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스타트렉
요약: 나도 할 수 있다, 실전 편! 떡방아 쿵떡쿵떡 폰파 폰파 폰파
수위: NC-17...19?
커플링: 스팍/커크 스팍커크
시점: 다크니스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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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크윽......."
악문 이 사이로 고통이 비어져 나왔다. 커크의 손이 바닥을 긁었다. 손톱이 철제 바닥에 자국을 남기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다만 기대 이상이었을 뿐이었다. 평소에 스팍이 둘렀던 이성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이런 혼란과 격랑과 열정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으리라. 그들의 조상이 가졌던 순수한 야성, 파괴적인 본능, 그리고 갈망과 욕구. 이것이 바로 책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했던 벌칸의 '폰 파'였다.
스팍이 다시 한 번, 거침없이 커크에게로 돌진했다. 커크는 새어나오는 신음을 애써 가두며 허리를 틀었다. 평소에 그들이 즐기던 관계와는 확연히 다른 몸짓이었다. 쾌락도, 환희도, 속삭이는 밀어도, 여유로운 미소도, 담백하지만 부드러운 눈빛도 없었다. 이 행위는 조악하다기보다 순수한,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욕구의 원형에 가까웠다.
즉, 번식이라는 목적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커크는 덜덜 떨리는 이를 애써 다물었다.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묵직한 통증에 정신을 놓칠 것만 같았다. 폰 파, 그리고 폰 파 상태의 벌칸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기에 자신의 어떤 행동이 그를 자극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게 커크가 앓는 소리를 간신히 삼키고, 그를 할퀴는 대신 바닥을 긁어대고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커크는 점차 스팍이 일전에 자신의 목을 졸랐을 때나 방사능 코어에서 죽음을 기다릴 때보다도 더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위기감, 그래. 정말로 죽을 것 같은 공포.
커크는 스팍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그를 받아낼 자신이 없었지만, 애써 웃었다. 복상사로 죽게 된다면 정말 부끄러울 거야. 아이고. 살아나도 이제 한동안 못 걸을지도 몰라. 호버링 체어가 필요하겠는데. 그거 타고 워프 팩터 1로 달리면...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올라 커크는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집중해야 했다. 이렇듯 고통스럽고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기 때문에 벌칸과 벌칸이 폰 파를 치르는 것이겠지. 어쩌면 스팍은 이런 상황을 염려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이것을 예견했기에 그렇게 도망치듯 떠난 것이리라. 커크는 간신히 눈을 떴다. 스팍의 짙은 갈색 눈동자는 마치 용암이 터져나올 것 같이 붉고 어지러운 열기를 띠고 있었다. 초점이 사라진 불꽃 위에 잔뜩 겁을 먹은 자신의 얼굴이 비쳐서, 커크는 그저 눈을 감아 버렸다.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것이니 후회할 수도 없었다. 커크는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연인의 머리를 안았다. 그의 귀에 대고 커크가 조용히 속삭였다.
"죽여줘. 어서."
그의 말에 응답하듯 스팍이 커크의 허리를 세게 끌어당겼다. 커크는 이번에야말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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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간 전.
엔터프라이즈 호의 5년 임무 기간 중에 스팍의 폰 파가 찾아온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벌칸족 특유의 기간인 폰 파는 7년을 주기로 발생했고 스팍은 그 해 28세였다. 닥터 맥코이를 비롯하여 벌칸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이 있는 사람-사실상 스타플릿을 졸업한 대부분의 크루-이라면 그들의 부함장을 위해 잠깐의 휴식을 갖는 것에도 기꺼이 동의했을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스팍은 나름대로 그 해 있을 폰 파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고 있었다.
"휴가를 달라고?"
커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스팍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연인은 흐트러짐 없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예, 캡틴. 뉴 벌칸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셔틀로는 무리야. 현재 지점에서 얼마나 걸릴지 몰라."
"워프 팩터 4로 20시간 걸립니다. 그쪽에 연락을 넣어 중간 지점까지 마중을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휴가 목적은?"
