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커크 그리고 스팍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 위: 19금 (NC-17)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 의: 스타트렉 리부트 기반, 다크니스 스포주의
한마디: 오늘부터 폭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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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휴식 시간이야? 10분, 그 정도밖에 안 지났어! 말이나 돼? 그쪽이 숨기는 게 있겠지!"
복도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가는 커크를 따라 맥코이도 걸음을 빨리했다. 커크는 즉시 리프트에 탑승했고, 우후라는 빠르게 앞서 일어난 일들을 요약해서 보고했다.
"휴식을 요청한 것은 저희 측입니다."
"뭐?" 커크가 눈을 황망하게 떴다.
"스팍 중령님께서 휴식을 요청하셨고, 보안 회선으로 아레비크의 저의를 간파했다고 말씀하신 후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긴급 보안 프로토콜에 따른 연락이 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함장님."
2차 협상 재개까지 3분 남았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커크의 귀에 직접 들어왔다. 리프트의 문이 열리자마자 술루가 벌떡 일어섰지만, 커크는 손을 저어 술루를 다시 의자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커크는 그 와중에도 흘깃 칸을 살폈다. 그는 변함없는 얼굴로 자리에 앉아 커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직접 간다. 칸이 나와 동행해. 프로토콜대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 즉시 중립 행성 전체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지원을 보내. 알겠지, 술루? 믿는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술루 또한 다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크로노스에서 스팍과 커크가 칸을 찾기 위해 내려갔을 때 대신 함장의 자리에 앉았던 것처럼 결연한 표정이었다. 모두가 분주히 손을 움직였고, 칸은 벌떡 일어서서 커크를 향해 다가왔다. 커크의 뒤에 서 있던 맥코이만이 머리를 저으며 그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함장과 부함장이 모두 내려가는 건 규율 위반이라고 스팍이 누누히 말했을텐데?"
"내가 언제나 그 반대에 반대했던 거 알잖아."
커크가 씁쓸하게 웃고 칸과 함께 리프트에 들어섰다. 맥코이는 그런 커크를, 도저히 붙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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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돌아가는군. 규약 3조라고?"
커크는 칸의 말에 내심 찔렸으나 아무렇지 않게 리프트의 문을 노려보았다. 칸이 이렇게 나올 줄 예상한 바였다. 그는 브릿지에서는 함장인 자신의 권위를 인정해주었으나, 단둘이 있으면자신의 이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만약 그가 마음을 바꿔 브릿지에서조차 자신을 압박하려 든다면-. 아마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엔터프라이즈가 그의 손아귀에 빠졌다는 사실을. 커크는 자신이 칸에게 다시 한 번 이용당하는 그러한 장면을 다시는 크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예민하게 구는 건 네 쪽이지. 난 스타플릿 규약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 협상은 나 혼자로도 충분해."
하지만, 칸이 운을 뗐다. 커크는 칸이 내뱉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심장 깊숙한 곳을 여지없이 찔러왔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것을 간파했다. 그가 직접 말했던 대로. 모든 것의 모든 것을.
"넌 그가 걱정되서 달려가는 게 아닌가?"
때마침 리프트의 문이 열렸다. 커크는 칸에게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걸어나가 전송기 위치에 섰다. 스콧이 레버를 잡고 있었다. 칸은 얼굴에 미묘한 표정을 띄운 채 커크의 옆에 나란히 섰다.
"2분 남았슈. 함장 나리."
"말할 시간도 아까워. 전송해."
"몸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목적이 협상이 아닌 것 같으니까, 라는 스콧의 말은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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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의 예상대로였다. 커크는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둘의 생각이 반쯤 공유되고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칸을 데리고 중립 행성으로 내려왔고, 아레비크 종족들의 앞에 섰다. 스팍 또한 본드를 통해 커크가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1차 협상자와 다르군."
가벼운 갑옷을 걸친 아레비크 종족 대표가 커크와 칸을 맞이했다. 회의장 안에는 종족 대표를 비롯해 한 명의 보좌관, 그를 호위하는 군인 두 명과 중립 행성 소속의 중개자- 이를테면 평화유지군이 회의장을 지키고 서 있었다. 카다시안 계통이라는 아레비크 종족은 일반적인 카다시안과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종족이었으며, 안면에 돌기가 솟아있는 게 특징이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죠. 전 행성 연방 스타플릿 소속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제임스 T. 커크고 이쪽은 부관인 과학자 칸입니다."
