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스타트렉 리부트
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NC-ALL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앵슷 주의, 단호박 주의(속이 답답해질 수 있음)
왜 다음편 없죠?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작가 나와 아 내가 작가구나 나새기 글써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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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일주일이 지났다.
칸은 여전히 통제 하에 있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건 피를 채혈하는 닥터 맥코이뿐이었고, 구금실에는 그 외 모든 선원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스콧이 이중삼중으로 보안을 설치한 덕택에 구금실의 문을 여는 코드 또한 수시로 변경되었다.
커크는 그 일이 있었던 바로 다음 날 함장일을 하겠다며 내려왔다가 스팍에 의해 의무실로 끌려갔다. 리제너레이터로 물리적인 상처는 금방 나았지만, 심리적인 충격이 있을 거라는 맥코이의 소견에 따라서였다. 커크는 그 날의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입 하나 뻥긋하지 않았다. 엔터프라이즈의 크루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함선은 하나의 작은 세상이었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일종의 닫힌 사회. 말인즉슨 외부로 이 일이 새어나가지만 않는다면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조용히 있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기실 세상은 제임스 커크가 죽었다 살아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람들은 커크가 칸에 의해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했다는 식으로 알고 있었다.
칸의 피의 효능을 세간에 알리기 꺼려했던 스타플릿의 조치였다. 그리고 커크의 예의 '알레르기' 사건이 발생했고 그들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전에 부랴부랴 그들을 5년 탐사 임무에 보내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그런 식으로 이번 일도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칸이라는 중범죄자(그는 이미 재판을 받았었다)를 태운 엔터프라이즈는 스타플릿에 정기적으로 칸의 상태와 커크의 상태를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고, 바로 그 건 때문에 장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함장 제임스 T. 커크를 제외하고.
"현재 상태를 그대로 보고하는 건 짐을 잡아가라고 광고하는 꼴이야. 그건 안돼."
맥코이가 펼친 반대 의견을 스팍이 반박했다.
"하지만 보고를 올린다면 함장님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허위로 작성할 수 없어."
맥코이가 인상을 썼다. 수석 군의관과 부함장의 논쟁이 시작되자 나머지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입을 다물었다.
"정신 나갔어? 짐은 함장직도 박탈당하고 저 칸처럼 모르모트 신세가 될 거라고! 아니면 같이 얼음과자가 되든지!"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자리는 종신직이 아니니 그건 관계없는 일이야. 그리고 캡틴 커크는 칸과 달리 범죄 사실이 없으니 그런 형을 받을 가능성도 현저히 낮지. 닥터 맥코이."
"그래서 지금 짐을 칸과 같은 취급을 하겠다는 거야?!"
"내 발화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 같군."
"그래서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너희들 다 뭐하고 있냐?"
컨퍼런스실에 모여있던 장교들이 깜짝 놀라 일어섰다. 커크가 입구에 기대서서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었다.
"나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자리인데 내가 빠지면 섭하지."
"관찰 자료와 기록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대상인 함장님은 보고 작성 과정에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
"누가 그래?"
커크가 손에 쥐고 있던 사과를 베어물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확실히 일주일, 아니 이전보다 훨씬 밝아진 분위기에 다들 내심 안도했다. 커크가 우울해하고 있던 탐사 초기 동안은 정말이지 엔터프라이즈 내에 어두침침한 안개가 낀 것처럼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원흉이 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사람 또한 제임스 커크임이 틀림없었기에, 맥코이는 더더욱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내가 나에 대한 보고서를 올리면 되겠네."
커크가 모니터를 보려 하자 스팍이 그를 제지했다.
"안됩니다."
"왜 안돼? 너 방금 보고서 내자며? 내가 잘못 들었나?"
"당신의 보고서는 객관성과 타당성이 불충분할 가능성이 83%입니다."
"또 시작이군. 내 경험상 보고서에 관해서라면, '절대로 벌칸을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겠어."
"벌칸에 대한 신뢰도와 보고서에는 아무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그 순간, 키들거리며 웃던 커크의 손에서 사과가 큰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다. 강한 힘으로 사과를 짜부라뜨린 것 같았다. 그의 손에서 사과가 줄줄 흘러내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아무도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커크가 애써 입을 다문 채 서서히 손을 내렸다. 칸과 같은 힘이 생겼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공공연하게 입증한 꼴이었다. 컨퍼런스실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너 검사 좀 하자."
맥코이가 급히 커크를 컨퍼런스실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한참을 걸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복도에서 커크를 몰아세웠다.
"제정신이야?"
"언제나처럼, 제정신이지."
부글부글 끓는 속을 투다다다 뱉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맥코이가 커크의 양 어깨를 잡았다.
"너 지금 네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는 있는 거지?"
"누구보다 잘 알지."
커크가 맥코이의 손을 떼어내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잠깐 밝았던 그의 표정이 지금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직 5년이라는 여유가 있어. 그 이후에 내 상태를 알게 된 스타플릿에서 내게 무슨 처분을 내리든, 난 상관 없다고. 그러니 그 전까지는 살고 싶어. 본즈. 죽고싶지 않아."
