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R(15세)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스릴 주의, 앵슷 주의
한마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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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까지 달려갈 여유가 없던 커크는 현재 플로어의 화장실로 향했다. 자신을 붙잡던 스팍이 생각나 자꾸 뒷덜미가 켕겼다. 그의 표정은 어떠했을까. 날 경멸했을까? 내가 한심했을까? 끝나지 않았다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속으로 무수한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커크는 아쉬움 짙은 한숨을 뱉으며 찬물로 세수를 했다.
사실은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싶었다. 자신과 본즈처럼, 스팍과도 더 친해지고 싶었다. 함교에서 다른 크루와 낄낄대듯이 스팍도 그 자리에서 소외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다하는 그를 이끌고 모니터실로 갔었다. 뭐,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걸 보면서 친해지곤 하니까.
고맙고 미안했다. 스팍은, 스팍에게는. 예전의 커크였다면 그가 뭐든 간에 원나잇을 즐기고 나서 미련 없이 보냈을 터였다. 하지만 스팍은 달랐다. 그를 그렇게 쉽게 대할 수는 없었다. 왜? 왜일까? 그가 나의 일등 항해사이기 때문에? 몇 번이나 생사고락을 함께했기 때문에? 나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내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기 때문에? 아냐. 그는 본즈와는 달라. 무언가 달라.
커크는 입술을 씹으며 거울을 보았다. 입가에 붉은 피가 맺혔다가, 금방 사라졌다.
스팍은 커크가 달려나간 이유를 나름대로 추리하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칸을 보았기 때문일까? 그 확률은 50%였다. (보았거나, 보지 않았거나) 그 사실과 관계없이 그가 흥분한 것은 명백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성인 남성은 자위를 하거나 성관계를 통해 욕구를 해결하지 않는가? 그것이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 일등 항해사가 함장을 돕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제임스 커크의 본래 성미대로 거칠게 처리했다가는 어떤 피해가 날지 몰랐다. 스팍은 그런 위험부담보다는 경험이 있는 자신이 그를 돕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사랑'을 배제하고서도 충분히 가능한 결론이었다.
커크는 화장실에 있었다. 세면대를 붙잡고 서 있는 그의 등을 보며 스팍이 화장실의 문을 닫았다. 그 소리에 커크가 고개를 돌렸다.
"스팍?!"
그는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뭐야? 쫓아왔어?? 속으로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경험하며, 커크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 노력했다.
"어- 화, 화장실 쓰러 온 거지?"
난 다 썼어, 어, 나갈게. 황급히 그를 지나쳐 가려는 커크를 스팍이 막아섰다. 커크는 심장이 덜컥 멈추는 것 같았다.
"왜?"
스팍의 시선을 피하는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한심하고 멍청했다. 이유를 묻는 목소리마저 형편없이 떨렸다. 커크는 자연스럽게 스팍의 오른쪽 가슴에 시선을 두었다. 과학 장교의 뱃지만 뚫어져라 바라볼 참이었다. 아마 계속 보면 정말 뚫릴지도 몰라. 내 눈에서 초강력 빔이 나갈거야. 아마도. 커크는 스팍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함장님. 왜 절 피하십니까?"
"피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왜 절 똑바로 보지 않으십니까?"
그건, 쪽팔리니까.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런 말은 절대 뱉지 못하는 커크였다. 그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스팍의 입을 노려보았다.
"보고 있는데."
"함장님."
자신을 타박하듯 간결한 부름에 커크는 어쩔 수 없이 시선을 조금 더 올렸다. 그리고 스팍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깊고 어두운 흑갈색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정확히는, 3주 전에, 자신의 위에서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어주던 스팍을.
내가 미쳤구나!!!
커크는 다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가라앉았던 흥분에 다시금 불이 지펴지는 기분이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된다고, 제임스 커크.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스팍은 그의 표정 변화를 온전히 눈에 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욕구를 충족하고 싶지만, 어떠한 이유에선가 그것을 스스로 제어하고 있었다. 스팍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커크의 턱을 가볍게 밀어올렸다. 다시금 둘의 시선이 부딪혔다.
"...스팍."
그러지 마. 커크는 애원하다시피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미약한 부름이 스팍의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
"짐."
스팍의 손가락이 커크의 입술을 쓸었다. 아, 놀란 커크가 움찔하며 입을 벌렸다. 인간의 성감대 중 하나는 입술이었고, 벌칸의 성감대 중 하나는 손끝이었다. 다른 벌칸이 이를 보았다면 왜설적인 행동이라고 입을 떡 벌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스팍은 개의치 않았다. 이것은 자신의 함장이자,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돕는 일이었다.
