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제작될 주문 및 예약 게시판 페이지에서 양식에 맞춰 주문서(비밀글)를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성인 인증은 꼭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 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제가 철컹철컹(..) 이메일로 본인의 생년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주민등록증에서 나머지를 가리고 생년만 나오게 하는 등. 19금이므로 2014년 기준 96년생부터 가능합니다.
Dirty BlooD 3부는 어떤 방식으로 연재되나요?
▷ 1부, 2부와 마찬가지로 전체공개로 먼저 연재된 후 출간하게 되면 일부가 보호글로 변경됩니다.
온리전에도 못 가고 통판 배송비도 감당 안되는 해외러는 어쩌죠?
▷ 일단 본인/친구 집에 배송을 시킨 뒤, 한국에 들어와서 받아보시는 방법을 추천...합니다...ㅠㅠ
Dirty BlooD 왜 맨날 애매한 부분에서 끊어요? 절단신공이세요? 다음편 내놔
▷ 제 멱살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으아아 저도 다음편 보고 싶은데 제 손이 써야 볼 수 있어요..! 게으른 손을 주깁시다!
또다른 질문이 있어요. 어떻게 문의할 수 있을까요?
▷ 이 글에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kaellyur@gmail.com 로 보내주시면 신속정확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왜 2부는 통판만 하나요? 왜때문에?
▷ 애당초 1부만 출간할 계획이었습니다;ㅅ; 그러다 제가 2부에 손을 대고 어쩌다가 완결을 냈죠. 결국 1부와 2부를 동시에 만드는 게 독자 입장에서도 구매하기 편리할 거라는 생각에 소량 제작을 계획했던 겁니다. (제작 비용의 문제도 있고) 단,1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는 수요조사에서 2부 구매 의사가 10권 이상 나올 경우 2부도 통판+온리전에서 모두 판매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배송비를 아껴드리고픈 제 배려... 돋네... 돋으니까 돋움체에요.
▶ 2014년 1월 5일 ~ 1월 11일, 외국에 나가므로 답변을 드리지 못합니다. 11일에 뵈어요XD
Dirty BlooD(더티블러드)는 스타트렉 기반의 스팍X커크X칸우주급 삼각관계 치정극입니다.
더티블러드는 모다?
>롤러코스터입니다. 여러분의 멘탈을 들었다 놨다 하죠.
더티블러드는 모다??
>비빔밥입니다. SF와 앵슷과 스릴과 달달함이 버무려져 있죠. 아 배고프다.
<Dirty BlooD 1부>
● 요 약 - 엔터프라이즈의 5년 임무 중 펼쳐지는 칸, 스팍, 그리고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 종 류 - serious, angst
● 수 위 - 19금(adult only)
● 구 성 - 소설 + 삽화
● 내 용 - 온라인 연재분 + a
● 커플링 - 스팍X커크, 칸X커크
● 줄거리 - 되살아난 부작용으로 7일마다 칸의 혈청을 맞아야 살 수 있게 된 커크. 엔터프라이즈는 함장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칸을 깨워 함께 5년 임무를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커크는 자신이 칸과 같은 증강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급히 구금실에 있는 칸에게 내려가는데...
● 요 약 - 엔터프라이즈의 5년 임무 중 펼쳐지는 칸, 스팍, 그리고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 종 류 - serious, angst, thriller
● 수 위 - 19금(adult only)
● 구 성 - 소설
● 내 용 - 온라인 연재분 + a
● 커플링 - 스팍X커크, 칸X커크
● 줄거리 - 스팍의 도움으로 회복된 후에도 여전히 칸에게 유린당하는 악몽을 꾸는 커크. 커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 스팍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통신을 요청한다. 한편 칸은 커크의 부작용을 고치는 대가로 연구실에서 실험을 계속하고, 결국은 임상 테스트를 위해 커크를 불러내는데...
맥코이가 부러 세게 트라이코더를 그의 목에 들이밀었다. 커크가 아야야, 하고 엄살을 피웠다.
"의사로서의 세심함이라고 해줄래? 그리고 너 예수랑 하나도 안 닮았거든."
"부활했잖아!"
"그는 3일 만에 눈을 뜨셨고 네놈은 15일이나 걸렸지. 어차피 난 무신론자야.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어디보자. 악몽은 어때? 좀 나아졌어?"
트라이코더를 내려놓은 맥코이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커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맥코이는 팔짱을 낀 채 커크의 모든 행동을 주시했다. 슬슬 눈치를 보는 게 또 거짓말을 할 모양이었다.
"그게......."
"또 거짓말 하면 내 의사자격 전부 내놓고 엔터프라이즈에서 내릴거야."
못됐다, 커크가 눈을 크게 뜨며 불만을 토했다. 하지만 맥코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의사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정상적인 진단을 방해하는 일이었고, 이는 처방과 결부되어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또한 맥코이는 커크가 자신의 고통을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본인도 경험한 것이었기에 더욱 더.
파멜라나 자신 또한, 일이 생겼을 때 그때 그때 이야기했다면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작은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손대지 못할 큰 벽이 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사이를 영영 갈라놓았다. 아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맥코이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결국은 맥코이의 눈빛에 진 커크가 꼬리를 내렸다.
"또 꿨어."
"같은 내용?"
"응. 그런데 조금 달랐어."
"어떻게?"
커크는 그 꿈을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고민했다. 다시 생각해도 낯이 뜨거워졌다. 아, 젠장. 이게 뭐야. 쪽팔리게. 커크는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맥코이는 늘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꿈을 심리적으로 분석한다나 뭐라나. 외과의사가 심리학이라니 아주 유능하기 그지 없었다. 커크가 다시 망설였다.