"짐...."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죽음의 위기를 경험해왔잖아? 그 일주일을 5년 동안 몇 번이고 반복한들 무슨 상관이야.. 젠장, 그 계산은 스팍이 잘할거야. 어쨌든. 5년. 본즈. 듣고 있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남은 5년 동안 내가 살아있도록 도와줘."
나로써, 제임스 커크로써. 그의 마지막 말에 맥코이는 그저 울고싶어졌다.
저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칸 때문이라면,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상대에게 감사할 일만 늘어나는 꼴이었다. 정말이지 답도 없고 길도 없는 더러운 세상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주에는 이런 시련만 가득한지. 맥코이는 여느 때처럼 우주를 원망했다.
"내 목숨이 일주일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단 5년 남았다고 생각하는 게 더 편하더라고."
커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멍청한 새끼. 맥코이는 속으로 욕설을 삼키며 생각했다.
일주일이고 5년이고 개뿔, 몇십년 동안 끈질기게 살도록 해주마. 내가 네 알레르기 문제를 해결해서, 징징거리며 이제 그만 일하고 싶다고 할 때까지, 함장석에 엉덩이 붙이고 살게 해주마. 칸 없이도 살게 해준다고. 시발 이 짐 커크 개새끼야.
"그러니까 내 말은, 보고서에 '아무 이상 없다'라고 써야 한다는 뜻인데......."
커크가 더러워진 손을 바지에 슥슥 닦으며 중얼거렸다. 니비루 때처럼 스팍이 또 개인 보고서를 올려버리면, 사정을 봐줄 만한 사람도 더이상 없고, 어쨌든 그래. 그러니까 보고서는 하나만 올라가야 해. 문제 없다는 걸로. 듣고 있어, 본즈?
"듣고 있어. 요는 스팍만 설득하면 된다는 거 아냐."
"그렇지."
"그걸 나더러 하라고?"
"그렇지."
"그냥 나가서 죽으라고 하지?"
아, 본즈, 커크가 그에게 매달렸다. 이번에는 맥코이가 매정하게 그를 밀어냈다.
"이 엔터프라이즈에서 유일하게 스팍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너야."
커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일주일 동안 스팍은 공적인 업무가 아니라면 자신과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사적인 대화도 없었고 이전에는 조금 있었는지도 모르는 '우정(Friendship)'조차 사라진 것 같았다. 커크는 자신이 죽음에서 깨어난 자리에 스팍과 맥코이가 서 있던 것을 기억했다. 스팍은 그렇게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던 자신의 옆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스팍은 자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왜? 모를 일이었다. 짐작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을 질문해서 확인사살당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커크는 자신의 마음에 더는 상처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스팍은 나와 별로 대화하고 싶지않은 것 같던데."
"웃기지 마. 그 스팍이?"
"진짜로."
"그 때......."
맥코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엔터프라이즈 내에서 암묵적인 금기에 가까웠다. 그는 입을 몇 번 벌렸다가 그냥 다물었다. 그리고 커크의 등을 두들겼다.
"아냐. 둘이 얘기해봐."
칸은 내게 맡기고. 맥코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 나 원 참. 이제 말도 마음대로 못하고. 여전히 입맛이 쓴 맥코이였다.
커크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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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쿼터로 와."
마치 일주일 전처럼, 커크가 통신기로 스팍을 불렀다. 스팍은 작성하고 있던 보고서를 한 번 보고는 빠르게 대답했다.
"업무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0시에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와."
스팍은 그의 말 끝에 어떤 단어가 붙을지 100%의 확률로 예상할 수 있었다.
"명령이야."
제임스 커크. 그는 일이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함장이라는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고 그것은 사적인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전까지 자신이 만났던 상관들에 비하면 함장이라는 명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스팍은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고 또 이해했다. 물론 처음 함장이 되었을 때보다는 자신의 책임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속은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그런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에게 권위가 있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 크루들과 한담을 나누거나 농담을 하고 킬킬거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철없는 생도 그 자체였다. 그런 주제에 적을 맞이하거나 함장석에 앉는 순간이 오면 갑자기 가벼운 태도를 싹 지우고 진중한 모습이 된다. 인간이 본래 여러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스팍은 그 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 일정한 태도를 보일 수 없는 것인가. 비효율적이다. 스팍은 그렇게 판단했었다.
스팍이 커크의 쿼터 앞에 섰다. 가볍게 노크를 하고 자신임을 밝히자 문이 열렸다. 딱 일주일 전처럼, 의자에 앉아서 컵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커크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반갑게 웃으며 손짓했다.
아,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자신이 커크를 의도적으로 피했던 이유가.
그의 눈을 볼 때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칸의 밑에서 신음하던 그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땀에 젖은 얼굴, 꺼져가는 목소리, 눈물이 잔뜩 고인 채 흔들리는 눈동자. 쓰러져서 힘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짐-.
그리고 칸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거기서 스팍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칸을 다시 보게 된다면 턱을 날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건 합당한 분노야. 스팍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광경을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었지만, 떠올릴 때마다 의도치 않게 치고 올라오는 일로지컬한 '감정 그 자체'는 통제하기 어려웠다. 감정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스팍은 자신도 절반은 인간이니만큼 감정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모욕했던 커크에게 분노했던 그때처럼. 그러니 '분노'라는 감정은 충분히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잦은 감정은 절반의 벌칸에게 그리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올 터였다.
그래서 스팍은 커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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