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R(15세)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앵슷 주의, 근거없는 임무 주의
한마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 좀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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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테스트를 한 후로 6일이 지났다. 그동안 엔터프라이즈는 커크의 주도 하에 성공적으로 한 행성의 탐사를 마쳤고, 한 행성의 멸망을 구했으며, 한 행성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십억 개의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우주는 지구를 닮아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듯이 별 또한 태어나서 죽어갔다. 그 수많은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이 바로 엔터프라이즈의 일이었다.
함장 일지를 기록한 커크는 팔을 쭉 뻗었다. 불안의 씨앗이 슬그머니 싹을 틔우려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최초의 '부활' 이후, 그의 삶은 7일을 주기로 탄생과 죽음을 반복해왔다: 두 번째 기회의 대가는 그만큼 혹독했다. 맥코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의 임상 테스트의 결과 또한 7일째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결과는 기대하지 말라 했다. 커크는 벌칸이 아니었기에 정확한 확률을 계산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알았다. 낫거나, 낫지 않거나였다. 낫는다면 칸을 다시 냉동시켜 창고에 처넣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었고, 낫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삶과 다를 바 없이 7일마다의 시한부 삶을 영위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불안했다.
악몽의 그림자가 그의 발밑에서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녔다. 그 꿈이 현실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칸이라는 이름의 블랙홀에 삼켜지는 엔터프라이즈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게 커크의 악몽이 끝나지 않은 이유였다. 커크는 여전히 칸의 꿈을 꿨다. 그에게 삼켜지고 짓밟히는 꿈을. 스팍의 따스한 위로도 그것을 물리치진 못했다.
"그러니까 함장님, 점검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시간만 주셔. 누누히 말했지만 우리 아가씨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수? 증말 함장님은 말이요, 내가 엔터프라이즈에 있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한다 이 말씀이요. 이 엔티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도 어? 아주 그냥 막 때 빼고 광 내고 선 보러 나온 아가씨처럼 말끔하게 겉부터 속까지 싸악 정비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몇이나 있겄어? 그것도 하루 내에? 어? 동의하쥬?"
커크는 스콧의 통신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정말로 이런 소소한 것들이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하루를 빛과 어둠으로 분절하여 살고 있는 듯했다. 혹은, 삶과 죽음으로.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 더 즐겁게 웃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커크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절대적으로 동의해. 그러니까 스카티, 이렇게 기도하라고. 엔진 점검 중에 절체절명의 긴급 구조요청 신호 같은 걸 받지 않도록 말야. 그리고 난 결혼 전야의 신부님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첫날밤 기대해도 돼?"
"말도 마슈. 화끈쌔끈불끈하게 해드릴 테니까."
"마음에 든다. 당장 시작해."
커크는 통신을 종료하고 함장석에 기댔다. 엔터프라이즈는 소행성의 바다 건너 별의 잔해가 뿌려진 우주 한 구석에 정지해 있는 상태였다. 우주는 물리적인 바다가 아닌 탓에 해류가 흐르지 않았지만, 커크는 모든 엔진을 끄고 우주 공간에 두둥실 떠 있는 것이 마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는 해수욕을 특히 좋아했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비우고 물 위에 떠 있으면 파도가 자신을 쓰다듬곤 했다. 그들은 친근했고, 다정했다. 언제고 임무 중에 수영을 할 수 있는 행성에 가면 좋겠다. 커크는 막연히 바다를 그렸다.
스팍은 그런 커크를 바라보며 함께 바다에 대한 생각을 했다. 바다, 큰 물, 무질서하고 규정되지 않은 혼란의 집합. 스팍이 나고 자란 벌칸은 혹독하고 뜨거운 행성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광막한 대지와 붉은 사막뿐이어서, 눈씻고 찾아봐도 바다 따위는 없는 세계였다. 스타플릿에 근무하며 지구의 바다에 가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스팍은 바다를 봄으로써 얻을 효용이 없다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스팍은 바다를 보고 싶었다. 커크가 원하는 바다란 어떤 곳일까. 어떤 느낌일까. 그가 느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었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날 이후로 스팍과 커크의 관계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스팍은 아직까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커크가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질투'라는 감정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아 우정보다는 사랑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그것이 '본드'로 인해 증폭된 효과에 불과하다면? 커크는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그 사실을 고한다면? 현재까지 그들이 가졌던 관계조차 어그러질 수 있었다.
위험 부담이 크다. 스팍은 그렇게 판단했다. 더군다나 커크는 칸, 부작용, 연이은 사건으로 인해 예민한 상태였다. 거기에 자신까지 고민거리로 떠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스팍은 자신이 인간보다 훨씬 인내심이 강하고 절제할 수 있는 벌칸이란 사실에 감사했다.
"함장님."
우후라가 커크를 돌아보았다. 생각 속의 바다를 수영하던 커크가 멍하니 대답했다.
"어?"
"근처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시그널을 잡았습니다."
"꼭 이런 식이지."
