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R(15세)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커크텀 주의
한마디: 나쁜 손! 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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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커크의 쿼터는 어두웠다. 빛이 없는 우주에서 시간은 추상적인 흐름에 불과했지만, 인간은 생명 유지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했고 그것은 공간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규칙이었다. 더욱이 엔터프라이즈는 하루 전에 긴 탐사를 마친 참이었다. 함장이라면 굳이 모든 탐사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밀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커크는 늘 자신이 내려가기를 고집했다. 탐사의 2할은 무사히 끝나곤 했지만, 나머지 8할은 언제나 크고 작은 사건이 터졌고, 그걸 수습하는 것 또한 제임스 커크의 몫이었다. 그는 그런 요란스런 일을 즐기곤 했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그는 현재 지쳐서 곯아떨어진 채였다. 하얀 이불이 그의 고른 숨소리에 맞춰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얼굴은 이불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끌어당기듯이, 이불이 천천히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크는 잠깐 몸을 움츠렸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너무도 달콤하고 편안한 잠인 탓이었다. 곧 이불이 바닥에 떨어질 때쯤에는 검은색 하의만 걸친 커크의 몸이 완전히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상체는 하얬다. 그 하얀 우주 위로, 검은 형체가 손을 뻗었다. 그 손은 우주를 부드럽게 쓸어올렸다.
커크는 답답한 기분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무언가에 짓눌린 듯 숨이 막히고 무거웠다. 그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었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커크의 입을 그의 손이 거칠게 덮었다. 낯익었다. 낯이 익다는 그 느낌에 다시 소스라치게 놀라 커크는 몸을 떨었다. 자신은 이 느낌을 알고 있었다.
짙은 어둠 사이로도 그의 얼굴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커크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칸!!
칸의 손가락이 커크의 입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그의 다른 손 또한 자신의 몸을 불친절하게 누비고 있었다. 커크는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쳤다. 그의 몸을 밀어내고 저항할 수 있었다. 커크 또한 칸과 비슷한 능력을 가졌고, 그 힘을 조절하는 방법도 훈련한 뒤였다. 충분히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할 수 없었다.
무력감과 자책감이 솟구쳐 올랐다. 커크는 사실 알고 있었다. 이건 악몽이었다: 그것도 아주 질이 나쁜. 자신의 오만함으로 파이크를 잃었던 일과, 엔터프라이즈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일과, 칸의 혈액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일에 대한 일종의 무의식적 처벌이었다. 커크는 꿈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는 평범하게 우는 법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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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석에 앉아있던 스팍은 미세하게 눈썹을 움직였다. 이따금 오른쪽 가슴 아래 부근에서 느껴지는 원인 모를 통증이었다. 그것은 유독 커크가 자리에 없을 때 발생하곤 했다. 스팍은 이것이 커크와 관계를 가진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보아 그 부작용이거나, 그 외의 병원균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었다. 그것이 특별 검사를 실시한 이유였다.
함장석에 부착된 통신 부저가 울렸다.
"스팍. 네 검진 결과 나왔어."
"내 PADD로-."
"이미 보냈어."
맥코이가 매몰차게 통신을 끊었다. 평소보다 싸늘했다. 스팍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에게 직접적으로 커크의 사건을 언급한 적은 없지만, 커크와 맥코이의 오랜 친우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그가 알고 있다는 사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그는 평소에도 매몰차긴 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날 발생한 사건은 100% 사적인 일이었다. 그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었고, 그가 알든지 모르든지 수석 군의관으로써의 직위에 걸맞게 행동하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상관도 없었다.
그 일ㅡ 정확히는, 커크와 성관계를 가진 지 3주의 시간이 흘렀다. 커크는 브릿지는 물론이고 사적으로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그는 함장이 막 되었을 때처럼 밝게 웃었고 그 얼굴에서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캐롤 마커스도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니요타, 파벨, 히카루, 본즈 등 자신을 포함한 모든 크루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기도 했다. 개구쟁이처럼 장난치던 청년은 제법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스팍은 평했다. 그는 멋진 함장이었다.
그 이후 커크는 한 번도 스팍을 개인적으로 불러 관계를 맺자고 강요하지 않았다. 이 또한 개선점이라고, 스팍은 생각했다. 이제 칸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엔터프라이즈의 앞날에 더 이상의 걸림돌은 없으리라.
