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NC-17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커크텀 주의, 유혈(?), 앵슷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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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말해."
"없다고 했을텐데."
구금실 안에는 칸이 서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서 있는 것은 스팍이었다. 그는 눈썹 한쪽을 치켜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함장님의 신체에 일어난 현상을 설명해."
"나의 가족이 되는 과정 또는 열등한 쓰레기가 되는 과정이지."
"의미가 불분명하군."
칸이 나직이 비웃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다시 자신의 선원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정기적으로 피를 뽑히는 일, 그것뿐이었다. 자신이 거부한다 해서 거부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제임스 커크의 생명 유지 장치와 다름없었고 제임스 커크는 자신의 피를 통해 시한부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것조차도 우스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더 웃기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제임스 커크가 칸과 같은 유전자 조작 인간으로 변해가다니!
"혈청의 성분만으로는 몸의 유전자 전체가 변화하는 것이 불가능해. 무슨 방법을 쓴 거지?"
"열등한 것은 제거되기 마련이지. 우월한 피로는 불가능한 게 없어. 잡종 벌칸."
칸의 눈동자에 경멸과 조롱의 빛이 떠올랐다. 스팍은 담담히 그 눈빛을 받아냈다.
"그를 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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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는 의무실 베드에 묶여서 누워 있었다. 그는 혼미한 정신으로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날 죽여, 본즈... 날 죽이라고......."
옆에서 하이포를 들고 있던 본즈가 욕설을 내뱉었다.
"닥쳐, 짐. 시간이 다 되서 그런 거니까, 조금만 참아."
"아냐... 안돼. 그 혈청은......."
"이게 널 살리는 거라고. 빌어먹을, 가만히 좀 있어!"
서서히 정신이 돌아온 커크가 몸부림을 쳤다. 더 혈청을 맞는다면 칸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 커크는 절대로 그런 자식과 같은 종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빌어먹을 놈의 피로 연명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것은 삶이라고 할 수 없었다! 기생체, 흡혈귀, 괴물, 뭐든지, 뭐가 됐든지 간에, 끔찍했다!!
커크가 몸을 뒤틀자 그를 잡아맨 침대가 세게 흔들렸다. 간호사들이 전부 달라붙었다.
"치워.......!"
커크를 묶었던 줄이 끊어졌다. 맥코이가 그에게 달겨들었다.
"짐!!"
커크의 손에 의해 맥코이는 멀리 날아갔다. 간호사들 또한 나가떨어졌다.
급히 메디컬 베이에서 달려나온 커크는 죽기 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뚜렷하게 떠올랐다.
"기대대로군."
칸의 말에 커크가 눈을 치켜떴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칸이 편하게 앉아 있었다. 커크는 함장의 권한으로 구금실 포스 필드를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에서 다시 벽이 닫혔다.
"컴퓨터. 구금실 보안 레벨을 최고로 올려."
함장 이외의 권한으로는 구금실을 열 수 없도록 조치하고, 커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게다가 칸과 같은 힘도 얻었으니, 이 힘으로 칸을 두들겨 팬다면 적어도 원없이 다시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크는 얼굴을 굳히며 칸에게 말했다.
"네놈처럼은 되지 않을 거다."
"여전히 지능은 열등하군."
커크가 고함을 지르며 칸에게 달려들었다. 그를 쫓아 크로노스에 갔을 때처럼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온 힘을 다해 공격했다. 칸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젠장...! 젠장!! 네가... 네가 뭐라고!!"
그것이 더 화가 났다. 그가 아파하는 모습이라도 보인다면 기분이 풀릴 텐데. 미안하다는 사과라거나 반성하는 모습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저 내가 고통스러웠던 만큼 그도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는데.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 그 죽음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데.
칸을 깨우고 협박했던 마커스 제독은 그에 의해 죗값을 치뤘고, 칸의 다른 가족들은 모두 냉동된 채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파이크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죽임을 당했어야 했지? 살인자 칸은 여기에 멀쩡히 살아 있다. 빌어먹게도 자신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원망의 대상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 그 사실이 소름끼치도록 끔찍했다.
"죽어버려!!"
그래야 나도 죽을 수 있어.
칸을 집어던진 커크가 숨을 헐떡거렸다. 벽에 세게 부딪친 뒤 바닥에 떨어진 칸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커크는 눈을 깜빡였다. 타임아웃이 다가오고 있었다. 칸의 혈청을 주입받지 않으면, 곧 죽겠지. 하지만 칸의 혈청을 주입받으면, 칸과 같은 족속이 되겠지. 어느 쪽이든 끌리진 않았지만 죽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한 것만은 분명했다.