점검 시작한지 10분도 안 됐는데 도움 요청? 영화도 이것보단 낫겠다. 투덜거리던 커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발신자의 소속과 요청 내용은?"
우후라가 집중하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이런 일에 아주 탁월했고 그만큼 함장의 명령에도 빨리 대답할 수 있었다. 시그널 감도를 조정한 우후라가 확신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르타클라 교도소장으로부터의 요청입니다. 수감 예정인 범죄자들을 호송 중에 셔틀을 탈취당했다고 하는군요."
"셔틀을?"
커크가 턱을 긁적이며 고민했다. 지금 막 점검에 들어간 엔터프라이즈는 모든 엔진이 정지되어 이동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셔틀들은 사출구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었고 더러는 고속 워프가 가능한 신형 셔틀도 있었다.
"셔틀 대 셔틀로 한 판 떠보자고. 호송용이라면 공격과 방어 장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을 거야. 우리도 페이저 챙겨서 간다. 셔틀 두 대에 백병전 가능한 크루들 세 명씩 선별해서 덱4로 보내. 나도 간다."
커크의 말이 끝나자 스팍이 벌떡 일어서서 다가왔다. 커크가 히죽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잘 지키고 있어."
"아뇨. 제가 갑니다."
"그럼 같이 가."
"안됩니다. 함장님은 지난 임무에서 돌아오신지 8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팍의 말에 커크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내 엉덩이가 좀 가볍거든. 아니, 그보다 너 내 운전 솜씨 기억 안나? 기막히게 멋졌잖아!"
"쉬십시오. 함장님의 안위를 고려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때 스팍의 마음을 확인한 탓인지 그의 말이 그렇게 고깝게 들리지는 않았다.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던 그 말의 확장이겠지. 커크는 부끄러운 마음에 괜시리 스팍의 시선을 피하며 턱을 긁었다.
"생각해주니 고맙긴 한데......."
"그럼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
술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코프는 당황한 눈으로 그를 곁눈질했다. 술루를 따라 일어설까 말까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커크는 체코프가 결심하기 전에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브릿지에 그마저 없으면 굉장히 심심할 터였다.
"물론! 둘이라면 믿을 수 있지. 무사히 다녀와. 다쳐서 오면 징계 먹일거야."
"함장님. 규정상 부상은 징계 항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내가 5초 전에 신설했어. 행운을 빈다."
터보 리프트 앞에서 커크가 웃으며 그들을 전송했다. 스팍과 술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프트의 문이 닫혔다.
간단히 끝날 줄 알았던 그 임무가 또다른 문제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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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에 있던 간수들이 모두 죽었다고?"
커크의 질문에 스팍이 다시 답했다.
"예. 그래서 현재 다섯 명의 범죄자들을 교도소로 인도할 방법을 모색중입니다."
"니요타, 교도소장으로부터의 답신은?"
"현재 워프 가능한 셔틀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을 보낼 수 없다는 뜻이네. 뭐 어쩔 수 없지."
터보 리프트가 열리며 술루가 들어왔다. 커크는 한 손에 커뮤니케이터를 든 채로 다른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했다. 그가 타고 나갔던 셔틀의 다른 크루들 또한 모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커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팍, 수고스럽겠지만 네가 그 셔틀을 몰아서 교도소까지 가줘야겠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이 셔틀의 워프 최대속도와 거리를 계산했을 때 약 8시간 걸립니다."
"생각보다 머네. 추가로 필요한 건?"
"제가 이 셔틀을 운전해서 가면 다시 엔터프라이즈에 돌아올 방법이 전무합니다."
스팍의 말에 커크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 엔터프라이즈가 너를 데리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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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은 교도소에 범죄자들을 인도하러 떠났고, 엔진 점검은 11시간 뒤면 끝날 예정이었다. 커크가 스콧을 닦달한 덕분에 그것도 두 시간이 줄어든 것이었다. 모든 게 평소와 같았고 별다른 문제 없이 흘러갔다. 커크의 7일 주기를 셈하는 시계가 1시간이 남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커크는 그 기다림의 불안함을 견딜 수 없어 자신의 쿼터로 향했다. 거기까지 부득불 쫓아오겠다던 맥코이는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겠다며 메디컬 베이로 쫓아보낸 참이었다. 만약에 대비해 칸의 혈청이 담긴 하이포도 탁상 곁에 놓여 있었다. 낫거나, 낫지 않거나, 그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커크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준비를 해두면 그 긴장도 조금은 줄어들곤 했다.
"스팍이 같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커크는 침대에 앉아 다리를 끌어당겼다. 자신을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 한 명이나마 있다는 것으로도 기뻤다. 그렇게 말해줬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러니까, 커크도 사실은 스팍이 소중하고 좋았다. 가끔은 말이 안 통하는 게 답답했지만, 마냥 좋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였다. 본즈와는 달랐지만, 어쨌든 둘 모두 소중했다. 커크는 그렇게 스팍의 이름을 중얼거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