스팍은 검진 결과를 훑었다. '이상 없음'. 모든 결과에 이상 없음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 통증은 트라이코더와 각종 과학 기술로는 진단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즉, 심리적 증상이다. 그때 깨달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틀림없다고, 스팍은 추론했다. 자신의 마음은 확실했지만 커크의 마음 또한 자신과 같을지는 불확실했다.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커크의 부재'라는 단순한 사실에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은.
그는 시계를 보았다. 커크가 돌아올 때까지는 아직 3시간이 남아 있었다. 업무 중에 다른 생각으로 정신을 어지럽힌다면 분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하지 못할 터. 그것은 본인, 커크를 포함해서 이 엔터프라이즈 전체에 좋지않은 결과일 게 뻔했다. 스팍은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에서 커크를 완전히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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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터를 닫은 닥터 맥코이가 몸을 돌렸다. 푸른 셔츠를 입은 칸이 실험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양 손목에는 구속구가 단단히 채워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려움 없이 스포이드를 들어 얇은 샬레에 용액을 떨어뜨렸다. 옆에 누가 있든지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투였다.
약 7평 정도 되는 작은 실험실이 그의 일터였고, 감옥이었고, 집이었다. 그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았다. 24시간 감시카메라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실험을 할 때는 맥코이가 그의 곁에 있었다. 엔터프라이즈에 유전공학자가 타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칸 곁에 있기를 꺼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몇 번은 과학과 의료 부서, 보안 요원들이 돌아가면서 그를 지켰다. 하지만 다들 겁을 냈고 결국은 맥코이에게 그 차례가 돌아오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은 계속.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칸은 필요한 것을 요청했고 맥코이는 그것을 가져다 주었다. 커크에게 피가 필요할 때면 맥코이가 하이포를 가져왔고 칸은 팔을 내밀었다: 음식을 주문하는 행위를 대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맥코이는 생각했다. 칸은 암적인 존재였다.그가 엔터프라이즈 전체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진심으로 칸을 어디 외딴 행성에라도 처박아두고 그대로 떠나고 싶었다. 외과의사가 감염 방지를 위해 상처난 부분을 도려내듯이. 정말이지 커크만 아니었다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다! 그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눈앞에 존재하는 위협이었고 그의 손아귀가 언제든 조여들 기세로 숨통을 쥐고 있었다. 제임스 커크뿐 아니라 그들 모두를.
"임상 실험이 필요해."
칸이 입을 열었다. 생각의 바다를 유영하던 맥코이가 현실로 튕겨져 나와 고개를 돌렸다. 칸이 여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하얀 얼굴은 마치 유령 같았다. 맥코이는 그 유령을 쫓아내듯 단호하게 못박았다.
"케이스는 짐 하나야. 그를 데려오라는 뜻이라면,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해주지."
"그를 치료하지 않을 건가?"
"......."
젠장, 맥코이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떻게 커크를 다시 네 앞에 데려와. 어떻게? 네놈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는 걸 그 자신도 알고있을 테지. 그게 커크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 그것도 알 테지. 하지만 칸은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칸이 그런 인간이라는 걸 맥코이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그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았다. 그리고 잘 안다는 것은 그토록 지리멸렬한 싸움 끝에 남은 서로의 상처 또한 고스란히 안다는 뜻이었다.
칸은 그들의 상처를 후벼 파내는 것을 즐겼다. 어떻게 해야 가장 잔인하고 아프게 할 수 있는지 또한 알았다.
"임상 실험은 메디컬 베이에서 할거야. 관찰은 내가 할 거고, 결과값만 전해주겠어."
"닥터. 전문가는 나야. 세포의 움직임을 당신이 읽을 수 있나? 상황이 잘못되면 대처는 누가 하지?"
항상 그랬다. 상황은 칸을 중심으로 흘러갔고 주도권은 늘 그에게 있었다. 아무도 그의 머릿속에 든 계획을 알 수 없었다. 그의 말을 거절할 방법 또한 없었다. 주먹을 쥔 맥코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잘못되면 넌 죽어. 다른 생각 품지 마."
칸은 말없이 구속구를 들어 보였다. 이게 있는데 자신이 어쩌겠냐는 듯.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맥코이는 고개를 젓고 연구실을 나가 문에 보안을 걸었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