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팬픽
Dirty BlooD 3
종 류: 시리어스(serious), 앵슷(angst), 스릴러(thriller)
요 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커크 그리고 스팍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 위: 19금 (NC-17)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 의: 스타트렉 리부트 기반, 다크니스 스포주의
한마디: 스팍 마누라 뺏길 기세....ㅠㅠ
-
"함장님?"
스팍은 현재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쿼터 안에 커크와 칸이 서 있었다. 칸이 커크를 제압하거나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니란 것에 일단 안심했지만, 스팍은 그들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급속히 불안을 느꼈다. 즉시 허리춤에서 페이저를 꺼내든 스팍이 경계 태세를 취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어째서 칸이 여기 있는 것인지, 커크는 어째서 태연하게 칸의 앞에 서 있는 것인지, 자신의 모든 추리력을 동원해 봐도 논리가 연결되지 않았다. 스팍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함장님. 위험합니다. 물러서십시오."
"아냐. 스팍."
커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스팍은 페이저를 세게 쥐었다. 커크 때문에 칸을 조준할 수가 없었다.
"지금 물러서야 할 건 너야."
스팍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커크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 손은 페이저를 집어들었고, 서서히 올라와서, 결국은 자신을 겨누었다. 스팍은 암담한 심정으로 질문했다.
"함장님. 왜 제게 페이저를 겨누시는 겁니까?"
"물러서라고 했어."
"함장님!"
스팍이 미간을 찌푸렸다. 커크는 표정을 굳혔다. 도대체 칸이 어떤 짓을 했기에 커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스팍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칸, 이건 전부 칸 때문이었다. 칸에 대한 분노가 거세졌다. 스팍이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예상이나 한 듯 커크가 그를 마주보고 움직였다. 마치 칸을 보호하는 듯했다.
"비켜주십시오."
"너나 페이저 내려놔. 명령이야."
스팍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현재를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스팍은 아주 천천히 몸을 굽혔다.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적용 가능한 모든 규정과 예외 조항과 역대 사례들을 훑었다. 그 순간 한 가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페이저를 바닥에 내려놓으려던 스팍이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그는 빠르게 읊었다.
"닥터 맥코이로부터 당신이 PTSD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현재의 함장님은 환각, 환청 및 현실검증력 저하로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여겨지며, 스타플릿 규정에 의해 제 임의로 현 상황을 해결하겠습니다."
스팍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칸이 커크의 곁으로 다가왔고, 커크가 급히 팔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만둬! 스팍, 난 본즈가 처방해준 약을 먹었고, 지금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란 것도 알아. 그리고 내 우선임명권에 의해 칸은 오늘부터 엔터프라이즈 크루야. 그러니까 페이저는 당장 치워."
"뭐라고요(Pardon, sir)?"
스팍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스팍과 칸 모두 커크를 바라보았다. 커크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칸은 5년 임무 동안 그가 필요한 임무에 참여할 거야. 내 치료에 협력했고 그 기간 동안 아무 말썽도 일으키지 않았으니까. 5년 임무가 끝나고 지구로 돌아가면, 다시 수감되어 형을 집행할 거고. 이해했어?"
"어디서, 언제 그런 논의가 이루어진 겁니까? 엔터프라이즈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거나 생존에 직결되는 위기가 아닌 이상, 그것은 장교들의 동의를 받아 결정할 사안입니다. 또한 저 자가 탈옥한 거라면 응당 그에 대한 처분이 먼저-."
칸이 비웃듯이 스팍의 말을 끊었다.
"그럴 필요 없어."
스팍은 즉시 시야에 들어온 칸을 노려보았다. 커크의 바로 곁에 칸이 서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는데, 칸은 커크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있기까지 했다. 스팍은 당장 페이저를 그에게 쏘고 싶은 마음을 눌러 참고 커크를 돌아보았다.
"무슨 의미입니까?"
"탈옥…하지 않았어."
커크의 짧은 대답에 스팍은 입술을 깨물었다. 탈옥하지 않았다? 불충분한 설명이었다. 탈옥하지 않았으니 처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터였다. 하지만 탈옥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떻게? 손의 마디 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자제심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다. 스팍은 자신의 추론을 통해 나온 결론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함장님께서 그를 구금실에서 꺼내주셨습니까?"
"…그래."