의심이 낮게 깔린 푸른 눈동자에 대고, 스팍은 스스럼없이 거짓 아닌 거짓을 고했다.
"벌칸족 재건 계획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한 번도 뉴 벌칸을 방문하지 않았으며, 이는 제 종족이 수립한 규범에 누가 되는 행동입니다." 그가 덧붙였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의자에 반쯤 기댄 채로 커크가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스팍은 그 눈빛을 담담히 마주했다. 온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두 개의 목적 중 한 개만을 밝혔을 따름이었다.
"그게 내게 말할 수 있는 최고로 논리적인 변명이야?"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스팍. 설마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한숨을 내쉬듯 원망하는 목소리였다. 스팍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의 날을 세웠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그리고 제 종족의 번영에 관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난 네 연인이기도 해."
스팍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커크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부정할 수조차 없었다. 칸에 의해 서로가 영원히 이별하는 줄 알았던 그 날, 스팍은 커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뼈저리게 이해했다. 더없이 무거운 한 문장이 세차게 흘러와 자신의 벽을 허물어뜨렸고, 뇌리에 새겨져 자신의 존재를 주장했다. 바로 '제임스 커크를 사랑한다'는 것.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팍은 그것을 허용할 수 없었다.
"유아 시절 저와 본드를 맺었던 벌칸 여성은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제 속에 있던 수많은 벌칸족과의 고리가 단절되었습니다. 어머니를 포함해서."
당신이 그것을 대신할 수는 없어, 짐. 대신하게 하고 싶지 않아. 스팍은 말을 삼켰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제가 뉴 벌칸을 방문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데. 이야, 혹시 우리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중인 거야?"
"캡틴."
"알고 있어. 폰 파 때문이잖아."
스팍은 자신이 교육받은 방식에 의거하여 불유쾌한 단어를 스스럼없이 내뱉은 커크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폰 파는 현재의 벌칸족에게 있어 '필요하나 부끄러운' 의식이었으며, 그들의 도덕과도 어울리지 않는 고대의 잔재였다. 이성적으로 모든 것을 제어한다 자부하는 벌칸에게는 일종의 수치와 다름없었다.
"그 정보에 대해 당신에게 확인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왜 없지? 내가 너와 본드를 맺을 수 없는 이종족 연인이라서? 폰 파를 감당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이라서?"
"짐."
커크의 마지막 말에 의표를 찔린 스팍은 재빨리 몸을 숙여 의자의 양 손잡이를 짚었다. 커크가 과히 좋다고 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코와 코를 맞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스팍은 낮게 말했다.
"짐. 그렇게 크게 벌칸의 사적인 특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조언하겠어."
"네가 먼저 무례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래."
"무례? 내가?"
"그래."
커크는 스팍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리고 패드를 들고 일어났다.
"휴가는 불허하겠어."
"짐!"
"네가 이 함선에서 제일 똑똑하잖아. 방법을 찾아내."
스팍이 터보 리프트에 들어간 커크를 뒤쫓았다. 함장실, 커크가 행선지를 말하자 리프트가 덜컹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어." 스팍의 말에 커크가 코웃음을 쳤다. "글쎄. 적어도 그게 너는 아닐 거야."
목적지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다. 커크가 말없이 내렸고, 문이 닫혔다. 스팍이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내가 될 수도 있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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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전.
커크 또한 그 사실을 알았다. 폰 파 기간 중에 적절한 성적 관계를 갖지 않으면 벌칸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 커크는 기실 벌칸에 대해서는 벌칸족 당사자들 다음으로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연인을 위해 이것저것 공부한 결과였다. 따라서 커크의 말은, 스팍을 죽게 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사실 커크는 스팍이 왜 평소에는 잘만 하던 섹스를 폰 파 때라고 해서 자신과 하지 않으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연인이잖아?
