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블러드 1부 퇴고는 다했는데 2부 퇴고가 남아있ㄴㅔ...?^^ 그런데 왜 저는 새 썰을 쓰고 있는 걸까요
그냥 달달하고 설레는 요망 잔망 앙큼한 커크가 보고 싶습니다
스팍커크 live long and prosfuck
그 날의 격투술 훈련 (말이 좋아 훈련이지 일대일 대련이었어) 이후 스팍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어. 커크가 그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스팍이 그를 붙잡고 있는 시간이 차츰 늘어났지. 마치 그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것처럼. 커크는 눈치가 빨랐기에 그런 스팍의 변화를 알아차렸어. 그는 과거를 비롯해서 현재도 애정결핍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기에, 감정의 레이더에 아주 민감했지. 특히 자신을 향한 거라면 더더욱.
오늘도 그랬어. 스팍은 자신을 바닥에 눕힌 뒤에도 그의 잘못을 느리게 지적하며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어. 그를 제압하는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지. 그리고 사실 그 말이 맞았어. 스팍은 커크와 접촉하는 순간 동안 그로부터 빨아들이듯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에 거의 중독되어 있었지. 벌칸들 간의 접촉에는 그런 게 없었어. 마치 차가운 로봇이나 기계와 대화하는 양, 견고한 유리벽에 세워져 있는 양, 생각의 교류는 오가도 감정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았거든. 하지만 커크는 달랐어. 생동감 넘치는 그의 생명력이 느껴졌지.
그것은 어머니와도 비슷했어. 스팍은 자라는 내내 벌칸인 아버지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늘 경계선 위를 걸었거든. 결국은 벌칸을 선택하고 말았지만 말야. 그건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어. 사실 그는 늘 자신은 인간인지 벌칸인지 고민했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벌칸이었고, 아버지 또한 벌칸이었지. 그가 누구보다 벌칸처럼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필요에 의해서였어. 그는 완벽한 벌칸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그를 쉬쉬했거든. 그래서 그는 더 노력했지. 하지만 어머니는 그들과 달랐어. 스팍이 굳이 벌칸과 인간 중에서 고르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 주었지. 스팍은 스팍이라고. 벌칸이면서 인간, 둘 다라고. 그게 더 사랑스럽다고.
어쨌든, 스팍은 커크와 접촉하며 자신의 인간적인 부분이 그에게 감화되고 있는 것을 알았어. 반쪽의 벌칸은 자신의 행동이 다소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음을 일찍부터 감지했지. 하지만 그는 이건 모두 커크의 격투 기술을 위한 것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했어. 물론 구실이었지. 스팍은 벌칸으로서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자신이 '커크에게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그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커크는 스팍의 눈빛을 통해 그가 자신을 상당히 복잡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것이 벌칸에게는 일어나기 힘든 '감정'이라는 것도 알았지. 커크는 타인이 자신을 보는 선망 혹은 욕망의 시선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었거든. 커크는 벌칸으로부터 그런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고, 자신감이 충만해졌지. 이야, 벌칸, 그것도 벌칸 남자를 홀리는 내 매력이란! 이럼서. 결국 그때부터 커크의 장난기가 발동되고 말았어.
커크는 모두가 아다시피 카사노바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건 바로 그가 치고 빠지는 것을 잘 했기 때문이었지. 밀당이라고 해야 좋을까? 옴므 파탈이라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이 한 번 찍은 상대를 공략하는 것을 즐겼고, 그가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왔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끊임없이 장난을 쳤지. 그와 하룻밤을 자게 되면 그제야 그의 목적이 달성되는 거였어. 물론 한 번 잔 상대와 다시 자는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커크는 모든 여자에게 꽤나 살갑고 다정해서 함께 잤다고 해서 그 관계가 와장창 깨지는 일은 없었지. 여자들은 그의 엉덩이가 가볍다는 것을 알았지만,그와 가깝다는 것이 삶에 해가 되지는 않았기에 그대로 관계를 유지했어.
그러니까 커크의 모든 관계의 목적은 섹스 외에는 별 거 없었다는 얘기야. 그는 감정 따위로 정력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어. 감정은 그에게 애들 장난에 불과했지. 그래서 커크는 스팍이 자신에게 다소 감정이 있음을 확인한 순간 그것을 즐기기로 했어.
교관님.
질문이라도?
이번에는 제가 적이라고 상정하고, 교관님께서 막아보시죠.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훈련이었지. 하지만 커크가 싱글싱글 웃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어. 스팍은 커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 미심쩍었지만 오케이를 했어. 결과는 평소와 같았지. 스팍의 팔을 세 번 정도 막아낸 게 발전이라면 발전이었달까. 커크는 헉헉대며 스팍의 발치에 쓰러졌어. 스팍은 그런 그를 가만히 주시했지. 커크가 투덜거렸어.
좀 일으켜주면 지문이 닳는답니까?
