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블러드 예약 시작했습니다!
이눔의 썰도 계속 연재중입니다. 뭔가 정식 연재가 되어버린 느낌적인 느낌?ㅋㅋㅋ
커크는 스팍의 강의에 드나들기 시작했어. 몇 개 없기도 했고, 순수과학 쪽이었지만, 커크는 일단 마음을 정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잖아? 그래서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아는 여자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쪽 일원인 것처럼 있었지. 정각에 스팍이 들어오자, 커크는 아주 환한 웃음을 지었어. 스팍은 잠깐 놀랐지.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뻔뻔하게 손을 흔드는 커크를 보고 스팍은 결국 할말을 잃고 말았어.
커크 생도는 무슨 이유로 여기 있지?
청강인데요.
지휘부가 과학부 강의를? 스팍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강의 시간에 맞춰 수업을 해야 했기에 그를 그냥 내버려 두었지. 물론 커크는 강의 내내 신나게 졸았어.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거든. 그래도 강의가 끝날 때쯤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반짝반짝하게 떴지. 하나도 안 졸았다는 듯. 스팍은 기가 찼어. 도대체 뭐하러 왔는지 알 수 없었지.
점심 시간에도 교관 식당까지 따라온 커크는 스팍의 맞은편에 앉았어. 교관 식당에서 받을 수는 없으니까 생도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서 여기까지 쫓아들어온 거야. 검은색 교관복만 가득한 교관 식당에서 붉은 생도복은 더없이 눈에 띄었지만, 커크는 아랑곳하지 않았어. 스팍도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았지. 그 둘을 바라보는 교관들만이 눈을 동그랗게 뜰 뿐이었어. 스팍은 혼자 앉아 있었는데, 원래 벌칸은 신체적 특징상 식사를 자주 할 필요가 없어서 함께 먹는 사람도 없었지. 야채와 스프밖에 없는 스팍의 식판을 보고 커크가 한 마디 했어.
교관님. 다이어트 하십니까?
부정한다.
제 거 드릴까요?
거절한다.
외계생물학 공부나 더 하도록. 스팍은 벌칸의 특징(채식주의, 적은 양을 섭취하고도 충분히 생활 가능)에 대해 거의 모르는 커크에게 면박을 주었지. 그래도 커크는 꿋꿋이 스팍의 앞에서 밥을 다 먹었어. 아주 제멋대로였지. 예전과 다를 게 없었어. 그런데 스팍은 그게 귀찮긴 했어도 싫지는 않았어. 그리고 그렇게 느낀 자기 자신에게 새삼 놀라했지. 그들은 그렇게 종종 함께(?) 식사를 했어.
결국 그 장면을 목격한 교관과 몇 생도들에 의해 급속도로 소문이 퍼져나갔지. 커크가 이제 교관, 그것도 남자, 그것도 벌칸!을 따먹으려 한다는 소문이었지. 스팍은 몰랐지만 커크는 이에 꽤 흡족해했어. 본즈는 그런 그가 걱정스러울 뿐이었지.
미쳤냐? 여학생이 모자라? 하필이면 그 뾰족귀를 노리냐.
본즈. 얘기했잖아. 스팍이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라니까.
내 눈에는 니가 뾰족귀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강아지처럼 보이거든.
아니라고!
슬슬 커크도 뭔가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였지. 이 정도로 공을 들여 놨는데, 스팍이 자기한테 넘어오지 않을 리도 없다고 생각했어. 게다가 얼마 전에 본 생물학 책에서 벌칸의 신체적 특징을 보고는 입을 떡 벌린 커크거든.
야. 벌칸 성기가 내장형이래. 여자랑 똑같잖아!
그거 1학기 때 배운 거다. 공부를 대체 어디로 했냐.
좇으로 했던가?
임마. 스팍한테 꼬리치다가 혼쭐나지나 마.
걱정도 팔자다.
커크는 히죽 웃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자랑 자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야. 그는 쾌락주의자였기에, 자신에게 쾌락을 줄 수만 있다면 여자든 남자든 3P든 개의치 않았어.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면 자신이 탑이라는 거였지. 그는 자신이 바텀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그래서 스팍과 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자신이 탑이리라 생각했지. 물론 그 생각은 오산이었지만.
그때도 스팍의 살인적인 과제는 계속되고 있었어. 커크는 그걸 느지막히 끝내고 스팍에게 제출하러 가는 길이었지.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었는데, 사실은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간 거야. 스팍은 그걸 지키는 일이 거의 없었고, 맨날 무엇인가를 하느라 연구실에 남들보다 오래 남아있었지만. 그러니까 커크는 노리고 간 거지. 연구실이 줄줄이 가득한 복도에 재실중 표시가 떠 있는 건 스팍의 연구실 하나였어.