게다가 스팍은 벌칸족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를 둔 혼혈 벌칸이었다. 그런 부모 아래에서 자란 그가 종족이 다르다 해서 자신과의 폰 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역시....... 후손을 남기는 일의 문제겠지.
커크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무늬 없는 회색-, 아니 하늘색이 감도는 밝은 잿빛 천장이 보였다. 엔터프라이즈의 색과 비슷했다. 예쁜 엔터프라이즈, 내 예쁜이. 커크는 손을 들어 천장에 엔터프라이즈의 모양을 덧그렸다. 예로부터 함선의 캡틴은 자신의 함선과 결혼한 거라고, 반 우스개로 그런 말이 전해지곤 했다. 스타플릿이 있었던 이래로 대부분의 함장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하면 별에 정착하곤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완전히 빈말은 아니었다.
제임스 커크 또한 결혼이나 정착에는 뜻이 없었다.
그래서 함선의 함장직이야말로 우주에서 태어난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라고, 커크는 내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스팍은?
명실공히 멸종 위기의 종족이다. 벌칸은 동시에 지구의 인간들과 최초로 접촉하여 우주 연방 시대를 도래하게 만든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외계 문명이기도 했다. 스팍의 아버지는 지구에 주재하던 벌칸 대사였고, 인간과 결혼하여 벌칸-인간 혼혈인 스팍을 낳았다. 스팍은 다른 벌칸들과 다르게 벌칸 아카데미 대신 지구의 스타플릿을 선택했고, 뉴 벌칸 대신 엔터프라이즈를 선택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폰 파가 찾아오니 벌칸으로 돌아간다는 건가.
이해할 수는 있었다. 정체성이 없어서 문제인 자신에 비하여 스팍은 정체성이 두 개인 것이 문제였다.
커크는 침대에 주먹을 내리쳤다. 하지만 지금의 과학 기술로도 충분히 두 사람의 RNA를 조합하여 새 생명을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21세기부터 가능했던 기술이었다. 도대체 날 거부하는 이유가 뭐야? 커크는 거절당하는 감정을 견딜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떠남, 타르서스의 악몽. 화가 났다고 한다면, 맞다. 화가 났다. 자신이 단순히 인간이자 남성이라서 거부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그들이 서로 사랑해온 것들이 설명되지 않았다. 설령 그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그것도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어쨌든 제임스 커크는 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때 통신기가 울렸다.
"짐!"
닥터 맥코이였다. 커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왜?"
"방금 셔틀 하나가 빠져나갔는데-."
커크의 심장이 뚝, 멎었다.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팍이 거기에 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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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전.
두 개의 하얀 셔틀이 검푸른 우주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스팍은 커크가 쫓아올 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가장 빠른 셔틀을 골랐고, 커크는 그 다음으로 빠른 셔틀을 골라 잡아 탑승한 상태였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추격전은 두 셔틀이 소행성대를 지나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크고 작은 소행성 파편을 피하기 위해 둘 모두 속도를 줄였던 것이다. 스팍은 이를 통해 커크를 떼어놓을 심산이었고, 커크는 자신의 운전 실력을 믿고는 다시 속도를 올려 스팍의 꼬리를 잡았다. 이에 스팍의 셔틀이 기다렸다는 듯 재빠르게 방향을 선회했다. 커크는 미처 그 앞에 있던 작은 소행성 파편을 피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부딪혔다. 그 충돌에 셔틀이 멈춰서고 말았다. 위험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기에 스팍은 그런 커크를 내버려 두고 셔틀을 움직였다. 대신 그는 통신을 열었다.
"엔터프라이즈, 스팍이다. 캡틴의 셔틀이 소행성과 경미하게 충돌했다. 확인 후 구조 바란다."
"캡틴으로부터 응답이 없습니다. 근처 외행성에서 폭발이 일어나... 자기장이....... 통신... 곤란......."
"......."
스팍이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었다. 이 근처에는 적대적인 외계 종족도 없었으며, 이 소행성대에서는 셔틀이 다른 행성의 중력장에 이끌려 갈 가능성도 현저히 낮았다. 게다가 저 정도 가벼운 사고로 짐이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은 48.6%...
