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써보는 여성향(브로맨스), 15금, 부농꽁냥깨알달달글입니다.
스타트렉의 커크/스팍으로 이미 사귀는 커플인 설정ㅇㅇ
커크든 스팍이든 리버시블
한편짜리
깔끔하고 정갈한 방이었다. 그 주인을 닮아있는 듯, 가구들조차 흐트러짐 하나 없이 단정했다.
하얀 침대 위에는 죽은 것처럼 똑바로 누워있는 벌컨인 한 명이 있었다. 그의 옆에 놓인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현재 시각은 0530, 이른 새벽이었다. 방 안은 그의 고른 숨소리로 가득했다.
그 때, 스르륵 방문이 열렸다. 수동으로 조정했는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이내 문 틈으로 한 남자의 얼굴이 불쑥 들어왔다. 푸른 조명을 받은 그의 눈동자는 장난기 가득한 강아지처럼 기대에 차 있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들어와 살짝 문을 닫았다.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침대 옆에 섰는데, 그제서야 자고 있는 벌컨인을 놀라게 해주려는 속셈인 것이 분명해졌다. 팔을 번쩍 들어올린 남자는 입모양만으로 하나, 둘-.
"짐."
"으아아악?!"
커크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가, 결국은 사래가 들려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콜록, 콜록!"
"짐. 저는 인간들보다 청각이 예민하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큭, 켁, 켈록!!"
"……."
커크가 침대에 반쯤 쓰러져서 거칠게 기침하자 스팍은 결국 손을 뻗었다. 그는 천천히, 하지만 강하게 커크의 등을 두드렸다.
"이걸로 절 놀라게 하려는 당신의 시도는 38번째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일찍 일어나는 시도는 업무에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겠군요."
"스팍, 언제부터……."
"짐. 이미 몇 번 말씀드렸고, 당신은 잊어버렸겠지만, 저는 이 방에서 승강기 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커크는 잔뜩 기침을 해 눈물이 고인 눈으로 스팍을 올려다보았다.
"참 고맙기도 하지. 그런데 자는 척을 해?"
"가능한 한 충분한 휴식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젠 정말 일어나야겠군요. 캡-."
스팍은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 남았잖아."
커크는 그를 껴안고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졸지에 다시 침대에 누운 스팍은 잠깐 할말을 잃은 듯 보였으나, 곧 눈썹을 꼿꼿이 세웠다.
"캡틴. 이미 수면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눕는 행동은 비논리적입니다. 불을 켜겠습니다."
"켜지 마."
"캡틴. 제가 일어나서 불을 켜야-."
"스팍. 가만히 좀 있어. 입 다물래, 아니면 키스할래?"
스팍은 잠깐 두 제안을 견주어 보았으나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짐. 당신에게는 두 방안 모두 같은 행동을 의미하므로 제게 두 방안 중에 고르라고 하는 행위는 불필요한-."
"그러게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커크가 키득거리며 손을 뻗었다. 그 손가락은 정확히 스팍의 입술에 가 닿았다. 스팍은 입을 벌린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조심스럽게, 섬세한 작품을 만지듯, 커크의 흰 손가락이 스팍의 입술선을 덧그렸다.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는 디지털 시계의 푸른 빛만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커크는 스팍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체온이 높은 편인 그는 벌컨족 특유의 체온이 시원하게 느껴졌고, 이는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스팍은 커크가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듯 쓰다듬는 것이, 사뭇 따뜻하게 느껴졌다.
스팍이 입을 다물자 자연스레 방에는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커크는 그것 보라는 양 싱긋 웃었다.
"이것봐. 얼마나 평화로워. 다시 잠이 솔솔 올 것 같잖아?"
스팍은 이에 다시 대꾸하려 했지만, 커크의 손이 여전히 자신의 입술 위에서 맴돌고 있었기에 그 시도를 포기했다.
커크는 이제 아예 옆으로 누운 채 두 손을 스팍의 얼굴에 댔다. 그가 얼굴을 당기는 것이 마치 강아지가 옷깃을 끌어당기는 듯 해서, 스팍은 어쩔 수 없이 자신도 몸을 살짝 틀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누워 있었다.
"짐……."
