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커크의 관계에 대하여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것이 제임스 커크의 입버릇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그는 되돌아오지 않는 공허한 외침에 지독하게도 당한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에는 도통 길들여지지 않아서, 그는 그러한 상태를 매우 싫어했다. 


종알종알 떠들어도 되돌아오지 않는 반응이라든가. 

좋은 성적을 자랑스레 내보여도 돌아오는 건 무관심이라든가.

그러다가 결국은 자신을 떠나버린 '그 어머니'라든가.


차라리 말해주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싫으면 싫다고, 증오하면 증오한다고. 차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게 자신을 버릴 바에는, '난 널 견딜 수 없어서, 널 더이상 볼 수 없어서 떠나는 거란다'라고 차라리 노골적으로 말해주었더라면, 미련도 갖지 않았을 텐데. 가볍게 삶을 포기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에 와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가 상처받을까, 그것을 걱정한 거겠지. 그게 아이에게는 어떤 고문이 될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괴로움이 힘겨웠던 거겠지. 끝까지, 지독하게, 친절하고 착해 빠졌던 사람. 혹은 나쁜 말을 해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든지. 아니면 정말로 아무 관심도 없었든지. 말해주지 않았으니 지금까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어느 쪽이든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커크는 둥그런 잔 위를 빙그르르, 손으로 따라 그렸다. 지잉 하고 우는 듯 아릿한 소리가 났다.


그래도 떠날 거라면, 이왕 떠날 거라면, 더 친절하게 '네 이런 부분이 싫었단다'라고 지적해주기를 그는 바랐다. 하다못해 고칠 수라도 있게. 그 이별을 이해할 수 있게. 그렇게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조차 말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바랐다. 그 정도로 간절했다. 


그렇기 때문에 커크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자신이 조심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한 중심 잡기. 이런 일 자체가 일어나는 원인을 봉쇄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꽤나 단순했다. 


아무도 자신의 안으로 들이지 않는 일 말이다. 


유리잔 위의 경계선상에서 살아가는 일. 어렵지 않았다. '안으로도 들이지 말고, 밖으로도 나가지 말라.' 


좋은 교훈이었다.



Posted by 카레우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