스팍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했다. 논리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어지는 것 자체가 폰 파의 전조 증상이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야말로 폰 파를 맞은 벌칸이었다. 확률적으로 그것이 가장 위험했다. 스팍은 차라리 자신이 우주선 셔틀에서 홀로 죽을지언정 커크를 다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팍......."
하지만 열어둔 통신에서 커크의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스팍은 이미 조종간을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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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
커크의 셔틀과 도킹하여 그 안에 내려선 스팍은 급히 주변을 살폈다. 물건들이 죄다 쏟아져 있었다.
"짐!"
곧바로 운전석으로 향한 스팍은 쓰러져 있는 커크를 발견했다. 커크의 몸 위로 철제 선반이 넘어져 있었다. 스팍은 달려가 선반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커크를 부축해 세웠다. 몸을 살펴보니 의외로 커크는 가벼운 타박상 외에는 피 한 방울 흘린 데 없이 멀쩡했다. 커크가 비식 웃었다.
"결국 돌아올 거였으면서."
스팍은 말문이 막혀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부상을 입은 척 해서 자신을 끌어들이다니. 어미 오리가 다친 흉내를 내어 새끼들을 노리는 맹수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그 맹수는 자기 자신이었고, 커크는 사냥감이었다. 스팍에게 있어서 제임스 커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였다. 스팍이 딱딱하게 입을 열었다.
"짐. 난 너를 보호하기 위해 함선에서 나온 거야. 그런 나를 다시 부르면 내 행동은 무의미해져."
"멍청하긴. 네가 떠난 것부터가 비논리적이라는 생각 안해?"
"논리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진 행동이었어. 폰 파는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졌음을 확인하자 커크는 오기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죽음을 각오하고 나갔다 이거지? 그는 옆에 앉은 스팍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스팍. 이 엿같은 자식아. 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럼 뭐야? 폰 파 때는 각방이라도 쓰셨대?"
"다시 날 그렇게 부르거나 내 부모님을 모욕하는 언사를 한다면-."
"못할 건 뭔데?"
커크가 손을 뻗어 스팍의 바지 버클을 잡아당겼다. 스팍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짐!!"
스팍의 손이 커크의 팔을 낚아챘지만, 커크가 이미 지퍼까지 내린 상태였다. 평소에 내장되어 있던 스팍의 것이 속옷 안에서 불룩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커크가 그것을 보고 이죽거렸다.
"꼬마 스팍은 벌써 준비됐네. 어디 그 폰 파라는 걸 보여달라고. 잘나신 벌칸아."
"...안 돼."
스팍이 그의 팔을 놓고 물러섰다. 커크는 더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스팍을 위해서, 사랑하는 스팍을 위해서라면 더 모욕적인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때처럼 그를 감정적으로 몰아세우는 건 오히려 간단했다. 스팍이 지금 잠깐은 상처입을지 몰라도 결국은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갈 테니까. 과거에 그랬듯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세상에 미련이 없는 자신이어야 했다.
커크가 덤벼들어 스팍을 바닥에 눕혔다. 스팍은 어지러움 증세를 느꼈다. 사실 이 셔틀로 건너와 커크를 본 순간부터, 아니, 커크의 가냘픈 목소리를 들었던 그 순간부터 이미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 흔들렸다. 폰 파가 시작되고 있었다.
"짐, 제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커크가 스팍의 손에 자신의 손을 부볐다. 벌칸식 키스였다. 스팍의 어지러움이 심해졌다. 손으로 깍지를 끼자, 스팍은 인간으로 치자면 입술을 꽉 깨물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팍이 다시 한 번 제발, 하고 중얼거렸지만 커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커크의 다른 손이 스팍의 배를 훑어내렸다. 아랫배를 거쳐, 그의 것까지 금세 도달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더라..."
