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커크 그리고 스팍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 위: 19금 (NC-17)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 의: 스타트렉 리부트 기반, 다크니스 스포주의
한마디: 본즈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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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이란 무엇일까. 상실이란 또 무엇일까. 스팍은 침묵을 씹으며 골똘히 사고했다. 몇 번이나 입 안에서 굴리고 핥아 차츰 원형이 되어가는 작은 사탕처럼, 그런 감각에 무뎌질 수 있을까. 그는 잃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고향, 어머니, 완전한 벌칸으로서의 삶- 혹은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삶, 있었을지도 모르는 친구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되찾은 것. 제임스 커크.
스팍은 떠올렸다. 그가 자신을 거절했을 때 얼마나 상실감에 시달렸던가를. 그리고 얼마나 큰 절망감이 자신을 잡아먹었는지를.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몇 번, 벌칸에게 있어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는 감정 표출도 여러 번.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스팍은 끊임없이 내면의 자신에게 자문을 구했다.
자신은 그를 사랑한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한다. 그렇다면 만약-.
그가 본인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의사에 따라 그를 사랑하는 것을 중지해야 하는가. 혹은, 나의 의사에 따라 계속 그를 사랑해야 하는가.
스팍은 점차 복잡해지는 질문에 짧게 숨을 토하고 입을 다물었다. 스팍은 과학자였지 독심술사가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을 토대로 예상되는 부차적 사실을 예측할 뿐, 그의 심리와 생각을 완전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종족적 특징 (이자 장점) 중 하나인 본드였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무능력한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때마침 터보 리프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만 가득찬 발걸음 소리가 브릿지를 울리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왜 부르셨습니까, 잘나신 부함장님?"
"개별적으로 얘기하지."
스팍과 맥코이는 자리를 이동했다. 여전히 한쪽 눈썹을 심하게 찡그리고 틱틱대는 맥코이는 일전 커크와 칸의 일로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맥코이 또한 커크의 친우이니만큼, 칸의 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라고 스팍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타개하는데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지.
"칸이 현재 함장님을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니, 칸을 제압하기 위해 전략을 짤 것을 제안한다."
"그럼 왜 장교급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맥코이가 팔짱을 낀 채 되물었다.
"그가 의심할 가능성이 높아. 함장님을 배제하고 최소의 인원으로 진행한다. 먼저 가능한 플랜에는 3가지가-."
맥코이가 스팍의 말을 끊었다.
"잠깐! 짐 없이 진행하겠다고? 그거 월권 행위인 건 알지? 걸어다니는 규정집 양반아?"
"그 호칭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지. 현재 함장님께서는 1순위 위협인 칸에 의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태야. 부함장인 내게 권한이 있어."
"이 머저리 같은-."
맥코이는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그 또한 복잡하게 생각하는 듯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내려가서 짐이랑 무슨 얘기 했어? 아니, 애초에 왜 너같은 고블린이 실종되었던 건데?"
"함장님과 칸이 내려오도록 의도적으로 행동했어. 저곳에 칸을 두고 이 별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함장님께서는 내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셨고-, 결국 마인드멜드를 통해 그가 협박당한 사실과 칸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음을 일부 알아냈지. 이것으로 의문점이 충분히 해소되었다면 플랜에 대해 다시 설명하겠어."
맥코이가 입을 떡 벌렸다. 스팍은 그 반응에 다소의 의아함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만. 동의하지 않았다고?"
"칸을 두고 간다는 내 계획에 찬동하지 않으셨다. 또한 마인드멜드도 거부하셨지."
"그런데, 너, 방금 그 마인드멜드인지 뭔지 했다고 말했잖아."
스팍이 긍정했다. 전혀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한 듯한 얼굴이었다.
"그렇지. 그가 자의로 내게 허락할 일은 확률적으로 일어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강제로 해야만 했어. 닥터 맥코이. 이해하지 못하나? 칸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함장님을 차지하고 있어. 당신이 좋아하는 문학적 비유를 예로 들자면 그를 '잠식'하고 있지. 함장님은 그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맥코이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었다. 스팍은 그제야 그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를 파악하고 멈칫했다.
"스팍!! 이 생각없는 자식아!"
"그 호칭은 부적절해. 나는 충분히 사고하고 거듭 고려하여-."
"아. 그래? 그럼 이 병신아!!!"
스팍이 이에 대한 항변을 할 새도 없이 맥코이가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네가 한 짓이랑 칸이 한 거랑 뭐가 달라?? 마인드멜드라고 했어? 어? 그 정신융합인지 뭔지, 그걸로 머리를 들쑤셔 대면 짐이 좋아라~ 하면서 받아줄 것 같아? 아무리 본인이 지금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 해도, 그걸 네가 나서서 해결해 준다고 하면, 짐 커크 그 자존심만 센 자식이 감사해 할 것 같냐고!"