스팍의 목소리가 가늘게 새어나왔지만, 커크는 가볍게 쉿, 하고는 두 손으로 스팍의 눈꺼풀을 잡아 내렸다. 힘이 인간보다 세 배는 강한 벌컨이라도, 눈꺼풀조차 세 배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스팍은 순순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그의 귀에 쿡 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부스럭거리는 소리도 함께였다. 커크가 움직이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왜 움직이는지는 스팍도 예상할 수 없었다.
"스팍. 옛날부터 궁금했는데."
"무엇입니까."
"이거 있잖아."
어느새 커크는 스팍의 뾰족한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스팍은 예민한 부분에서 부드러운 움직임이 느껴지자 참을 수가 없어 눈을 번쩍 떴다. 커크는 숫제 스팍의 귀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아아아. 잘 들려?"
"……짐. 제 귀는 마이크가 아닙니……."
"잘 들리네."
스팍이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입을 열었을 때였다.
"캡틴. 벌써 시간이-. 짐!"
평소엔 잘 내지 않는 높은 톤으로 스팍이 목을 울렸다. 커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야금야금 스팍의 귀를 깨무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 세게 물지도 않았건만, 금세 스팍의 귀 끝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스팍은 급히 손을 들어 커크를 떼어냈다. 커크도 호락호락하진 않아서 그의 팔목을 잡아 내리고서야 간신히 그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다.
"뭐하는 겁니까, 짐."
"맛이 궁금했어. 진짜 옛날부터 궁금했다니까. 진짜야."
스팍은 대답없이 커크를 노려보았다. 커크는 자신은 하나도 잘못이 없다는 듯 순진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맨날 귀는 못 만지게 하잖아. 우리가 오늘부터 1일! 뭐 이런 초짜 커플도 아니고 응? 왜 그 정도도 안되는데? 우리가 그런 사이야? 응? 응응?"
말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분홍색 입술이 오물오물하는 것이 마치 붕어가 입을 달싹대는 것 같았다. 스팍은 그 입을 멈출 수 있다면 키스라도 하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그냥 그 입술째로 삼켜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호의 부함장, 그리고 이성적인 생명체인 벌컨족 스팍은 기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시계는 차분하게 0540을 표시하고 있었다.
"캡틴. 일어나겠습니다."
"못 가."
스팍은 커크의 손을 놓으려고 했으나, 그러자마자 커크가 스팍의 목을 안으려고 하는 통에 다시 그의 손목을 잡았다.
"캡틴. 함장과 부함장 모두가 제 시간에 함교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항해가 어려우며, 가능하다 해도 크루들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자체 휴가인 셈 치지 뭐."
스팍이 눈썹을 올렸다.
"스타플릿 규정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캡틴."
"내가 최초로 시작하면 되지."
"그것은 비논리-."
커크는 스팍에게서 팔을 빼내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먹히지 않자, 몸으로 그에게 돌진했다. 예상 외의 습격에 스팍이 뒤로 벌렁 누운 틈을 타 커크는 역으로 스팍의 손목을 잡고 몸을 굽혔다.
"짐. 벌컨이 인간보다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군요."
스팍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마따나, 스팍이 마음만 먹으면 3초 내에 둘의 위치는 뒤바뀔 수 있었다. 이전까지 내내 그랬듯이.
커크는 스팍의 입술이 자신의 볼에 닿을만큼, 그리고 자신의 입술이 스팍의 볼에 닿을만큼 고개를 숙인 채로 중얼거렸다.
"글쎄. '승산 없는 시나리오'는 믿지 않으니까?"
"그것은 일전에……."
스팍이 커크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양이었다. 그가 잠깐 경계가 풀린 틈을 타 커크는 번개같이 움직였다.
"……."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스팍의 이마에 촉, 하고 닿았다가 떨어졌다. 스팍은 숨을 삼켰다. 스팍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커크는 이미 스팍의 눈에도 입맞춤을 선사한 뒤였고, 스팍은 꼼짝없이 눈을 감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스팍은 경험을 통해 커크가 이런 작은 스킨십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가 애정 표현을 하는 날은 자신이 꼼짝없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스팍."
"예."
"불 안 켜는 게 낫지?"
스팍은 그의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하느라 한참을 고민해야했다. 그리고 그가 그에 대한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을 준비가 다 되었을 때쯤에는, 커크가 이미 스팍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놓고 있었다.
벌컨식 키스.