커크의 중얼거림이 먼데서 들리듯 아련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스팍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커크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그의 손을 멈추고 자신에게서 떼어낸 뒤, 다시 셔틀을 타고 어디로든 떠나야 했다. 그에게서 멀어져야만 했다. 차라리 홀로 죽고 싶었다. 그의 남은 이성이 제발 그러라고 간절하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그의 감정이 이성을 비웃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상대에게 자신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다리 사이가 불 붙은 듯 뜨거웠다. 커크가 자신의 것을 손으로 비벼댄 것도 한몫 했다. 산 채로 타들어가는 이 고통, 이것은 자신이 원치 않았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원하던 것이었다.
"스파악......."
스팍이 흥분하는 것을 보고 커크 또한 젖은 목소리를 냈다. 그게 스팍의 감정을 더욱 부채질했다. 스팍은 벌떡 일어나 커크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커크가 아픈 듯 신음을 흘렸고, 그것 또한 스팍을 자극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스팍을 자극하고 있었다. 간신히 뜬 샛푸른 눈동자. 윤기 나는 더티 블론드. 피가 몰려 진분홍색이 된 입술. 땀에 젖어 뽀얗게 보이는 목선. 노란색 유니폼과 몸에 딱 맞는 검은색 바지.
"짐, 나, 나는......."
스팍이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잡아 내뱉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의 손이 덜덜 떨리며 커크의 바지춤을 붙잡았다. 마치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커크는 긴 숨을 내쉬며 자신의 버클을 풀었고 스팍의 손을 인도해 들였다. 마찬가지로 그도 흥분해 있었다. 스팍의 손이 닿자 커크의 숨이 가빠졌다. 스팍 또한 타 부위보다 민감한 손으로 그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 노력을 다해 커크의 뒤를 어루만졌다. 그로서는 그것만이 최선이었다.
"미안, 짐..."
커크가 열에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취한 것처럼, 잔뜩 달큰한 느낌이었다.
"괜찮아. 난 괜찮아..."
그 시점에서 스팍은 이성을 잃었다.
스팍이 커크의 옷을 찢고 그를 들어올렸다. 커크 또한 알아서 허리를 맞춰 주었다. 스팍이 돌진했고, 커크가 헉 하고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생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정말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다. 커크가 몸을 떨며 스팍을 붙잡았다. 스팍은 아랑곳않고 거세게 허리를 움직였다. 커크의 호흡이 뜨문 뜨문 간헐적으로 끊어졌다.
"하, 으으, 하아, 으...!"
그것은 기계의 움직임마냥 무자비하고 무정한 행위였다. 커크는 허리를 젖히다 지쳐 스팍을 껴안은 채 힘없이 늘어졌다. 그는 고통과 열락에 젖어 눈을 감았다. 뜨거운 것이 흘러나왔다. 섹스돌이라도 된 것마냥 당하는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았지만, 이게 스팍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왜냐하면, 스팍. 넌 죽었던 나를 한 번 살렸잖아. 그러니까 나도...
"하윽...!"
커크의 생각이 중단되었다. 스팍이 그의 안에서 폭발적으로 사정했고, 덕분에 거칠고 메말랐던 교통이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다. 곧 스팍이 커크에게서 빠져나갔다. 커크는 다시금 숨을 몰아쉬었다. 공허한 느낌과 해방감이 동시에 몸을 가득 채웠다. 커크는 불꽃이 사그라들듯 주저앉았다. 그곳이 온통 얼얼해서 다리를 모을 수가 없었다.
또한 자신을 잠식해오는 두려움에, 앞에 서 있는 스팍을 차마 올려다볼 수도 없었다. 커크는 입가를 끌어올려 웃었다.
"이제 시작인가......? 내가 알기로 폰 파가 약 20시간..."
스팍에 의해 뒤로 넘어가면서, 커크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거친 숨만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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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시간 후.
스팍이 눈을 떴다. 통신기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깹띤! 깹띤!! 계심니까!"
"캡틴! 제 말 들려요?"
