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팬픽
Dirty BlooD 3
종 류: 시리어스(serious), 앵슷(angst), 스릴러(thriller)
요 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커크 그리고 스팍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 위: 19금 (NC-17)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 의: 스타트렉 리부트 기반, 다크니스 스포주의
한마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 1편부터 강렬한 게 미드의 특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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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는 대형 계류장에 정박해 있었다. 계류장 자체에서는 연료봉을 구할 수 없어 베르포 항성계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연료봉 운반 셔틀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스팍은 함장석에 앉아 자잘한 지시를 내렸고, 커크는 여전히 자신의 쿼터에서 숙면을 취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커크는 혼자가 아니었다.
"제임스."
칸의 손가락이 커크의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커크는 자꾸 몸을 뒤척거릴 뿐, 쉽게 깨어나지 않았다. 스팍과 격렬하기 그지없는 밤을 보낸 덕분이었다. 칸이 거듭 그의 이름을 부르자 커크가 결국 비몽사몽한 채로 칸에게 대답했다.
"응……?"
"피곤한가?"
"우웅……. 피곤해……."
칸이 커크의 옆에 앉은 채로 몸을 굽혔다. 서서히 칸의 얼굴이 커크의 얼굴과 가까워졌다. 칸은 그가 귀엽다는 듯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고 커크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윽고 칸의 혀가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와 잇몸을 쓸어대는 것, 자신의 혀를 빨아들이듯 잡아당기는 것도 허용했다. 생각보다 짙고 뜨거운 키스가 이어지자 커크는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어서, 부지중에 칸의 팔을 붙들었다. 커크가 간신히 입을 뗐다.
"진짜, 진짜 피곤해. 스팍."
그 순간 칸이 얼어버린 듯 움직임을 멈췄다. 커크가 짐짓 놀라 칸의 얼굴에 가볍게 입술을 부볐지만, 칸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커크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스팍…?"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스팍이 아니라 칸이었다! 커크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고,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위험했다. 자신의 온몸에서 본능적으로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었다. 커크는 두 눈을 의심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칸……?"
그의 목소리가 들린 즉시 칸이 커크 위로 거칠게 올라탔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칸은 유령처럼 하얀 얼굴로 잔뜩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불쾌한 감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뭐라고?"
"미, 미안해."
커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 딱히 미안하진 않았다. 미안할 것도 없었다. 왜 미안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이 스팍을 부른 것이 칸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것 하나만큼은 커크도 분명히 알았다.
"나는 스팍인 줄 알고……."
순간 뺨에 불이 일었다. 커크는 얼얼한 볼을 감싸쥘 생각도 못한 채 눈을 크게 뜨고 칸을 돌아보았다. 칸이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손을 뻗고 있었다. 커크는 되살아난 악몽에 몸을 움츠리고 질끈 눈을 감았다.
이건 꿈이야. 꿈일 거야. 꿈이어야만 해.
커크가 예상한 것처럼 다시 그가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칸은 커크의 턱을 잡고 자기 쪽으로 세게 끌어당겼다. 커크는 그 통에 다시 눈을 뜨고 말았다.
"제임스 커크."
칸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도저히 이게 꿈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너무도 선명했다. 커크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그저 불안하게 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았고, 손아귀를 벌린 심연 같았다.
"내가 네 병을 고쳤지. 내가 널 우월하게 만들었어. 넌 내 피조물이고 난 네 조물주야. 너는-."
칸이 선고를 내리듯 커크와 자신에 대한 정의를 늘어놓았다. 사실을 나열하는 그의 태도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칸의 다른 손이 커크의 부어오른 뺨을 쓸었다. 부드럽게, 다시 부드럽게.
"-내 거야(Mine)."
그 한 단어에서 커크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관계 정립에 대한 미약한 기쁨과 다가올 일에 대한 가슴 저릿한 공포, 그리고 나약한 자신에 대한 절망까지.
볼을 매만지던 손이 어느새 입술에 도달했다. 칸이 강제로 그의 입을 벌렸다. 커크가 작게 숨을 뱉었다.
"흐윽."
칸은 아랑곳않고 거칠게 커크의 입 안을 더듬었다. 차마 그의 손가락을 깨물 수 없었던 커크는 입을 벌린 채 칸의 시선을 피했다. 침대 시트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칸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 입에서 다시 다른 자식의 이름이 나오도록 해봐. 어서."
커크는 절망했다.
"…자, 잘못했어……."
"해봐!"
칸이 윽박질렀다. 커크는 칸의 팔에 매달렸다.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커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칸이 그를 침대 밖으로 내던졌다. 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칸이 정강이를 걷어차는 바람에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커크는 뼈가 부러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눈앞에 칸의 발이 보였다. 커크는 호흡을 진정하려 애썼다.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절망감에 저항해야만 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도대체 그가 언제 어떻게 구금실에서 탈출한 것인지, 그가 왜 자신에게 집착과도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인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것은 칸을 수틀리게 한다면 자신을 물론이고 엔터프라이즈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커크는 동물적인 직감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날 고문했지." 칸이 운을 뗐다.
커크는 처음 듣는 사실에 눈을 크게 떴다.
"매일. 한 시간씩. 마커스보다 지독했어. 적어도 그는 내 눈을 태우지는 않았거든."
"난 전혀 몰랐어…!"
칸이 커크의 얼굴을 쥐었다. 혼란이 가득한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푸르고 푸르렀다. 그의 무죄를 주장하듯, 순결하고 투명했다. 칸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똑똑이 말했다.
"상관없어. 다시 그의 이름을 말해. 그자부터 죽여버릴 테니까."
"안 돼!"
