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스타트렉 리부트
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NC-ALL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앵슷 주의, 근거없는 과학지식 주의
한마디: 본마미는 사랑입니다
-
커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맥코이는 손을 들어 목을 주무르는 척 했다. 반사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문을 열자, 맥코이의 의자에 앉아있던 커크가 튀어나오며 반색했다. 그는 그대로 맥코이를 껴안았다.
"기다렸어. 본즈!"
"징그러워. 떨어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커크를 매정하게 떨어내지는 못하는 맥코이였다. 그는 커크가 자신의 목에 남은 자국을 발견할세라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게 커크의 어깨를 잡았다.
"왜 이래. 무슨 일 있지, 너?"
스타플릿의 동기로써, 룸메이트로써, 그리고 군의관으로써 맥코이는 커크의 행동 양식에 대해 몇 가지 꿰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말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숨기려 외려 밝은 척 하는 행동. 또는 누군가에게 거절당할 때마다 타인에게 더욱더 애정을 표현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행동 따위. 그는 심지어 일견 과해 보이는 스킨십도 서슴치 않았다. 그것이 한때는 커크와 맥코이 사이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어쨌든.
오히려 맥코이는 그 소문이 싫지 않았다. 그 근거없는 소문 덕분에 그에게 여자가 다가오는 일도 없었고, 귀찮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맥코이는 커크를 돌보는-정말 그랬다- 게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술을 처먹고 반시체가 되어 돌아오면 치료해주면 되었고, 틈틈히 노는 주제에 머리는 좋아서 학업 문제로 자신을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아니다. 어쨌든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녀석이기는 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는 점에서 그랬고, 자신보다 어리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렇게 맥코이는 틈틈히 커크를 챙겨 주었다. 그리고 제임스 커크, 빌어먹을 녀석은 맥코이가 자신을 신경 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 자신을 굴리곤 했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맥코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언제나 내 속만 썩이지. 빌어먹을 자식.
맥코이는 한 손으로 커크의 등을 두들기며 한심스럽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멍청아. 너 지금 나한테 뭔가 말하러 온 거잖아."
"본즈..."
맥코이를 껴안은 채로 커크가 입을 열었다. 그의 턱이 자신의 어깨 너머에 있는 탓에,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맥코이는 그저 목의 졸린 자국을 들킬세라 부러 태연한 척 하며 커크의 등을 계속 쓸었다. 커크는 이에 힘을 얻은 듯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스팍 설득하는 거, 실패했어."
"그럼 스팍의 보고서가 그대로 올라가는 거야?"
"응."
"네 상태도 알려지고?"
응....... 커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맥코이는 그것만으로 커크가 이렇게 우울해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또라니?"
"말해."
맥코이가 정곡을 짚자, 커크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사실 맥코이는 자신의 사소한 사정- 이를테면 과거사라거나, 부모에 대한 감정, 트라우마 등에 대해 자세히 알면 알았지 모르지는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면서 처음으로 가진 '진정한 친구' 목록에 든 두 번째 사람이었고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 커크는 망설이다 마지못해 대답했다.
"스팍이 내게 함장의 자격이 없다고 했어."
"뭐??"
"정확히 그렇게 말한 건 아니고, 직무를 내려놓으라고... 했어."
칸으로도 벅찬데, 내가 그 초록 홉고블린마저 상대해야 해? 맥코이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스팍 그 불친절한 놈이 커크에게 조목조목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함장직을 그만두라고 종용한 게 틀림없었다. 그는 커크의 신변과 정신 건강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돌려 말하는 대신 직설적으로 내뱉었겠지.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맥코이는 두 손을 들어 커크의 어깨를 짚었다. 일단 하나를 해결해야 했다.
"짐. 그놈은, 내가 왜 그 녀석을 두둔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충분한 안정을 취하길 바라는 거야. 너를 함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해? 스팍처럼?"
커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미 한 생각에 꽉 붙들린 사람을 설득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이지 커크의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심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물리적으로 다친 모습을 보는 게 나았다. 그건 자신이 치료해 줄 수라도 있으니까. 물론 어느 쪽으로든 다치지 않는 편이 제일이지만. 맥코이는 재차 말을 이었다.
"짐, 짐. 내 말 잘 들으라고. 아예 그만두라는 게 아냐. 나도 그 자식이 너에 대한 모든 사항을 그대로 보내는 건 마음에 걸려. 하지만 치료법을 찾을 때까지, 응, 그 때까지만, 쉬라는 거야. 무리하지 말고. 내 말 알아먹어?"
".......응."
"금방 해결할 거야. 그 뒤엔 니가 좋아하는 함장 의자에서 신나게 놀든 그것을 부수든 거기서 자든 전혀 상관 안 할 거라고. 아무도 상관 안 해. 넌 그...에 대해 신경쓸 것도 없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새끼를 네게서 떨어뜨려 놓을 거니까.
맥코이는 속으로 다짐했다. 커크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아서 기뻤다. 그렇다고 정말로 나중에 함장 의자를 부수면 큰일이겠지만.
커크가 나가면 바로 칸의 혈액에 대한 실험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현재까지 시도한 방법은 최소한 세 가지였는데, 모두 실패했다. 먼저 칸의 혈액과 일반 인간의 혈액을 비교해서 차이가 있는 부분을 분석하고 재현하는 것. 칸의 혈액에 있는 특이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조합된 물질이기 때문에 인간의 혈액에서 동일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전공학자가 탑승하지 않은 이상은.