내심 찔리면서도 스팍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나중에는 감사하겠지. 일단 나는 그의 연인이니, 그를 책임질 의무가 있어."
"의무 좋아하시네. 네가 주장하는 건 권리야. 네 마음대로 할 권리."
결국은 스팍이 인상을 썼다. 맥코이 또한 스팍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모두 그를 위해서야."
"그런 말로 포장하지 마." 맥코이가 거진 으르렁거렸다.
"1차적으로 엔터프라이즈를 위해서고, 2차적으로 그를 위해서야."
"그만하라고. 너 진짜 짐 커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한숨을 내쉬며 맥코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 반응에 스팍 또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이에 못지 않은 질투가 치솟았다. 맥코이가 커크의 오랜 친우이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했다. 하지만 주먹은 이해하지 못했다.
쾅, 하고 스팍이 컨퍼런스실의 책상을 내리쳤다.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실금이 뻗어나갔다.
"모른다. 스타플릿 아카데미에서 그를 만나기 전의 일들은 알지 못해. 그가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해. 하지만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은 알아. 그가 나를 사랑한- 사랑했다는 것도."
스팍의 감정 표출에 맥코이가 놀랐는지 팔짱을 풀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상은 풀지 않은 채였다. 스팍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도 놀라웠으나 그가 그렇게까지 감정에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기에, 맥코이 또한 스팍이 진심으로 커크를 깊이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말았다. 방법이 너무도 틀렸을 뿐.
"하지만 그가 나를 거절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아. 나의 어떤 행동이 그를 화나게 했는지 말해주지도 않아. 닥터 맥코이. 나는 이런 방식 밖에는 알지 못해."
"그를 존중해(Respect him)."
맥코이가 툭, 던졌다. 짧은 두 단어가 순간 제대로 맞물리지 않았다. 스팍이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를 존중해. 닥터 맥코이. 함장으로써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아니, 그냥! 그냥 그의 의사를 존중하라고. 솔직히 말할게. 내가 봐도 그놈이 멍청하고, 답이 없고,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긴 해. 규칙도 밥먹듯이 어기고."
옳은 말이군, 스팍이 긍정했다. 맥코이는 그런 스팍에게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 녀석도 그것밖에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너랑 똑같다고. 쌍으로 멍충한 자식들아. 그 녀석이 뭔가 제대로 못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그게 제임스 커크야. 바보같이 탐사에 내려가서 심심하면 다쳐오는 게 이해가 안 가? 그게 제임스 커크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 스팍이 입을 다물었다.
"젠장, 내가 대체 왜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빌어먹을. 짐이 생각이 없어 보여도, 생각하고 고로 존재하는[각주:1] 하나의 인간이야. 아무리 그를 위해서라고 해도 기분 나쁜 일은 기분 나쁜 거야. 알아들어?"
스팍은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쩌면, 입을 열지 못하는 건지도 몰랐다. 스팍은 미간을 모으고 곰곰히 생각했다. 맥코이의 말이 일부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분명 자신의 잘못도 존재했으며, 커크의 잘못도 있었다. 그것은 둘이 차근차근 이야기하며 풀어나가야 할 일이리라.
맥코이는 씩씩대며 모든 속을 풀어내고는 쳇, 하며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땀이 났다. 자신도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한 주제에 잔소리라니, 그럴 자격이 되나 싶었지만 커크나 스팍이 이런 식으로 어긋나는 건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파멜라는, 나는 파멜라에게 잘 했던가. 이런 것을 진작에야 알았다면 그런 식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긴 한숨을 내쉰 맥코이가 스팍을 돌아보았다. 스팍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고 여느 때보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에 걱정이 된 맥코이가 짐짓 투덜거리며 물었다.
"알고 나니까 무섭냐? 고맙다는 인사는 됐어. 분명 금방 화해할 수-."
"맥코이."
"응?"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스팍이 양 주먹을 세게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맥코이가 의사의 직감으로 급히 다가가 스팍을 살폈다. 저체온인 벌칸의 특징상 땀은 흘리지 않았지만, 땀구멍이 있었다면 땀을 줄줄 흘릴 것 같은 모양으로 스팍이 이상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본드가 다시 연결됐어……." 스팍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본드? 뭐?"
"현재 칸이 함장님과 관계하고 있고, 나는 정신적 연결로 그걸 느낄 수 있어. 맥코이. 말해봐.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참아야 하나? 이 상황을 존중해야 해? 조언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