"우리의 협상 조건을 듣자마자 휴식을 요청한 뒤 협상자를 바꿔 내보낸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군. 커크 함장."
"그쪽이 신경쓸 필요는 없는 문제입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건 행성 연방 가입이죠. 심지어 듀테륨을 제공하겠다고. 그렇다면 우리로부터 정말 원하는 게 뭡니까?"
커크의 예리한 질문에 칸이 눈썹을 움직였다. 듀테륨이라면 원자로, 특히 워프 코어에 필수적인 물질이었다. 워낙 희소하여 대량으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은 고가치의 물질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것을 행성 연방에 제공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동시에, 믿기 힘든 제안이었다.
"말했다시피 평화와-."
"평화와 동맹으로서의 안전 보장. 그것뿐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대표님. 행성 연방은 연방 전체의 안전을 위해 가입 당사 종족을 검증할 의무가 있습니다. 듀테륨 저장고를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제안을 의심한다는 뜻이었다. 다소 무례한 커크의 말에 아레비크 종족 대표가 불쾌한 듯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커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좋다."
대표가 몸을 일으키자 커크와 칸 또한 일어섰다. 커크는 칸의 어깨를 짚었다.
"칸이 직접 확인할 겁니다."
그들이 동의하고 앞장섰다. 칸은 뒤에서 커크의 멱살을 끌어당기고 속삭였다.
"날 사지로 몰아넣는군. 제임스."
"알아서 살아남아."
커크의 대꾸에 칸이 피식 웃었다. 그들의 제안 자체가 거짓이라면, 지금 안내하는 것 또한 함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원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협상하러 내려온 자들 일부를 죽이고 카다시안으로 돌아가면 끝이었다. 그들이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은 한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부디 살아있는 그를 찾길 바라지."
"네 시체 정도는 수거해줄게."
칸이 비꼬자 커크가 맞받아쳤다. 곧 칸은 그들을 따라 어딘가로 향했고, 대표와 보좌관을 비롯하여 평화유지군도 모두 자리를 비웠다. 그들은 회의장 밖에서 통로를 지킬 터였다. 홀로 남은 커크는 즉시 커뮤니케이터를 열었다.
"스카티. 혹시 점검 다시 할 수 있어?"
"뭐라굽쇼?"
"중요한 일이야. 칸이 엔터프라이즈에 무슨 짓을 해뒀는지 모르는데, 잘못하면 폭발할지도 몰라."
커뮤니케이터 너머로 스콧이 길게 욕설을 쏟아붓는 소리가 들렸다. 커크는 잠시 커뮤니케이터를 멀찍이 들고 있다가 다시 가까이했다.
"어, 스카티?"
"니미럴 칸이 그 짓을 할 때꺼정 뭘 한거요! 대체!!"
"...풀점검 다시 하고, 알아낼 때까진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엔진인지 워프 코어인지 뭔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커크가 커뮤니케이터를 닫고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스팍 또한 어딘가에서 멀쩡히 있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도 본드 때문이겠지. 칸도 내보냈고 스콧에게 명령도 내렸으니 이제 스팍을 찾는 일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째서 갑자기 모습을 감춘 걸까. 그것도 안전 요원들도 모두 데리고. 그가 알아냈다는 아레비크의 저의는 무엇일까. 그는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커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
마음속의 질문에 분명한 대답이 들려왔다.
"저는 여기 있습니다."
스팍의 목소리였다. 커크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어느새 회의실 안에 들어왔는지, 스팍이 자신의 옆에 꼿꼿이 선 채 뒷짐을 지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은 모습에 걱정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커크는 활짝 웃었다.
"스팍!!"
커크가 벌떡 일어나자 스팍이 그의 어깨를 눌러 강제로 다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팔걸이를 짚은 채 몸을 기울였다. 졸지에 스팍의 팔 안에 갇힌 커크는 의아한듯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상태로 점점 스팍의 얼굴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커크는 천천히 표정을 굳혔다. 스팍의 손이 마인드 멜드를 하려는 것처럼 자신에게 다가왔다.
스팍은 커크와 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칸이 없는 지금이 기회였고 이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기실 본드로는 완전한 것을 볼 수 없었다.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불완전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마인드 멜드가 필수였다. 스팍에게는 지금 당장, 그것이 필요했다. 그것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