칸의 혈액과 일반 혈액을 섞어 의도적으로 혈액의 분량을 늘려보려는 시도도 했다. 하지만 그를 놀리기나 하는 것처럼, 칸의 혈액은 사람의 속에 있는 혈액이 아닌 외부 혈액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
다음으로는 칸의 혈액 자체를 복제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맥코이의 분야와는 점점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커크의 상태를 생각하면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 복제 시도마저 실패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남아있을지 몰랐다. 맥코이는 빨리 칸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꺼내 실험을 계속하고 싶었다.
"...본즈. 이건 뭐야?"
실험을 구상하던 맥코이의 귀에 커크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훑고 있었다.
젠장! 당황한 맥코이는 급히 커크의 손을 떼어내고 자신의 손으로 목에 난 자국을 가렸다. 그리고 태연하게 주무르는 척을 하며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꺾었다.
"뭐가? 요즘 목이 너무 아파서 스트레칭 좀 했어."
"스트레칭?"
"그래."
커크가 고개를 기울였다. 빌어먹을. 맥코이는 속으로 다시 욕을 했다. 저 똑똑한 자식이 믿을 리가 없는데. 더 그럴듯한 변명을 생각해야 했다. 레너드 맥코이, 생각해!!
"스트레칭을 했는데 멍이 들었다고?"
"요가! 그래, 요가 같은 거 했어. 굉장하더라니까."
맥코이는 자신의 귀로 들어도 전혀 신빙성이 없는 주장을 펼치며 손을 저었다. 커크에게 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느니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나았다. 그래, 그런 게 나았다.
"그래?"
커크의 눈에 반신반의하는 빛이 떠올랐다. 맥코이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거짓말을 보탰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다 풀린 것 같아. 진짜로. 그러니까 이제 실험에 집중할 시간이야. 지미 보이."
"...알겠어. 나가볼게."
"그래."
짐 커크가 순순히 나가다니, 맥코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 기쁨에 취해 그는 문을 나서는 커크의 눈썹이 씰룩거리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
"흠. 그랬군."
보안 요원 몇 명을 꼬드기자 금방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커크는 잠시 고민했다.
딱 일주일이었다. 칸에게 붙잡히고, 칸에게서 빠져나온 것이. 남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커크는 그 일로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침울해져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살아갈 의지를 얻었다고나 할까. 역설적인 일이었다. 열심히 죽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죽을 수가 없는-적이 자신을 구하는- 상황이 오자, 커크는 죽으려는 시도 자체도 포기해 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게 견딜 수 없어서 죽으려 했는데 죽지도 못하니, 그냥 살자. 목숨이 붙어있는 한 살자. 끝까지 살자.
그러니 칸을 직접 대면하지만 않는다면 어쨌든 커크는 버틸 재간이 있었다.
하지만 맥코이를 위협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부분에서 화가 났다. 부탁이 있으면 조용히 하면 될 것이지, 그런 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다니. 보안 요원들이 없었다면 맥코이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다. 덧붙여서 맥코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도 화가 났다. 믿었는데. 난 믿고 전부 말했는데.
요구사항이 있다고 했으니 자신이 가기만 하면 해결될 거였다. 다만 혼자 찾아가야 할지 보안 요원들을 대동해야 할지가 문제랄까. 이전의 일을 생각하면 혼자 가는 건 위험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을 대동하자니 칸이 자신을 어떤 식으로 모욕할지 도저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 모욕을 그들이 다 듣게 하느니 차라리 혼자 가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래, 혼자 가자. 구금실 문을 열지만 않으면 되겠지.
커크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구금실이 있는 덱 출입구에서 커크는 보안 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여긴 닥터 맥코이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난 함장인데?"
"커맨더께서 직접 내리신 명령입니다. 특히 함장님은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들어가시려면 닥터 맥코이와 오세요."
스팍 이새끼. 커크가 속으로 욕을 하며 눈을 치켜떴다.
"이봐. 커맨더 위에 있는 게 누구지? 바로 나야, 캡틴. 명령 체계가 영 엉망이네."
"그 때는 커맨더께서 임시 함장이셔서..."
"그 때? 지금은? 누가 함장이지? 대답해봐."
"제임스 커크... 함장님이십니다..."
결국 커크에게 진 보안 요원이 괴로워하며 눈을 돌렸다. 커크는 짐짓 화를 내는 척 하며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거봐. 잘 아네. 금방 다녀올게. 잘 지키고 있어."
"예..."
커크는 복도를 따라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눈에 안 보일쯤 되어서야 보안 요원은 통신기를 꺼냈다. 자신의 치밀한 상관은 이런 상황에 대한 프로토콜마저 마련해 놓은 뒤였다. 그는 감탄을 뒤로 하고 입을 열었다.
"브리그 베이입니다. 스팍 부함장님. 방금 함장님께서 구금실로 향하셨습니다......."
'▶스타 트렉 > Dirty BlooD 1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irty Blood (스팍커크, 칸커크) - 8 (0) | 2013.11.07 |
---|---|
Dirty Blood (스팍커크, 칸커크) - 7 (0) | 2013.11.06 |
Dirty Blood (스팍커크, 칸커크) - 5 (2) | 2013.11.05 |
Dirty Blood (스팍커크, 칸커크) - 4 (0) | 2013.11.05 |
Dirty Blood (스팍커크, 칸커크) - 3 (0) | 2013.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