커크는 신중하게 스팍의 손가락 위를 자신의 손으로 훑었다. 이 날을 위해 며칠 동안 연습한 것처럼. 스팍은 점차 손끝에도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커크의 부드러운 입술이 스팍의 얼굴 위를 스칠듯 말듯 쓰다듬는 것, 가끔 혀를 내밀어 간지럽히듯 핥는 것은 견딜 수 있었지만, 손으로 전해오는 감각에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스팍은 벌떡 몸을 일으켜 커크를 잡아 눌렀다.
"아, 아아! 아오!!"
커크가 몸부림쳤지만, 둘의 위치는 완전히 뒤바뀐 채였다.
"스팍! 이건 불공평해!!"
"공평합니다. 짐."
"내가 캡틴이니까 내가 위-."
억울함이 뚝뚝 떨어지게 외치던 커크의 목소리는 스팍의 입술에 덮혀 들리지 않았다.
스팍의 혀가 강하게 커크의 입 속으로 들어왔고, 커크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스팍의 혀와 얽혔다. 둘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서로의 입 안을 탐색했다. 벌칸에게 입키스는 무의미했으나, 그동안 하도 키스를 해오는 커크 덕에 스팍도 지지 않을만큼 경험이 쌓인 터였다.
전투와 같은 키스 끝에 평범한 인간의 폐활량을 가진 커크가 먼저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스팍은 봐주지않고 몰아붙였다. 그는 오히려 커크와 입을 맞댄 채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으?!"
커크가 놀라 얼굴을 떼려 했지만, 누워있는 상황에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스팍은 자체 휴가라는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린 캡틴을 혼내주려는 모양인지, 그렇게 한참을 있은 후에야 커크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졸지에 산소부족 상태를 겪은 커크는 숨을 헐떡였다.
"스팍……."
"왜 부르십니까."
"나쁜 자식……."
"임무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려던 쪽은 당신입니다. 짐. 이제 함교에 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으씨……. 넌 아가미로 호흡하냐? 왜 나만……."
스팍이 커크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커크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씩씩거리며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는 방이었지만, 커크의 푸른 눈동자와 붉어진 눈시울은 그 와중에도 확연히 보였다. 스팍은 이제 정말 일어나기 위해서라도 고개를 돌렸다.
"스팍."
"예. 캡틴."
"한 개만 부탁할게. 좀 억울해서."
"무엇이 억울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말씀하시죠."
"너 우는 거 보고싶어."
스팍이 결국 커크를 돌아보았다.
"그 부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그 순간 스팍은 이해하고 말았다. 커크의 물기어린 눈을 보자마자, 커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커크를 좋아하는만큼, 커크도 자신을 좋아하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
"약속해. 막지 않기."
짐. 그게 벌컨에게 얼마나 고문인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스팍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기꺼이 커크를 향해 돌아앉았다.
"노력하겠습니다."
이번엔 커크가 스팍에게 손을 뻗었다. 마주 앉아서, 이번에는 부드럽고 젠틀하게, 커크가 입술을 열었다.
한쪽 손은 스팍의 손을 잡고 있었다. 세심하게 손을 움직이는 커크 덕택에 스팍은 눈을 꽉 감아야 했다. 커크는 그런 스팍의 반응에도 아랑곳않고 키스를 계속했다.
커크가 다른 손으로 스팍의 머리칼을 쥐고 살짝 뒤로 잡아당겼다. 스팍의 목이 젖혀지면서 몸이 기울어졌고, 커크는 스팍의 아랫입술, 턱에 이어 목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며 키스를 퍼부었다.
스팍은 자연스레 벌어진 입에서 신음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삼켰다. 늘어져 있던 한 손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불을 움켜쥐었다. 뒤로 쓰러질 것 같았지만, 힘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커크는 스팍이 굳은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스팍."
"짐……."
"그냥 누워."
커크가 킥킥대고 웃으며 스팍을 쓰러뜨렸다. 스팍은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커크가 그의 위에 올라타자, 스팍은 겨우 손을 들어 커크의 얼굴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마인드멜드 하려는 거 아니지?"
커크는 이전에도 몇 번 당한 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둘 모두 예민한 상태에서 마인드멜드를 했다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스팍은 그저 커크가 그랬듯이, 커크의 입술을 문질거렸다.
"웃."
부어오른 커크의 입술은 그만큼이나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스팍은 이렇게 약해서는 자존심만 높아서 어떻게든 자기를 덮쳐보겠다고 덤비는 커크가 아주 조금 안쓰러웠다.
