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NC-15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커크텀 주의, 앵슷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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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거칠게 커크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커크가 흐느끼듯 신음을 흘렸다. 그는 두 번째로 혼절한 뒤 깨어난 참이었다. 커크는 저항할 의지조차 잃은 채였고 칸은 그런 커크를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몸을 기울였다.
"아-, 캡틴. 저걸 봐."
커크의 머리칼을 쥐고 칸이 속삭였다. 커크는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구금실 포스 필드 너머에 스팍이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꽉 말아쥔 상태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어. 대단하지. 함장을 걱정하는 마음이 여기, 내 가슴에까지 느껴져."
"스팍......."
커크의 입에서 가냘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칸은 땀과 눈물, 피로 지저분해진 커크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을 본 스팍의 눈썹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칸은 다시 고개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 캡틴은 내 혈액 덕분에 지금 살아있어. 감사를 받을만한 일 같은데."
"그에는 감사를 표하지. 하지만 네가 현재 진행 중인 행위와 함장님의 생명 유지는 아무 상관성이 없어. 당장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한다."
"왜, 내 것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 불만인가?"
"함장님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은 네 혈액에 포함된 특정 성분이다. 정액은 관련 없는 물질이지. 넌 지금 내게서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고 있을 뿐이야."
스팍이 다시 입을 열었다. 커크에게 하는 말이었다.
"함장님. 잠금을 해제해 주십시오. 바로 저 자를 제압하고 당신을 구출할 수 있습니다."
커크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칸이 커크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뒤에서 그를 안아 자신의 팔 안에 가두었다. 커크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올리며 속삭이는 그는 마치 악마 같았다.
"캡틴, 캡틴 커크. 넌 이미 나와 같아. 우월함을 얻는 과정 중에 있지."
"함장님.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마십시오."
"네 피, 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그걸 느껴보라고."
"함장님. 거기서 나오셔야 합니다."
"짐-."
칸의 한 마디에 스팍이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주먹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커크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스팍. 네가..."
"안됩니다."
"...임시 함장을 맡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내 마지막... 명령일지도 몰라."
"함장님!"
칸의 손이 커크의 입을 덮었다. 커크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웅웅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잔뜩 젖어 희푸른 그의 두 눈동자만 애처로이 빛났다.
"명령을 받았으면."
스팍이 칸을 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았다. 칸은 여유롭게 그 눈빛을 받아쳤다.
"따라."
바닥에 초록색 피가 똑, 똑 떨어졌다. 스팍의 주먹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칸이 자신의 말을 끝맺었다.
"-'임시 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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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이 브릿지에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홀로 들어온 그가 말없이 걸어가 함장석에 앉자 곳곳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엔터프라이즈, 임시 함장 스팍이다.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이던 탐사 임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함장 제임스 T. 커크의 신병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 엔지니어부는 구금실을 여는 것을, 의료부는 현재 방법 외에 제임스 커크 함장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 이상."
그의 옆에 서 있던 맥코이가 헛웃음을 지었다.
"'찾아내라'고? 말은 쉽지!"
"칸이 죽어도 함장님이 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해."
"뭐 어쩌라고. 칸 그 자식의 몸에서 피를 모조리 뽑아놓기라도 할까?"
"가능하다면. 해."
스팍의 단호한 대답에 맥코이가 입을 다물었다. 한숨을 쉬던 그는 곧 스팍의 손에 묻어있는 초록 핏자국을 발견했다.
"스팍, 손!"
"......."
"...손 이리 내."
맥코이는 스팍이 내민 손의 상처에 리제너레이터를 들이밀었다. 손톱 자국을 보니 주먹을 세게 쥐어 생긴 상처가 틀림없었다. 이래뵈도 반은 인간이 맞군. 한숨을 쉬는 맥코이였다.
상처를 치료받으며 스팍은 내심 자신이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함장에게 굴욕을 주는 것을 보고 일어난 반응, 그것은 정당한 분노였다. 그는 나의 함장이기 때문에. 내가 지켜야 했고 지켜야 하는 함장이기 때문에. 그리고 제임스 커크의 말마따나, '친구'이기 때문에.
하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을 때는 바로 특정한 한 순간이었다.
바로 칸이 커크를 향해 '짐'이라고 불렀을 때였다. 동일한 단어인데 닥터 맥코이가 짐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달랐다. 자신도 아주 가끔 그러한 호칭을 사용하긴 하지만 그가 그렇게 불리기를 원하기 때문에 부를 따름이었다. 그런데 칸 누니엔 싱. 그가 뭐라고 제임스 커크에게 서로가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짐'이라고 부르는 거지? 더군다나 커크에게 고통을 준 그가? 심지어 한 번 커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자가?