"함장님께서 그를 여기로 부르신 겁니까?"
"……. 그래."
스팍은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마지막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함장님. 그가 자력으로 탈출했고 당신을 협박한 거라고… 말해주십시오."
제발, 스팍은 속으로 덧붙였다. 커크가 긍정한다면 그 즉시 칸을 제압할 모든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스팍은 칸을 조준한 채로 간절히 빌었다.
"아니야." 커크는 고개를 저었다.
스팍은 한없는 절망을 느끼며 커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본드를 통해 전해져오는 커크의 심정과 생각을 알아내려 했다. 함부로 자신의 속마음을 읽는 것을 커크가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스팍이 천천히 그의 생각을 읽었다.
-내가 전부 책임지겠어.
스팍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커크는 이미 모든 것을 결심한 듯 단호했다. 스팍은 그런 커크의 태도에서 다소 슬픔을 느꼈다. 어째서 커크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것인가? 처음 구금실에서도, 스팍은 구금실을 열어준다면 칸을 제압하고 커크를 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커크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결국은 칸에게 유린당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커크는 스팍이 자신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게 틀림없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스팍은 새삼 씁쓸한 감정을 경험했다.
스팍이 페이저를 세게 쥐었다. 어쨌든 커크가 칸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게 그의 높은 자존심 때문이든 옆에 있는 칸에 대한 공포 때문이든 상관 없었다. 본인이 커크를 구하면 그만이었다. 스팍은 칸을 제압하고 그를 다시 냉동 튜브에 되돌려 놓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와 한 번 싸운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면, 커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칸을 제압하면 된다. 간명한 결론에 이른 스팍이 즉시 페이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칸을 향해 쏘았다.
"안 돼…!"
미약하게 외치며 칸의 앞을 막아서는 커크를 보았을 때, 스팍은 무정형의 변수인 커크를 간과한 점을 그 즉시 후회했다.
"함장님!!"
페이저의 광선을 맞은 커크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고, 뒤에 있던 칸이 그를 부축했다. 스팍은 이를 악물고 커크에게 달려갔다. 커크는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입을 열었다.
"이제 이런 걸로 안 죽어. 오버하지 마."
"함장님, 죄송합니다. 제 실수였습니다. 무사하십니까?"
"괜찮다니까. 비켜."
커크의 몸에 손을 댄 순간, 스팍은 그의 생각을 보다 분명하게 들었다.
-난 죽지 않지만, 스팍은 죽을 수도 있어. 내가 그를 보호해야 해.
의외의 생각에 스팍이 멍하니 커크를 바라보았다. 그 틈에 칸이 스팍의 손을 쳐냈다.
"함장의 안위를 지킨다는 부관이 함장을 공격하다니. 놀랍군." 칸이 비꼬았다.
"지금 함장님의 안위를 위협하는 건 너라는 사실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 함장님을 놔."
스팍도 만만치 않게 맞섰다. 스팍의 눈동자는 맹수처럼 위험한 빛을 띄었고, 칸의 눈동자는 마치 그를 깔보는 것처럼 선명한 조소의 빛을 띄었다. 칸이 스팍을 도발하듯 커크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직접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지. 제임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커크는 미약하게 떨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스팍. 나가."
"함장님!" 스팍이 비명처럼 그를 불렀다.
"난 휴식이 필요해. 다음 시프트까지 함장석을 맡아. 그때 칸에 대한 제반 사항을 발표하겠어."
커크가 확고하게 명령을 내렸다. 스팍은 커크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일어난 커크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옆에 서 있던 칸만이 흥미롭다는 듯 스팍과 눈을 마주쳤다. 스팍은 속에서 파도처럼 솟구치는 분노를 이길 수가 없었다.
"중범죄자의 탈옥, 함장에 대한 협박은 즉결처분권을 발동할 충분한 이유가 돼. 주지하고 있길 바라지."
자신을 위협하는 스팍을 향해, 칸이 커크를 잡아당기는 것으로 답했다. 칸은 커크의 허리를 반쯤 안은 채 입을 열었다.
"자신의 함장을 죽일 뻔한 부관이 할 말로는 안 들리는군. 내 피가 아니었으면 그는 벌써 죽었어. 예전에 죽었겠지."