스팍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지. 평소라면 그런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겠지만, 커크였기에 가능했어. 그리고 그랬기에 스팍은 그대로 커크의 수에 넘어가고 말았지. 커크는 스팍의 손을 잡자마자 자기 쪽으로 세게 끌어당겼어. 방심한 스팍은 그대로 커크의 위에 쓰러졌지. 커크는 스팍을 껴안고 킬킬 웃었어.
적에게 손을 뻗으면 안 되죠. 교관님.
자신이 말했던 것을 그대로 되돌리듯 말하는 커크였어. 한 방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스팍은 서둘러 일어나려 했지. 하지만 커크가 슬슬 손을 움직여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었어. 스팍의 움직임이 즉시 멈췄지.
지금 뭐하는 거지, 커크 생도?
미인계요.
천연덕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의 커크는 도저히 혼을 낼 수도 없게 웃고 있었어. 커크의 손이 스팍의 허리에서부터 등줄기를 따라 서서히 올라왔지. 한 손은 그의 상의를 들추려 하고 있었어. 스팍은 그의 손길에 거의 전율을 느끼고 그를 밀어냈지. 커크는 순순히 밀려났어. 두 손을 든 채로 항복한다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지.
그런 전술을 가르친 기억은 없는데.
그래요?
커크는 능글맞게 웃었어. 그 끈적한 웃음에 스팍은 대화의 주도권을 그에게 뺏긴 듯한 기분이 들었지. 차라리 반항하거나 도망다닐 때가 나았어. 스팍은 커크의 이 변화가 무엇에서 비롯된 건지, 또 무엇을 위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 자신이 커크의 공략 상대로 찍혔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스팍이었어.
날이 갈수록 커크의 노골적인 태도가 분명해졌지. 스팍을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오게 하려는, 커크의 장난 아닌 장난이 가속화됐어. 누가 봐도 커크가 스팍에게 작업을 걸고 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은 다 했지. 이에는 전혀 감정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스팍을 곯려주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당사자인 스팍은 영문을 모르고 당황스러울 뿐이었어.
커크는 과제를 제출하거나 그에게 지시를 받을 때도 굳이 스팍의 가까이에 와서는 접촉을 했지. 말 그대로 몸을 부대꼈어. 대련할 때는 더했고. 스팍의 귀를 쓸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것은 일상다반사였지. 스팍이 잔소리를 해도 그때뿐이었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살살 웃으면 끝이었지. 게다가 모두가 꺼려하는 스팍 곁에 딱 붙어서는 '교관님!'하면서 살갑게 구는 게 여우같은 소녀들 못지 않아서, 스타플릿의 생도들 입을 떡 벌어지게 했어. 물론 커크를 알만큼 아는 생도들은 저것도 일련의 장난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스팍은, 커크가 그렇게 구니까 상당히 놀랐어. 저도 모르게 커크와의 접촉을 즐기긴 했어도 커크가 먼저 다가오니까 그것을 전부 감당할 수가 없었던 거야. 혹시 자신의 감정을 들킨건가 싶기도 했지. 결국 스팍은 마음을 정했어. 스팍은 커크에게 그 이상 감정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았어.
오늘로 격투술 훈련은 끝이다.
커크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 스팍이 그렇게까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왜요?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만큼 진전이 있었으니까.
스팍은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그대로 몸을 돌렸지. 커크는 당황했어. 이게 뭐지?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보통 여자들과는 다른 패턴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커크가 눈살을 찌푸렸어. 이대로 스팍에 대한 장난을 끝내야 하나? 아니, 그것보다도, 정말 나에게 마음이 있기는 했던 건가? 커크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었지.
교관님!
커크는 스팍에게 쪼르르 달려갔어. 스팍은 마지못해 돌아섰지. 그는 커크와의 접촉을 갈구하게 될까봐 두려웠어. 그리고 그동안 커크가 살갑게 굴었던 것에 자신도 모르게 적응한 상태였지. 그래서 스팍은 커크에게 더 마음을 두지 않으려 했어. 감정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벌칸에게 가장 큰 독이 되니까.
무슨 일이지?
커크는 스팍을 불러놓고도 그 자리에 서서 머리를 긁적였어. 일단 그를 멈춰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그를 세워놓고 보니 딱히 할 말이 없는 거야. 뭐라도 말을 해야겠는데 마땅한 문장이 생각나지 않았어. 빌어먹을, 커크는 답답했어.
용건이 없으면 가보지.
냉정하게 몸을 돌리는 스팍이었어. 커크는 그 모습에 더 상처를 받았지. 망할, 자신을 끈덕지게 쳐다볼 땐 언제고 훈련이 끝나니까 그대로 내빼? 커크의 복수심이 불타올랐어. 우선 스팍이 자신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야 했어. 그리고 신나게 뻥뻥 차는 거지. 커크는 그렇게 스팍을 꼬실 계획을 세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