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ㅈ님께 커미션 드렸는데 요로코롬 너무너무 이쁜 커크가 왔습니다!!!! (주먹울음)

 

정작 14화 본편에는 커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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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집에서 커크를 데려온 이후로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었지만, 맥코이는 스팍이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그 일이 있었던, 그 날로부터는 별로 긴 시간도 지나지 않은 터였다. 그러니까, 겨우 두 달 남짓. 맥코이는 숫제 으르렁거리며 스팍을 경계했다.


다시는 나나 짐을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스팍은 뒷짐을 진 채 마찬가지로 쌀쌀맞게 대꾸했다.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검사 결과를 운반하라고 요구한 건 그쪽이야. 닥터.
그래서 네가 왔다? 웃기지도 않는군. 결과 내놓고 당장 여기서 나가주겠어?


맥코이는 스팍이 빈손으로 왔음을 알아차렸고, 스팍은 손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그 의미를 알아챈 맥코이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본인의 불찰이었다. 차라리 페이퍼로, 아니, 직접 가지러 갔어야 했다. 끝까지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원본은 파기했어. 전부 내가 기억하고 있지.
젠장(Dammit).


여전히 재수없는 녀석이라고, 맥코이가 진심을 담아 투덜거렸다. 동시에 짐짓 손을 뻗어 모니터를 껐다. 자신의 커크를 스팍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스팍은 꼿꼿이 선 채 말을 이었다.


아마 예상하고 있겠지만 그 자-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의 신체를 가진 자는 우리가 찾던 짐 커크가 아니야.
...무슨 뜻이야.


맥코이가 이를 지긋이 악물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오히려 확실하게 듣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그가 커크든 커크가 아니든 오직 하나의 진실을.


방사성 동위 원소 붕괴 정도로 신체의 연대를 측정했고, 그의 몸에 있는 장기들이 저마다 그 연대가 다른 것을 확인했어.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어. 그게 왜?
분석 결과 그건 모두 제임스 커크의 것이었어. 닥터 맥코이, 한 개체의 세포와 기관이 다른 속도로 노화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맥코이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때아닌 갈증에 책상 위에 있던 물컵에 저절로 손이 가려 했지만, 참았다.


불가능하지. 그래서 장기매매 암시장을 뒤졌잖아. 어떤 놈이 어떻게 바꿔치기를 했는지 기록을 찾아내려고-
맥코이. 나는 방금 그의 모든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가 제임스 커크의 체세포와 동일하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내 말도....... 잠깐. 그건 불가능해.


맥코이가 얼굴을 굳혔다. 스팍은 담담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 우주에 동일한 개체가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알고 있지.
뭐?
두 명의 나.


스팍이 남의 일처럼 무덤덤하게 말했다. 두 명의 스팍. 다른 우주의 스팍. 다른 시간대의 스팍.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커크. 하지만 분명 커크이면서 커크가 아닌 커크.
마침내 두 사실을 연결지은 맥코이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모든 장기는 제임스 커크의 것. 하지만 연령대가 다르다. 그 의미는-.


여러 명의 제임스 커크.......
그것도 각기 다른 나이의.
맙소사.


맥코이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천천히 부서진 파편들이 모여 특정한 하나의 사실을 만들어냈다. 맥코이는 그제서야 커크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집에 있는 커크는 한 명의 커크이면서, 한 명이 아니었다. 타인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괴물, 프랑켄슈타인처럼 여러 인간의 피와 살과 기관들로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리고 그 여러 인간이 바로 평행 우주의 제임스 커크들이었다.


감히 그런 시도를 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아니, 그 생각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인간으로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발상을 할 수 있지? 그것은 그 자체로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었다. 물론 맥코이는 신을 믿지 않았지만,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의사로서 그 비윤리적인 시도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 만들어졌다는 게 그런 의미였던 거야?


커크는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것은 비유나 완곡한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였던 것이다. 그는 '만들어진' 존재였다. 어디에도 없으며, 그 자체로 커크이면서 커크가 아닌 존재.


그를 만든 그의 창조주는, 스팍이 머뭇거렸다. 하지만 대체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는지 그대로 말을 이었다.


그의 창조주는 분명 고차원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졌으리라 예상돼. 또한 현존하는 기술로는 불가능한 결과물이니 사용된 기술 또한 미래의 기술이리라 추정한다.
칸은 어때? 그것도 칸의 손자의 손자쯤 되는 놈일지도 모르지.


맥코이가 비꼬았다. 스팍은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것까진 예측할 수 없어. 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추론이군.
젠장, 스팍!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맥코이가 책상을 내려쳤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커크에게, 짐한테 그 사실을-
그를 커크라 지칭하기엔 무리가 있어. '커크들'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지.


맥코이는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스팍은 공기 중에 흐르는 감정의 기류로 그의 심기가 불편함을 알았지만, 하려던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또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그의 신체에서 돌발적인 노화 반응 혹은 기관 정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75%이상이야. 따라서 그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시설에 거주하게 하고, 이 사실에 대해 그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어.


불만스럽게 책상을 두들기던 맥코이의 손이 멈췄다. 그는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짧게 선언했다.


주치의는 나야. 내가 결정해.


스팍도 지지 않았다.


닥터 맥코이. 나는 스타플릿 소속 과학장교이자 현 엔터프라이즈 함장으로써 전 함장인 제임스 T. 커크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내 행동을 막는다면 스타플릿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 주요 인물에 대한 허가받지 않은 보호 관찰 시행을 이유로 정식 고소장이 접수될 거야. 그것을 원하나?
날 군부 법정에 세우려면 네가 커크에게 한 짓에 대한 변명거리부터 생각해둬야 할 거야. 죄목은 심플해. 강간이라고, 들어는 봤지? 초록피가 흐르는 고블린 동네에도 그런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팍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맥코이는 기세를 몰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심술궂게 웃었다.


이제 볼일 끝났으면 나가주시죠. 써(Sir).

 

 

 

Posted by 카레우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