"내 발언과 내 행동은 상관성이 적어. 또한 네 피가 그를 살렸다고 해서 네가 저지른 범죄들이 상쇄되는 건 아니지. 그리고 네가 현재 취하고 있는, 함장님과의 불필요한 접촉은-."
"그만!"
커크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칸과 스팍 모두 입을 다물었다. 커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쿼터를 울렸다.
"스팍. 제발 나가. 쉬고 싶어."
이것 보라는 양, 칸이 스팍을 노려보았다. 커크는 아예 몸을 돌려 칸의 품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스팍은 가슴 깊이 비참함을 느꼈고, 계속 저런 커크를 보느니 쿼터를 나가는 게 말 그대로 속이 편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절대로 커크와 칸을 함께 놔두고 싶지 않았다. 커크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한 칸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자신들을 어떤 방식으로 괴롭힐지 감도 오지 않았다. 스팍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겼다.
"빠른 복귀를 기다리겠습니다. 함장님."
커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스팍이 쿼터를 나서며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문이 닫히는 틈 사이로 칸과 커크가 입을 맞추는 모습이 언뜻 보였다. 스팍은 자기도 모르게 쥐고 있던 페이저를 우그러뜨리고 말았다.
-
"칸, 그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칸의 거친 키스에 커크는 그를 말리려 했지만, 칸은 힘있게 커크를 몰아붙였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커크는 결국 침대에 걸려 쓰러졌다. 칸이 그대로 그의 위에 엎드렸다.
"널 꿈에서 현실로 꺼냈어. 그걸로 충분하잖아……."
"충분하지."
커크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칸이 즐거이 대답했다. 칸은 손을 들어 커크를 쓰다듬었다. 커크는 그 부드러운 손길을 외면하려 애썼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칸의 시선을 피하면, 조금이나마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하얗게 질리던 스팍의 얼굴이 자꾸 생각났고, 놀라서 크게 뜬 스팍의 눈과 자신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스팍의 선명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사실은 다시 그를 부르고 싶었다. 스팍이 이 절망에서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스팍의 이름을 들었을 때 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회상하며 커크는 긴장했다. 칸의 시선을 자신에게 붙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의 말로 판단컨대 칸은 엔터프라이즈를 '폭발'시킬 어떤 장치를 해둔 것이 분명했다. 설령 장치가 없더라도, 벤젠스 호를 만든 그의 실력이라면 엔터프라이즈를 해킹하는 것은 일도 아닐 터였다. 그 위협을 제거하기 전까진 어떻게든 버텨내야 했다. 칸이 엔터프라이즈와 스팍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일전에 원자로 코어에 직접 들어갔던 것처럼,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함장의 역할이었다.
"제임스. 다시 말하지만 넌 내 거야. 네 몸도, 네 혈관을 흐르는 피도, 네 생명도."
"…그래."
커크는 체념했다. 칸의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을 스쳐, 턱을 지나고 목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온전하게 느끼면서 커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호흡을 진정하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칸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자명했다: 바로 자신이었다. 그것만으로 칸을 잡아둘 수 있다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장사이리라. 커크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내 피가 너를 고쳤으니, 우린 이를테면 혈연 관계지. 넌 내 가족이고 난 네 가족이야."
칸은 커크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 뒤 커크에게서 떨어졌다. 의외의 말과 행동에 커크는 눈을 번쩍 떴다. 칸은 이미 몸을 돌려 커크의 책상으로 향한 뒤였다.
"피곤하다면 편히 쉬도록."
칸은 커크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책상 위에서 책을 한 권 골라 꺼내들었다. 커크는 그런 칸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변한 그의 태도를 믿을 수가 없었지만, 동시에 믿고 싶기도 했다. 칸이 정말 자신을 가족이라 여기는 걸까? 72명의 다른 증강인간들- 그의 크루와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이것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커크는 미약하게 희망을 느꼈다. 칸이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한, 5년 임무를 진행중인 엔터프라이즈에 위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 사이에 칸이 손을 써둔 것을 제거하고 칸을 제압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커크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해결 방안이었다. 역으로 자신이 칸을 이용하리라.
커크는 조금이나마 안심하며 눈을 감고 누웠다. 칸이 그의 쿼터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못내 신경쓰였지만, 달리 해결할 방법도 없었다. 커크는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모든 게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니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 내 힘으로 해결하겠어, 커크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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