커크가 비틀거리자 칸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놔, 새끼야...!!"
그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한 칸이 중얼거렸다.
"혈청. 받지 않았군."
"그래, 자식아. 이제 자유로워질거야....... 뒈질 거라고. 네놈 따위한테 도움 받지 않아..."
칸이 손을 들어 자신의 팔을 세게 그었다. 금방 붉은 피가 솟아올랐다. 커크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뭐야......!"
"먹어."
"미친 새끼...! 꺼져!!"
커크의 등이 구금실 벽에 부딪혔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황급히 주변을 더듬었지만,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커크는 혼미한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하며 미친듯이 중얼거렸다.
"미친 놈... 미친 자식...!"
칸이 커크를 붙잡았다. 커크는 온 힘을 다해 칸을 뿌리치려 했지만, 이미 기력이 빠진 상태였다. 커크가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그를 거부하자 칸은 별수 없다는 듯 입에 자신의 피를 머금었다.
"혈청으로 분리할 필요 없어. 이걸로 충분해."
"날 죽게 내버려 둬...!!!"
커크가 발버둥치자 칸이 커크의 두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커크의 머리채를 뒤로 잡아당겼다. 커크의 목이 젖혀졌다.
"커헉, 놔...! 제발...!!"
칸은 자신의 입을 커크의 입으로 가져갔다. 검붉은 피가 커크의 입으로 쏟아졌다. 커크는 그것을 삼키지 않으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칸의 피가 자신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비참함과 무력감에 못이겨 눈물이 나왔다. 칸은 무자비하게 자신의 피를 커크의 목구멍에 부어넣었다. 기침이 나왔지만, 칸은 자신의 팔에서 피를 빨아들일 때 빼고는 그것을 멈춰주지도 않았다.
"하아, 하악, 켈록! 켈록!!"
커크가 피를 도로 토해낼 지경이 되어서야 칸은 잠시 멈췄다. 커크의 얼굴은 피와 눈물로 범벅된 상태였다.
"하아, 하아, 하아... 개새끼......."
"일부는 소화될테니 어차피 충분하지 않아."
"날, 날... 왜...!"
커크의 모든 말을 무시하고 칸이 손을 뻗었다. 그는 커크의 버클을 잡아 풀었다. 축 늘어져 있던 커크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칸의 손을 쳐냈다. 이제 칸이 정말로 미친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이 개자식이...!!"
"제임스 커크."
"닥쳐, 지금 당장...! 떨어져...!! 컴퓨터! 문을-."
칸이 커크를 잡아 눌렀다. 그의 무릎 아래 깔린 커크가 지지 않겠다는 듯 몸부림을 쳤다. 다시 소리를 지르려는 커크의 귀에 대고 칸이 속삭였다.
"캡틴. 지금 문을 열면 너와 나 중에 누가 먼저 나갈 것 같나?"
"크으......!"
"선원들을 아끼지 않나? 결정해. 이 안에서 내가 네 선원들을 죽이는 모습을 바라볼 건지, 아니면나를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굴욕적인 삶을 살아갈 건지."
커크가 욕설을 내뱉었다. 어느 쪽이든 개같은 결론이잖아...!
"왜 날-."
"아-. 왜 널 살려두는지는 묻지도 마. 네가 비참하게 살아가는 게 나의 복수니까. 그러니 살아서, 내 앞에서, 죽는 것보다 끔찍한 삶을 살아. 캡틴 제임스 커크. Shall we begin?"
칸이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커크의 바지를 잡아내렸다. 뒤늦게 달려온 맥코이와 스팍, 다른 선원들이 구금실 밖에서 그 광경을 망연자실하게 보고 있었다. 우후라는 입을 가렸고 술루는 표정을 굳혔다. 연락을 받은 기관실에서 최선을 다해 구금실 보안을 해킹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두 여기서 나가. 함선 운항에 차질이 생겨."
스팍이 명령을 내렸다. 선원들이 망설이며 그곳을 벗어났다. 마지막으로 나간 것은 맥코이였다. 그는 스팍을 향해 빈정거렸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나 보지? 냉혈한 개자식아."
스팍은 대답하지 않았다. 주먹을 쥔 그의 손등 위로 초록 힘줄이 튀어 나왔다. 그의 시선은 한 곳에 못박혀 있었다. 구금실 안에 쓰러져 있는 제임스 커크와 그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움직이는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