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SF(스타트렉 리부트), 스릴러
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R(15세)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앵슷 주의, 키스 주의
한마디: 드디어 삼각관계가 시작되고 있어요
-
퍼뜩 정신이 들었다. 커크는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쿼터가 온통 어두웠다. 내가 언제 불을 껐던가? 아리송했다. 누워있던 커크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옆에 선 누군가가 그를 붙잡아 다시 눕혔다.
"본즈?"
커크가 물었지만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커크는 문득 온몸을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눈을 깜빡였다. 설마, 또 악몽이야? 그 잠깐 사이에 또 잠들어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지독하다.
커크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극한 긴장 때문에 지친 몸이 금방 잠들었을 테고, 또다시 악몽이 시작된 것일 터였다. 커크는 몰려오는 피곤과 절망감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제 좀 그만둬...."
그림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커크의 손목을 잡았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것이 보였다. 커크는 그 순간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고통에 놀라 신음을 뱉었다.
그때의 악몽과 똑같았다. 여러날의 악몽과 동일했다. 다시 회복되지 않는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자신을 유린하면서, 엔터프라이즈를 끝으로 몰아가는 꿈. 자신의 크루가 한 명 한 명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꿈. 칸은 정말이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것이었다.
커크는 그에게 손을 잡힌 채 다시 중얼거렸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만둬...."
"무엇을?"
"이런 것. 모든 것. 뭐든지 할게.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서 나가버려...."
칸이 그의 손을 내려놓았다. 커크는 잠깐 안도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꿈들은 모두 그에게 고문과 같았다.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을 늘어놓는 것 뿐이었다. 반항을 해도 애원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 무자비한 칸 앞에서, 커크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보는 게 꿈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 꿈은 모든 것이 파괴되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기에.
"버티기 힘들어.... 제발."
"제임스 커크."
"제발."
칸이 손을 뻗었다. 커크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 손은 놀랍게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내 가족과 같아. 나에 의해 다시 살아났고 내 피로 살아가고 있지. 그리고 이젠 나와 동일하게 우월해. 내가 널 아끼지 않을 이유가 있나?"
"우으......."
의외의 말에 커크가 말을 멈췄다. 이건 다른 종류의 악몽인가? '가족'이라고? 칸이 다시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난 널 파괴하지 않아. 대신 하등한 것들을 말살하지."
안돼, 커크가 탄식하듯 토해냈다. 결국은 변하지 않았다. 결과는 모두의 죽음이었다. 견딜 수 없었던 커크는 몸을 일으켜 칸의 손에 매달렸다. 그의 손이 구세주라도 되는 것마냥, 붙들고 애원했다.
"죽이지 마. 아무도. 제발, 제발......."
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 커크는 정말이지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꿈이라 해도 반복된 실패와 절망과 슬픔은 자신을 심적으로 나약하게 만들었고, 절벽의 끝으로 몰아갔다. 커크는 자신이 어린아이와 같다고 느꼈다: 무력하고 무능했다. 커크는 칸의 손이 자신을 뿌리치는 것을 느끼고 다시금 절망했다. 그는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었다.
"쉬- 울지 마."
다정하면서도 칼날같이 단호한 목소리에 커크는 눈물을 삼켰다. 참으려고 애썼다. 무서웠고, 그저 무서웠다. 다시 칸의 손이 다가오자 커크는 목을 움츠리고 눈을 꽉 감았다. 그는 꿈 속에서 자신이 울 때마다 뺨을 올려붙이곤 했다.
"눈 떠."
그의 말에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게 설령 꿈이라 해도. 커크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칸의 손은 명백히 자신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커크는 그의 손이 언제 자신을 그대로 내칠지 몰라 두려워하며 떨었다.
칸이 그의 턱을 잡아 올렸다.
"방금 전에 '뭐든지 한다'고 했나?"
"응, 응. 그러니까 제발...."
"그럼 일어나."
커크가 힘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칸의 앞에 서자 칸이 말을 이었다.
"벗어."