답이 없는 질문들이 속에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가 커크의 물기어린 얼굴을 쓰다듬었을 때, 또는 커크의 입을 막아 그의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었을 때, 그 순간들마다 무언가 껄끄러운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을 기억했다. 심지어 칸이 커크를 범하고 있는 그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불쾌감이 알알이 차올라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도 떠올랐다. 이렇게 토할 것처럼 역겨울 데가. 몸을 떨던 스팍은 이 모든 감정을 자신의 함장을 모욕한 것에 대한 합당한 분노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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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커크는 일어서서 걷기는커녕 제대로 앉아있을 수조차 없었다. 칸이 뒤에서 안은 팔을 풀지 않았기에 간신히 몸을 가누고 있었을 뿐, 그대로 기절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기력이 쇠해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약 2시간 정도. 칸에게 유린당한 시간이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다만 커크는 깨어난 이후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인 모양이었다. 게다가 148시간마다 맞아야 하는 혈청을 혈관 속에 직접 주사하는 대신 식도를 통해 흘려보냈기에 흡수되는 것도 더 느릴 터였다. 커크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스팍들이 구금실 보안을 해제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15분쯤? 빠르면 10분? 그동안 칸의 집중을 흐트러놓아야 했다.
"칸......."
커크가 가까스로 단어를 내뱉었다. 칸은 반응하지 않았다. 띄엄띄엄 커크가 말을 이었다.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스타플릿의 복수를 막은 일... 원망하는 거야...? 아니면......."
"이제 와서 나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건가. 짐?"
"그렇게 부르지... 마."
칸이 커크의 뒤통수에 대고 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감싸듯이 그러쥐었다.
"길고 너무나 오래된 얘기지. 기억할 필요도 없어. 중요한 건, 우월한 존재가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거다. 그게 곧 법칙이고 세상의 진리지."
커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지구 역사학, 20세기의 끄트머리. 우성학이 대두된 이후 초인들이 나타나 지구의 4분의 1을 점령했던 시기. 인종 전쟁, 세계 대전으로 불리던 파괴와 학살의 시대. 증강 인간(혹은 강화 인간)이라 알려져 있는 이 칸 누니엔 싱과 72명은 전쟁이 막을 내린 이후 살아남은 자들이었을 것이다. 혹은, 다시 깨어날 날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가두었던 거겠지.
"그건 완전히 무의미한 싸움이었어..."
"과연 그럴까? 불완전하지만, 너 또한 우리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데."
"......."
자신과 같은 존재, 우월한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난다, 라.
칸으로서는 사실 상관없는 일이었다. 다시 72명의 동료를 깨워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계획은 아직까진 없었다. 그들이 지하 깊숙이에 처박혀 있다 해도, 어쩌면 그곳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그러니 아무 방법도 없는 지금은 그저 잠깐의 여흥을 즐길 시간이라 생각했을 뿐. 혼란을 느끼고 있는 이 작은 존재를 손아귀에 쥔 채로 말이다.
멍하니 구금실 밖을 살피던 커크의 눈에 작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푸른 셔츠, 스팍이었다. 커크는 바쁘게 뛰기 시작한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칸의 말에 집중했다. 칸은 허탈하게 웃었다.
"스타플릿이 네게 내릴 처분이 더 기대되는군. 함께 지하에 처박힐 가능성이 높아. 짐. '함께'."
칸이 강조했다.
"엿이나 처먹어."
커크가 대답했다.
순간 구금실의 보안이 해제되었다.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나는 소리에 칸은 벌떡 일어났고 멀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팍이 그를 향해 페이저를 쏘았다. 그가 쓰러진 사이 뛰어든 보안요원이 커크를 부축해 나왔다. 페이저를 살상용으로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칸은 5초 후에 눈을 떴다. 하지만 그는 커크가 나간 것을 보고도 별반 당황하지 않았다.
"다시 보안 걸어. 스콧 소령. 최상위 코드로."
스팍이 통신을 보내자 구금실이 다시 굳게 닫혔다. 커크는 스팍 앞에 서서 히죽 웃었다. 한없이 반가운 표정이었다.
"하! 올 줄 알았다니...까......."
"짐!!"
그는 그대로 스팍을 향해 쓰러져버렸다.
"닥터! 간호사!"
커크를 품에 안고 스팍이 옆을 돌아보았다. 구금실 안에서 칸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