커크는 가뜩이나 예민해진 상태에서 스팍의 손이 입술을 어루만지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리 사이에서 금방 신호가 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 스팍이 무슨 의도로 쫓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도망쳐야 했다. 그런데 그 좋은 머리로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커크가 한 걸음 물러나자, 스팍이 한 걸음 다가섰다. 커크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오지 마! 제발!!
그의 비명을 우주가 들었는지 때마침 화장실 문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스팍이 뒤를 돌아보았고, 커크는 이제 살았다, 라는 심정으로 달려나갈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커크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 뭐, 어-??"
스팍이 커크를 붙잡아 칸 안에 밀어넣었다. 딸깍, 하고 걸쇠를 걸자마자 밖에서 화장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커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팍을 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숨이 막혔다. 커크는 다리를 딱 붙이고 자기가 흥분했다는 사실을 숨기려 애썼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용없겠지만. 커크는 당황 속에서 눈을 깜빡였다.
얘가 미쳤나? 발정났나? 폰 파 왔니?
스팍은 커크를 벽에 밀어붙인 채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 소변을 보면서 트림을 하는 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들렸다. 두 남자는 자연스레 숨을 죽였다. 스팍이 밖에 신경을 쓰는 사이 커크는 몰래 손을 뻗어 걸쇠를 풀어내려 했지만, 스팍의 손이 그를 제지했다.
커크는 이제 진짜 울고 싶었다. 나한테 왜 이래? 난 죽어라 참고 있는데!
왜?? 라는 의문이 가득 담긴 얼굴로 커크가 스팍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스팍은 화장실에 들어왔던 크루가 나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커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아서, 커크는 속으로 울분을 삭혀야 했다.
그가 손을 씻고 나간 후에야 대화가 이어질 수 있었다.
"무슨 짓이야 이게?"
커크의 비난에 스팍이 고개를 갸웃하며 외려 반문했다.
"조용히 해결해야 하지 않습니까?"
"젠장, 대체 뭘 해결해??"
"생리적인 욕구 말입니다."
스팍의 시선이 자신의 바지에 가 있는 것을 본 커크는 그대로 스팍의 면상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거든...!"
"예전에는 절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까.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필요 없어...!!"
스팍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걸 듣고 있자니 커크는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졌다. 죽자. 죽어버리자!
"제가 나가면 칸에게 가겠다고 협박하지 않으셨습니까."
"...끙."
기억력 존나 좋네!!! 침음성을 뱉은 커크는 더이상 할말을 찾을 수 없었다.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말했던 걸까. 그래. 그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금은 제정신이다. 제정신이라고....... 아마도.
커크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던 스팍이 입을 다물었다. 커크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팍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날의 일을 통해 (비록 비정상적인 계기를 통해 발생한 일이지만) 스팍은 자신이 커크에 대해 가진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언젠가 커크에게 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커크가 자신을 피한다면.......
이 사랑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스팍은 커크의 팔에서 손을 뗐다. 이에 놀란 것은 외려 커크였다. 스팍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는 좀처럼 표정을 바꾸지 않았기에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커크는 어깨를 움츠린 채 그의 눈치를 살폈다.
"제 개인적인 판단에 의거해서 함장님을 함부로 대한 점에 용서를 구합니다."
어? 커크가 입을 벙긋거렸다. 이게 아닌데.
스팍이 걸쇠를 풀어내고 문을 열었다. 그가 걸어나가려 하자, 이번에는 커크가 불안한 얼굴로 스팍을 붙잡았다.
"스팍? 화난 거야?"
커크의 말에 스팍은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런 것을 묻느냐는 듯 여느 때처럼 평온한 목소리였다.
"아뇨(Negative). 화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시계를 흘깃 본 스팍이 말을 이었다.
"다음 시프트까지 10분 남았습니다. 함장님. 조속히 해결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는 커크의 팔을 떼어내고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커크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또 뭔가 잘못한 건가? 내가 화나게 한 거야? 나는 스팍에게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실수한 거야? 커크는 입을 부여잡고 눈썹을 찌푸렸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지난번처럼 날 도우러 왔다고 했지. 그 도움을 받아들였어야 했던 거야...? 스팍을? 스팍이랑 섹스를?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커크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스팍 새끼!! 돕긴 개뿔 뭘 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