캡틴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가슴이 덜컹 소리를 낼만치 떨렸다. 스팍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가운 셔틀 바닥에 커크가 뻗어 있었다. 그와 자신 모두 나체였다. 폰 파가 그들을 휩쓴 것이리라. 스팍이 허둥지둥 커크의 상태를 살폈다. 간신히 숨은 쉬고 있었다. 몸 곳곳에는 푸른 멍이 들어 있었고, 가벼운 찰과상이 대여섯 개, 그리고.......
스팍은 찬물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짐승과 다름없었을 자신에게 온전히 몸을 내어준 커크가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홀로 방사능에 피폭되어 죽어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죽었다 살아났던 게 꼭 반 년 전인데. 왜 꼭 자신이 이런 꼴을 보게 하는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커크가 미웠다. 그 정도로 증오스럽고 사랑스러웠다.
스팍이 아기를 다루듯 조심조심 커크를 안았다.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팔을 간지럽혔다. 스팍은 옆에 떨어진 의료용 가운을 끌어당겨 커크에게 덮어주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셔틀에는 각종 의료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아마 다친 상처도 금방 치료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짐?"
작은 짐승이 머리를 디밀어 연인을 깨우는 것처럼, 스팍이 부드럽게 커크의 얼굴을 쓸었다. 어머니를 부를 때와 같이 잔잔한 목소리였다. 커크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그것을 본 스팍은 더 살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짐."
커크의 눈이 천천히 벌어졌다. 투명하고 깨끗한 바다가 보였다. 스팍은 그곳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게 커크와 관계를 할 때마다 불을 켜는 이유였달까. 사막과도 같은 불과 모래의 행성에서 자란 그에게 바다는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어딘가 낯선 세계, 그리고 아름다운 낙원. 빛이 가득한 그 바다를 보기 위해 스팍이 이마를 쓸어주자, 커크가 긴 숨을 내쉬었다.
"스팍......."
"응."
"...정말 죽는 줄 알았어."
스팍의 말문이 막혔다. 미안한 마음이 한껏 솟아올랐다. 폰 파는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여파가 여직 물결치는 바다처럼 남아 있었다. 그런 스팍을 보고 커크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치만 살아있잖아. 안 그래...?"
"...난 분명 논리적인 안을 제시했어. 그걸 자초한 건 너야. 짐."
"하여간 말을 해도......."
커크가 혀를 차며 웃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안아줘."
스팍이 바로, 하지만 다정하게 커크를 품에 안았다. 포대에 싸인 아기처럼 하얀 가운에 둘둘 감긴 커크는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겼다. 보드라운 커크의 머리칼이 스팍의 턱을 간지럽혔다. 스팍은 그게 싫지 않았다.
"...질투가 났었어."
"무슨?"
"네가 뉴 벌칸에 가서 만날 모든 다른 벌칸들에게."
"......."
"...네가 내가 아닌 다른 녀석을 안는다는 거."
커크의 고백 아닌 고백에 스팍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솔직한 말은 스팍에게도 생각할 여지를 남겨 주었다. 만약, 커크가 지구나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서 다른 인간을 만나겠다고 한다면? 결혼해서 후손을 남기겠다고 한다면?
논리적으로는 그의 의견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인 이야기였다. 자신이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꺼지지 않은 그의 감정이 이에 반기를 들었다. 스팍이 커크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제 이해할 수 있어."
"누구를?"
"내 아버지 사렉을."
커크가 작게 웃었다. 그걸 이제 알았어? 라는 웃음이었다. 스팍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어떻게 어머니를 벌칸으로 데려올 수 있었죠?'
'네 어머니를 사랑했으니까.'
스팍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커크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커크는 그의 입김이 간지러운지 꿈틀거렸지만, 싫지는 않은지 흐흥거리며 기분좋은 소리를 냈다. 통신기는 빽빽대며 그들의 이름을 불렀고 전면 패널에서는 우주가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불이 꺼진 자리에는 따스한 온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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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거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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