"스파악~?"
스팍의 손짓을 읽은 커크는 짖궂게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손 끝마디부터 살짝 살짝 깨물기 시작했다. 귀를 물렸을 때보다도 더 강한 자극이었다. 아랫배에서부터 찌르르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스팍은 이를 악물었다. 커크는 정말이지 못된 데가 있었다. 캡틴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파트너로서는, 가볍고 장난스럽기 짝이 없는 데다가 꼭 혼날 짓을 해서 결국은 큰 코 다치고 마는-.
"짐……."
커크는 스팍의 간절한 부름을 무시하고 키스에 열중했다. 부드러운 터치감만 느껴지던 키스는 어느새 깨무는 키스가 되어 있었다. 스팍은 커크의 이가 스칠 때마다 움찔거리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기 위해 벌컨식 명상을 시도해야할지 고뇌했다.
'Rrrrr'
하늘이 도왔는지, 때마침 스팍의 통신기가 울렸다.
"받지 마."
"하지만 짐-."
"저거 분명 엄마야."
커크는 스팍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입은 멈췄어도 그놈의 꼼지락거리는 손은 가만히 있질 않아서, 스팍은 간신히 눈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0600이었다. 함교에 0700까지는 나가야 했다.
"받지 말라니- 스팍!"
스팍은 커크의 가슴을 잡아 누르고 통신기에 손을 뻗었다. 커크가 있는 힘껏 버둥거렸지만, 스팍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는 침대 옆 협탁에서 통신기를 낚아채 버튼을 눌렀다.
"망할, 짐!! 아침부터 빌어먹을 레슬링 같은 연애질 그만하고 함교로 당장 내려와!"
확실히, 엄마는 엄마였다. 그는 커크의 통신기와 패드가 모두 연락 두절일 때 어디에서 그를 찾아야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상황을 훤히 보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건 제 통신기입니다. 닥터 맥코이. 그리고 기술적으로 함교는 최상층부에 있으므로 올라오라는 표현을-."
"스팍!! 이 고블린아, 아침부터 애 붙잡아놓고 뭐하는거야!"
비난의 화살이 스팍에게로 향하자, 커크가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 아냐! 본즈! 내가 여기 온 건데……."
"어이구, 잘났다, 그래.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걸 대체 왜 당직도 아닌 내가 알려야 하는거야? 난 의사지 항해사가 아니라고!"
수화기 저편에서 '독따 맥꼬이가 몬저 욘락하게따고 하셔씀니다!'라는 체콥의 목소리가 들렸다. 커크는 피식 웃고 말았다.
"너 시끄러! 하여튼, 당장 올라오지 않으면 서로 방에 출입금지 시킬 거니까 그렇게 알어!"
"세상에. 본즈. 누구한테 명령하는거야. 내가 캡틴인데?"
"너 아직 출근 안했잖아!!"
본즈는 빽 소리를 지르고는 통신을 끊어버렸다. 스팍은 통신기를 든 채로 물끄러미 커크를 내려다보았다. 커크는 누워서 재미있다는 듯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아이고, 본즈. 귀여워 죽겠다니까."
창문이라고는 없는 함선 내 방이었기에 여전히 어두웠다. 일어선 스팍의 그림자에 커크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스팍은 불현듯 시계를 보았다. 0605. 시간은 충분했다.
"라이트 온."
"악! 스팍! 내 눈……!"
스팍의 목소리에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고, 커크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침대에서 약 삼십 분을 굴렀음에도 불구하고 스팍은 여느 때처럼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부스스한 앞머리를 정리하며 커크를 눈여겨보았다. 스팍이 단정함의 상징이었다면 커크는 흐트러짐의 상징이었다. 그의 캐주얼한 후드는 반쯤 지퍼가 내려간 채로 올라올 줄을 몰랐다. 더불어, 커크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스팍이 살며시 손을 뻗어 커크의 양 볼을 잡았다.
"아까 질문하신 것에 대한 대답은."
"뭐……?"
커크는 가까스로 손을 내리고 눈을 껌뻑거렸다. 푸른 크리스탈, 봄베이 사파이어, 워프 코어의 색깔 같은, 인간 중에서도 정말이지 인간적인 눈동자. 스팍은 그 바다 위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불을 켜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당신의 눈을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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