교관님.
커크가 들어서자 스팍이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지. 뭔가에 집중하느라 바쁜 모양이었어.
책상 위에 두고 가.
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팍에게 다가왔지.
수업 내용 중에서 질문이 있는데요.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그제야 스팍이 눈을 들어 커크를 봤어. 교관이니만큼 생도들의 질문에는 최우선으로 대답해주는 게 원칙이었지. 사실 스팍은 커크가 다가올수록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커크가 그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어. 커크가 어느 순간부터 자기에게 의도적으로 접촉해왔다는 점도 있었지. 그래서 그는 일단 물어봤어.
질문이 뭐지?
그게, 잠깐 몸 좀 빌려주셔야겠는데요.
커크가 스팍의 의자 위에 반쯤 올라탔어.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신체 일부가 맞닿자 스팍은 약간의 아찔함을 느꼈지. 그에게서 어렴풋이 전해져오는 감정은 무언가, 뜨거웠어. 배가 살살 간지러웠지. 커크의 눈빛이 푸르고 선명했다는 점도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어. 스팍은 그대로 커크를 떼어놓으려 했지.
제가 말입니다. 시키신 대로 생물학 공부를 했죠.
커크 생도. 불필요한 접촉은-.
벌칸은 좇이 내장형이라면서요?
커크의 손가락이 스팍의 다리 사이를 훑었어. 남자라면 거기서 뭔가 잡혀야 하는데, 없었지. 진짜네. 커크가 입맛을 다셨어. 거기서 여자처럼 애무를 해야 할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스팍이 갑자기 그의 어깨를 잡아 책상으로 밀었지. 커크가 뭐라 말할 새도 없었어. 쾅, 하고 책상과 거칠게 부딪힌 허리가 무척이나 아팠지. 커크는 끙끙대며 변명을 덧붙였지.
그러니까, 제 말은, 그걸 실제로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요.
스팍은 대답하지 않았어. 커크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지. 그와의 접촉 정도는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는데, 그가 빌어먹게도 먼저 자극해온 거야. 커크가 자신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중임을 몰랐던 스팍은 멍청하고 장난기 넘치는 커크가 실수를 한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니까, 스팍도 그 즈음에는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어. 커크가 자신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반쯤 장난으로 대하고 있음을.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그가 즐기고 있음을. 문제는 스팍이 그런 것에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거지. 그래서 그저 어린애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곤 했던거야. 딱히 일에 방해가 될 정도도 아니었고.
그러니까 그들의 관계는 그 이상 갈 정도도 아니었고, 가서도 안 되었던 거야. 스팍의 판단으로는. 스팍은 커크가 자신과 섹스하기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는 커크를 당장 뒤로 돌려 세우고 싶은 마음을 참았지.
커크는 스팍의 침묵으로 그가 고민하고 있음을 간파했어. 하지만 그는, 스팍이 자신과 섹스하고 싶은데, 그것을 벌칸으로서 감정을 참는 수준으로만 여겼지. 그런 여자들이 종종 있었거든. 자신과 자고는 싶은데 여러 이유로 빼는 여자들. 그래도 결국은 모두가 넘어왔지. 커크는 알았어. 게다가 그런 것에 자신이 있었고 스스로도 재능이 있다고 여겼지.
커크는 책상 위에 반쯤 누운 채로 손을 뻗었어. 스팍의 볼을 쓰다듬고,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스팍에게 속삭였지.
보여주실래요, 아니면 제가 직접 볼까요?
과한 장난은 삼가도록. 이제 나가.
스팍이 딱딱하게 대답하고 그의 어깨에서 손을 놓았어. 커크가 그를 그렇게 놔둘리가 없었지. 커크는 그대로 스팍의 교관복 멱살을 쥐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겼어. 얼굴이 가까워져 코가 스쳤지. 커크는 그와 이마를 맞댄 채 목소리를 깔고 허세를 부렸지.
누가 장난이랍니까? 진심입니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스팍의 앙다문 입술을 핥았어. 뜨거운 숨이 스팍의 얼굴을 어루만졌지. 스팍은 커크를 똑바로 노려보았어. 어렵지도 않았지. 그들의 눈동자와 눈동자 사이의 거리는 5cm도 채 안되었거든. 커크 또한 뇌쇄적인 눈길을 보냈는데, 제딴에는 섹시한 눈빛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팍에게는 자신을 유혹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어. 스팍은 이를 악물었지.
스팍.
귀를 파고드는 커크의 목소리에, 스팍은 결국 마음을 정했어. 그리고 이를 드러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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