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브릿지에 있던 스팍은 긴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장교급 호출로 커크를 불러냈다. 커크는 칸과 함께 컨퍼런스실로 내려왔다. 여전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스팍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함장님으로 인한 감정 소모가 너무 크다고 판단, 지속하던 행위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스팍은 옆에 있던 맥코이를 끌어당겨 팔짱을 꼈다. 맥코이는 사색이 되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치프 메디컬 오피서와 교제할 생각입니다. LLAP."
칸이 커크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그 또한 동의한다는 표정이었다.
"논리적인 판단이군."
커크는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벌렸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친구와 애인을 동시에 잃은 셈이었다.
스팍은 말없이 맥코이를 끌고 컨퍼런스실을 나섰다. (맥코이는 목석처럼 굳어 있었다) 등뒤에서 커크가 땡깡을 부리며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팍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계획대로군.'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커크의 쿼터였다. 침대에 누워있던 칸의 말에 커크가 고개를 저었다.
"스팍 눈새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걸로는 부족하지. 더 괴롭혀줄거야."
"원하는 대로."
커크가 칸 앞에서 팔짱을 끼고 훈계하듯 지시했다.
"연기 제대로 해. 막 질투심을 유발시키라고."
"날 못 믿나?"
칸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잊지 말라는 듯 당부했다.
"입금 계좌는 벤젠스 231-74611-72다."
[NG]
"하아, 칸……."
커크가 반쯤 눈을 내리깐 채 입을 열었다. 칸이 커크의 목을 입술로 쓸었다. 그 순간이었다.
"NG!!"
감독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스텝들이 전부 아우성을 쳤다. 24번째 NG였다.
"커크씨, 좀더 애타는 표정으로. 지금 너무 싫다는 표정이잖아. 다시 한 번 갑시다."
커크가 머리를 긁적이고 중얼거렸다.
"미안."
"미안할 것 까지야. 커크,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게 몸과 마음을 맡겨."
"응……."
얼굴을 붉힌 커크가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칸의 입술이 아니라 혀가 그의 목덜미를 쓸었다.
'대본대로 해……!!' 커크가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
쾅. 그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부서졌다.
"사고였습니다." 스팍이 카메라에 주먹을 박은 채 무덤덤하게 말했다.
(결국 칸과 커크는 그 장면을 다시 찍어야 했다)
* 4월 1일 만우절 특집으로 본편에는 포함되지 않는 에피소드입니다^,^
* 4컷 만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실력이 안되어 글로 쓰네요ㅋㅋㅋㅋㅋ
* 본편은 내일쯤(4/2)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