깜짝 놀란 커크가 칸의 다리를 붙들었다. 스팍만큼은 지켜야 했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 모든 것은 자신이 떠안고 가야만 했다. 애초에 칸을 이 엔터프라이즈에 태운 것조차 자신 때문이지 않던가?
"칸. 전부 내 책임이야. 내 잘못이야. 차라리 날 죽여. 대신 아무도 죽이지 말아줘. 부탁이야-."
"'부탁'?"
순식간에 커크의 얼굴이 바닥에 처박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릴 새도 없었다. 커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칸은 커크의 얼굴을 바닥에 짓누른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뭐든지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부탁이라. 그건 네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냐."
"우윽, 칸……."
"선택은 내가 해."
"제발……."
겁에 질린 커크가 몇 번이고 빌었지만, 그는 용서하지 않았다. 커크의 마음속이 때늦은 절망과 후회로 가득 찼다. 이젠 정말로 되돌릴 수 없었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다 잘못했어, 커크는 소용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애원했다. 답없이 떨리는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나왔다. 칸은 커크의 등을 짓누르며 그의 간청을 무시했다.
"이미 늦었어. 내가 엔터프라이즈를 폭파시키기 전에 날 막을 방법을 찾아봐."
"난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칸, 제발 그러지 마……."
"아아. 제임스. 생각해."
칸이 커크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커크의 숨이 순간적으로 멎었다.
"넌 나만큼 똑똑하잖아(You are as clever as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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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은 연료봉을 얻기 위해 상대 셔틀에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행성 연방의 군부 스타플릿 소속임을 밝히고 해당 절차에 따라 연료봉을 보급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단지 커크가 늦게까지 브릿지에 출석하지 않는 것만이 계속 신경쓰였다. 피로감이 상당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그가 이렇게 늦을 이유는 아니었다. 스팍은 커크에게 찾아가는 대신 다시 PADD에 감시 영상을 불러왔다. 커크를 감시할 수는 없으니 칸을 감시해야 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음."
여전히, 미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영상대로라면 칸은 분명 구금실에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스팍의 눈이 매 초 간격으로 영상 내의 칸을 훑었다.
스팍의 눈이 커졌다. 그는 기억력이 인간보다 월등히 좋은 편이었고 덕분에 한 번 본 것은 웬만하면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칸은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그 모습 그대로 일어났고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들어올려진 손의 각도까지 동일했다.
이게 무슨 의미지?
스팍은 그 순간 가능한 모든 논리를 동원했다. 빠르게 결론이 나왔다. 이 영상은 가짜였다! 더 정확히는, 녹화된 영상이었다. 스팍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브릿지의 모든 크루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술루. 의자."
스팍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짧게 지시한 후 터보 리프트로 날듯이 달려갔다. 당장 구금실에 가서 확인해야 했다. 어째서 아무도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인지, 칸이 도대체 언제 이 링크를 바꿔치기한 것인지, 스팍은 구금실로 달려가는 중에도 추론하고 또 추론했다.
"……."
스팍이 지긋이 입술을 깨물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 칸이 있던 구금실은 텅 비어 있었고, 그를 감시하던 카메라는 해킹된 뒤였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갔는지는 몰라도 브리그 베이를 지키던 보안 요원이 전혀 몰랐을 정도니, 정식 통로가 아닌 다른 경로를 선택한 것일 터였다.
스팍은 즉시 커크의 쿼터로 향했다. 칸이라는 위험한 존재가 엔터프라이즈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테러리스트가, 커크를 한 번- 아니 여러 번 위험하게 만들었던 자가, 도대체 언제부터 돌아다녔는지도 모르게 이 닫힌 작은 세계 안에 숨어들었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와중에도 스팍은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했다. 겨우 화해한 커크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해야 했다. 물론 칸의 탈옥이라는 1급 중대 상황이니 그도 이해해줄 테지만. 스팍은 커크의 쿼터로 달려가는 길에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맥코이와 마주쳤다.
"스팍?"
"아직 함장님을 방문하지 않은 건가?"
"네가 푹 쉬어야 할 것 같다며? 지금쯤은 일어났을 것 같아서 가보는 참이지."
스팍의 마음이 급속도로 불안해졌다. 아직 맥코이마저 커크를 확인하지 않았다? 커크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스팍은 맥코이에게 바로 커크에게 가라고 하지 않은 것을 짧게나마 후회했다.
"칸이 탈옥했어."
"뭐??" 맥코이가 반쯤 비명을 질렀다.
"그가 우주선을 빠져나갔다는 증거는 없으니 칸은 아직 이 안에 있겠지. 경계를 발령했다간 그를 자극하거나 크루의 불안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어서, 그에 대한 판단을 함장님께 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스팍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맥코이는 불안한 얼굴로 스팍에게 물었다.
"대체 언제?"
"확실하지 않아."
이를 갈듯 스팍이 대답했다.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금 화가 났다. 맥코이는 발길을 돌렸다.
"메디컬 베이에서 대기할게. 어디 숨어있는지도 모르니까, 일단 이쪽만이라도 비상 경계 태세로 돌려서 샅샅이 검사하고."
스팍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나았다. 맥코이가 바쁘게 움직였다. 스팍 또한 커크의 쿼터로 향하는 걸음을 빨리했다. 칸은 지금까지 맞이했던 적들 중 가장 위험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더없이 높은 지능을 가졌다. 이쪽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는 이미 예상하고 있을 터였다. 즉 비상 경계 발령을 통해 자신의 탈옥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그가 알게 된다면, 인질을 취하거나 위협을 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을 스팍은 절대로 견딜 수 없었다. 스팍이 서둘러 커크의 쿼터 문을 열었다.
"함장님?"
문이 열린 후, 스팍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거기에 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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