이 그에게 끼친 영향을 어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엔 심장이 덜컥 멈춘 기분이었다. 병신같은. 커크는 속으로 끝없이 자신을 저주했다. 이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젠장!!
물이 허리께를 적셨다. 두 남자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차오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경이 복잡했다. 커크는 머리를 흔들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냐, 젠장, 스팍... 스팍. 내가 하려던 말은......."
"아닙니다. 함장님. 이해했습니다."
뭘 이해해? 커크가 깜짝 놀라 스팍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저를 더 이상 교제 상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것으로 곤란한 일은 더이상 없을 겁니다. 함장님."
"뭐?"
시발, 도대체 뭘 어떻게 생각하면 그렇게 빌어처먹을 결론이 튀어나오는 건데? 커크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스팍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전혀 문제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 멍청한 자식아!!"
"!!"
커크는 결국 그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말들은 한도 끝도 없이 넘쳐나는데, 도저히 이 홉고블린을 이해시킬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커크는 씩씩대며 숨을 골랐다.
스팍은 스팍 나름대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상황은 원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함장님이 왜 화를 내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나도 도저히 너를 이해할 수가 없다."
"함장-."
커크가 스팍을 바라보며 눈썹을 모았다.
"정말 나를 사랑하긴 했어?"
"......."
"대답해."
제발, 커크가 쥐어짜듯이 덧붙였다. 스팍은 현재의 상황이 정말로 비논리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예."
스팍의 긍정에 커크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그 미미한 반응에 스팍 또한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하기엔 물이 더 빠른 속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물의 높이는 그들의 목까지 올라왔다.
"지금도 사랑해?"
"예."
스팍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대답했다. 커크의 턱까지 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가 입을 오물거렸다.
"그런데-."
"짐. 가구를 붙잡아."
"왜-."
"어서."
스팍이 한 손으로 커크를 잡고, 한 손으로는 주변에 떠다니는 가구의 잔해를 잡아당겼다. 커크 또한 헤엄을 치며 스팍을 꽉 붙잡았다. 그는 끝맺지 못한 말을 이으려 하고 있었다.
"왜- 날 혼자 내버려뒀어?"
물살에 흔들리는 커크의 눈동자가 그와 마찬가지로 흔들거렸다. 스팍은 할말을 찾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짐......."
"다른 여자랑 잤어. 매일 밤. 화도 안 나?"
"짐, 나는..."
그들은 천장에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이 이 방을 가득 채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너를 혼자 둔 게 아냐."
"그럼?"
나는 너를 믿었어. 스팍이 대답과 함께 커크를 끌어당겼다. 커크는 가만히 있었다.
"...스팍."
잠시 후에 그 또한 힘있게 스팍을 안았다.
물 위에서 흔들리며 서로를 안은 채, 커크가 조용히 물어왔다. 산소가 부족해지고 있었다.
"스팍?"
"말해."
"우리 결국 죽는걸까."
"82.7%의 확률로."
커크가 웃었다.
"그거 알아? 나라다 호에 공격할 때보다 낮은 확률이야. 그거."
"적어도 너를 두 번 죽게 하진 않을 테니까."
"하아, 이번에는 내가 이해가 안 가는데."
물이 거의 천장까지 차오르자 커크가 아예 물 속으로 들어갔다. 스팍 또한 깊이 잠수했다.
볼을 잔뜩 부풀리고 스팍을 향해 손짓하는 커크가 보였다.
스팍은 그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커크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스팍이 커크의 얼굴을 잡아 입을 맞추었다. 스팍의 의도를 알아차린 커크가 발버둥쳤다.
스팍의 손이 커크의 손목을 꽉 쥐었다. 커크가 몸부림을 치든 말든 스팍은 커크에게 자신의 숨을 전달했다.
한참 후 입을 떼자, 화가 난 듯한 커크의 얼굴이 보였다. 이번만큼은 커크가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커크가 입을 벌리며 고함을 치는 듯 했다. 공기들이 방울지며 떠올라 멀어져 갔다.
흐려져가는 의식 사이로 커크의 입술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
"흐어-!!"
커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분명 낯익은 장소였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메디 베이.
아, 살았구나. 커크는 눈을 비볐다. 살아났다는 기쁨에 앞서 스팍이 걱정되었다. 자신보다 먼저 정신을 잃었으니 더 위급한 상태일지도 몰랐다. 기억하는 한 끝까지 스팍에게 숨을 불어넣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커크는 급히 가림막을 젖히며 소리를 쳤다.
"본즈! 간호사!"
"짐."
놀랍게도 옆에 스팍이 있었다. 심지어 말끔한 파란 복장을 착용한 상태였다. 커크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스팍..?"
그는 대답하지 않고 가림막을 다시 쳤다. 그리고 몸을 숙였다.
"짐."
"스팍."
"그때도 말했지만. 다시는, 다시는 네가 죽으려고 노력하지 않기를 바라."
"스팍. 난 내 일등 항해사를 잃을 수 없었어."
"난 내 함장을 잃었었지. 그리고 또 잃을 뻔 했어."
커크가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웃었다.
"그 마음은 우리 둘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에 동의해, 스팍이 긍정하며 커크를 내려다보았다. 살짝 감긴 눈 위로 부드러운 속눈썹이 드리워져 있었다. 스팍의 눈길을 의식한 커크가 짖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내 숨을 돌려줘야겠어. 키스해 줘."
"명령이라면."
스팍이 고개를 숙였다. 긴 호흡 교환이 이루어졌다.
=
으아 끝~!!!!!!
꽁냥 리퀘를 받았는데 꽁냥은 전체의 1%되네요^^
죄송합니다......ㅇ<-< 제가 노래 가사에 꽂혀서 이런 되도않는 연성물을......
대충 생략된 부분은 저 상인 아저씨가 엔터프라이즈를 꿀꺽 하려다 걸려서 붙잡혔다~ 이 정도면 되겠네요.
스팍커크 장면만 쓰느라 구출장면 회의장면 다 빼먹었다는 게 함정.
원하는 장면만 쓰고 나머지 다 생략생략~ 빠름빠름~ 초스피드 연성이라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리퀘글 받아주세요 천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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