그래, 어차피 다 꿈이니까. 커크는 기계적으로 그의 말에 따랐다. 셔츠를 벗으려는 찰나 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냐. 벗지 마."
커크는 그 말에도 순종했다. 그리고 칸이 손을 뻗어 자신을 끌어안아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렇게 행동했을 때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이미 절절하게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이 자신의 셔츠 속으로 들어와 가슴을 지분거려도, 자신의 등을 아프게 긁어내려도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다.
서서히 달아오른 칸이 자신을 벽으로 밀었다. 그가 자신에게 이를 들이댔을 때, 커크는 그가 자신을 더 쉽게 탐할 수 있도록 목을 기울여주기까지 했다. 커크 또한 칸의 애무에 자극받고 있었다. 이것은 기실 다른 악몽과는 달랐다. 그는 막무가내로 자신을 범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 커크는 그런 생각에 도달한 자기 자신에게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뭐지? 이것을 뭐라고 설명하지?
악몽의 결말이 달라졌다는 게 무슨 뜻이지?
"아......."
생각이 끊어진 커크가 결국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칸이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목에 잡아먹을듯이 키스를 퍼붓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그 좋다는 느낌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쳐서, 커크는 머리를 털었다.
하지만 안될 건 뭐야?
불쑥 솟아오른 생각에 꼬리를 물고 결정적인 생각이 이어졌다.
어차피 나는 깨끗하지 않잖아(already dirty).
무기력하게 떨어져 있던 커크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망설이던 손은 더없이 조심스럽게 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칸은 잠깐 놀란 듯 움직이지 않았으나 곧 커크가 인도하는 대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키스했다. 키스라는 것을 강약으로 따질 수 있다면, 그랬다. 그는 강하고 세게 커크의 입을 침략했다.
그의 혀가 커크의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내밀하게 긁어냈다. 어쩔 줄 모르고 굳어있는 커크의 혀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어울려 춤을 추듯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는 입술을 빨아당기고 깨물어서 커크가 멀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칸은 숨이 막힐 때까지 그의 입을 삼키고 또 삼켰다. 한참이나 굶주렸던 것처럼.
틈 없이 밀착된 두 남자의 다리가 끊임없이 서로를 파고들었다. 서서히 달라붙는, 비비는, 피어오르는 그것에 커크는 도무지 아찔함을 견딜 수 없었다. 꿈이라기엔 너무도 강렬했다. 반쯤 이성이 날아간 커크가 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칸은 멈추지 않았다.
종국에는 호흡이 가빠진 커크가 간신히 그를 떼어내고 입을 열었다.
"하아, 칸, 칸......."
"왜."
"이거, 전부 다 꿈이지...?"
칸이 다시 입을 맞춰오며 속삭였다.
"그래. 꿈이야."
-
자르타클라 교도소로 가는 여정은 지난했다. 범죄자들은 기절한 채 창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엔터프라이즈의 보안 요원 두 명은 심심한지 셔틀 내부를 둘러보다가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스팍은 커크를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잘 참아내고 있었다.
그는 사실 요 며칠 사이에 본딩된 커크로부터 들어오는 감정이나 감각을 조절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자신이 커크 앞에서 비논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그러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사건이 만약 임무 중에 발생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따라서 본드의 영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게다가 그는 벌칸이기에 정신적인 측면은 인간인 커크보다 훨씬 예민했다) 적응하거나 무뎌지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커크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을 구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했다. 스팍은 그가 수면할 때마다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브릿지에서는 다소 즐거웠고, 식사 시간에는 약간 우울했다. 이러한 것들을 절대적인 수치로 계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스팍은 현 시점에서 당혹스러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커크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은 '쾌감'이었다. 스팍은 낯선 이 감각에 놀라 온 신경을 곤두세우려 했지만, 곧 자신이 임무 중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임무 중에 정신이 팔리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스팍은 인내심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엔터프라이즈에 통신을 보냈다.
"여기는 스팍. 엔터프라이즈, 응답하라."
술루의 답신이 왔다.
"여기는 엔터프라이즈. 말씀하시길."
"현재 순항중이다. 4시간 뒤면 자르타클라 교도소에 도착한다. 함장님은?"
"피로하다며 들어가셨습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습니까, 부함장님?"
"부정한다(Negative). 프로토콜대로 다시 연락하겠다."
통신을 끊고 스팍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수면 상태에 들어간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이 패턴은 뭐지? 스팍은 궁금증을 키워갔다. 커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그는 마뜩찮았다. 엔터프라이즈가 자신을 데리러 오는 것을 기다리느니 최대한 빨리 셔틀을 구해서 돌아가리라. 그리고 확인하리라. 다만 지금은 임무에 집중해야 할 때다.
스팍이 결심하고 마음을 비우려던 찰나에 다시 통신이 들어왔다.
"스팍이다. 그쪽 신원을 밝히도록."
"여기는 맥코이다. 스팍, 혹시 짐한테 연락 받았어?"
커크의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스팍은 다시금 머릿속이 온통 커크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부정한다. 무슨 일이지?"
"임상 테스트를 한 지 딱 148시간이 지났는데, 짐 이 자식이 자기 쿼터에 콕 박혀있겠다고 했거든."
그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세상에! 스팍은 조종간을 힘주어 잡았다. 임상 테스트, 그 결과에 따라 칸의 처리가 결정되는데. 어떻게 그것을 잊고 있을 수가 있지? 스팍은 자기 자신에게 제정신이냐고 묻고 싶었다.
"닥터. 그에게 가서 확인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렇잖아도 지금 연락중인-. 어. 메세지가 왔는데......."
뭔가 삐빅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맥코이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팍은 그를 다그쳤다.
"뭐라고 왔지?"
"'치료되었다'? 이렇게만 왔는데. 정말 완전히 나은 건가?"
"닥터 맥코이. 직접 가서 확인할 것을 요청한다. 제대로 치료되었다면 당장 칸을 붙잡아 넣어."
"그건 곤란해. 완전히 치료되었는지도 알 수 없고, 만약 이게 주기만 늘어나거나 다른 부작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칸은 지금 이 상태로 놔둬야 해."
"그러니까 지금 가서 확인할 것을 요청......."
스팍은 그 순간 자신의 정신에 들이닥친 감각에 하마터면 조종간을 놓칠 뻔했다. 그리고 그 감각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감각과 대조한 스팍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각은 약 4주 전 그와 잤을 때 느꼈던 그것과 동일했다. 틀릴 리가 없었다.
"스팍? 상황 발생인가? 무슨 일이야?"
"확인은....... 메세지 발신이 가능한 정도라면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함장님께서 다시 연락하실 때까지 기다려. 이곳은 문제없다. 통신을 종료한다."
스팍은 그 순간 이성적으로 그가 성관계 중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성과 감정이 양립했다. 당장에라도 조종간을 돌려 엔터프라이즈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속으로 강렬한 질문과 생각을 던졌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명백한 증거였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를 추궁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함장님. 제임스 커크. 짐. 지금 다른 상대와 관계중인 겁니까? 제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제 도움은 거절했으면서? 당신이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건 곤란하군요. 저와 본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당신의 쾌감이 제게 전달되어 오는 데다가,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확률이 50%를 넘어가는 현재 질투라는 감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팍이 조종간을 부서져라 쥐었다. 이따위 임무에 나오는 게 아니었다. 아니, 커크를 눈에서 떼어놓는 게 아니었다.
'▶스타 트렉 > Dirty BlooD 2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irty BlooD 2 (스팍커크, 칸커크) - 12 (8) | 2013.12.19 |
---|---|
Dirty BlooD 2 (스팍커크, 칸커크) - 11 (14) | 2013.12.17 |
Dirty BlooD 2 (스팍커크, 칸커크) - 9 (0) | 2013.12.15 |
Dirty BlooD 2 (스팍커크, 칸커크) - 8 (8) | 2013.12.13 |
Dirty BlooD 2 (스팍커크, 칸커크) - 7 (4) | 2013.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