"그게, 그가 나를 '가족'이라고 불렀는데...."
"계속해."
"되게 자극적으로 대하더니, 나머지는 똑같았어. 나를 협박하고 박아대고.... 알잖아. 트라우마로 이런 걸 계속 보는 거라며? 그런데 갈수록 감각이 명확해지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돼?"
스팍이 자르타클라 교도소에 도착해 죄수들을 인도하고 난 뒤에도 엔터프라이즈는 움직이지 못했다. 엔진 점검은 거의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조 동력 쪽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해 기술부원들이 모두 그리로 몰려갔기 때문이었다. 스콧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해들은 스팍은 결국 통신을 종료해버렸다.
스팍은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엔터프라이즈의 점검이 완료되는데 최소 4시간. 점검이 완료될 경우 이곳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시간. 총 5시간. 대신 이 교도소의 셔틀을 빌려타고 갈 경우 걸리는 시간은 순수하게 8시간. 중간에 점검을 완료한 엔터프라이즈가 나와 자신의 셔틀을 맞이한다면 약 5시간 20분이 걸리지만, 접촉 지점은 불안정한 별무리 지대이므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이 셔틀을 돌려주러 다시 이곳에 와야만 한다.
이곳에서 엔터프라이즈를 기다리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스팍은 허탈한 숨을 토해냈다.
그는 습관처럼 자신의 영혼을 더듬어 커크를 찾았다. 커크는 희미하고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스팍은 초조해졌다.
대체 왜, 커크는 타인과 관계를 한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왜 거부한 것일까. 그는 혹시 '일부러' 자신을 멀리 보낸 것이 아닐까?
아냐, 억측이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감정을 가라앉혀야 했다. 물론 가능성이 존재하나 그것 또한 차근차근 검증해보자. 스팍은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현실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가정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학자였다. 자신이 관찰한 객관적 사실(fact)만을 증거로 결과를 추론하는 벌칸이었다.
첫 번째 사실. 커크는 타인과 관계를 가졌다. 타인의 정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여자든, 남자든, 휴머노이드든. 그의 성향으로 볼 때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정확을 요하기 위해 규명이 필요하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두 번째 사실. 커크는 자신의 도움을 거절했다. 왜? 과학에서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나름대로의 이유는 차후에 그가 밝힐 것이다.
세 번째 사실. 커크와 자신은 본딩되어 있다. 하지만 커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본드. 커크는 그것을 몰랐다. 스팍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커크로부터 보다 분명한 정보를 확인해 사실을 확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리라.
스팍은 즉시 엔터프라이즈에 통신을 시도했다.
"엔터프라이즈. 여기는 스팍이다."
-
커크는 함장석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조금 전에 심하게 장난을 친 탓에 체코프는 반쯤 삐쳐 있었고, 술루는 자신의 시프트가 아니라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커크는 물끄러미 스팍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그의 텅 빈 자리가 웬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자리에 없으니까 더 보고 싶은걸.
커크에게 있어 스팍은 든든하고 능력 있는 부함장이었다. 또한 전장에 나가서 자신의 등을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이자 친구였고,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보여도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주변 사람을 (특히 자신을) 배려할 줄 아는 남자였다. 물론 그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측면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랬다. 커크는 그의 그런 측면을 그의 일부로써 존중했다. 커크는 그가 싫지 않았다.
"함장님. 자르타클라로부터의 통신입니다. 부함장님께서 개인 회선을 요청했습니다."
스팍이? 텔레파시라도 통했나? 커크가 반가운 얼굴로 손짓하자 우후라가 통신을 넘겼다.
"헤이, 스팍. 나 보고 싶었어(Did you miss me)?"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자신이었지만, 늘 그렇듯이 질문으로 상대방에게 인사하는 커크였다.
"함장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긴히' 얘기해봐."
"사적인 일입니다. 통신을 함교가 아닌 별개의 공간에서 할 것을 요청합니다."
마냥 웃던 커크가 입을 다물었다. 덜컥 불안해졌다. 저 벌칸에게 사적인 일이라면 틀림없이 '그 때'의 일일 것이고, 커크는 그 기억을 수면으로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 스팍이 왜 자꾸 그 일을 상기시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하면 안돼? 네가 그러니까 무섭다."
"그렇다면 제가 돌아간 뒤에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함장님. 한 가지 사실만 확인해 주십시오."
"뭘."
"약 10시간 전에 성관계를 가지셨습니까?"
커크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혹시 그의 통신을 누구라도 들었을까 싶어 커뮤니케이터를 쥐고 주변을 슬그머니 둘러보았다. 체코프는 별지도를 보고 있었고, 우후라는 다른 통신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크루들 또한 저마다 자기 일에 충실히 임하고 있었다.
커크는 결국 몸을 일으켜 터보 리프트로 향했다. 체코프를 불러 함장석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리프트 벽에 몸을 기댄 커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야??"
커크의 거친 반응에 스팍은 자신의 모든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느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커크는 그 사실을 부정했다. 사실은 두 개일 수 없었다: 팩트는 언제나 하나였다. 즉 가능성은 둘이었다. 자신이 옳고 커크가 틀렸든가, 커크가 옳고 자신이 틀렸든가. 스팍이 차분하려고 애쓰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이해합니다. 당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상대와 관계를 했든지-."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데? 너 혹시 나 감시해?"
커크가 답답하다는듯이 말해왔다. 스팍의 마음이 불안으로 차올랐다. 대화 중에 뭔가가 맞지 않고 삐그덕거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함장님? 저는 사실 확인을 하려던 것뿐입니다. 예와 아니오로 대답해주십시오."
맥코이의 말마따나 커크 스스로도 자신이 꿈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난 꿈이 명백히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도대체 스팍은 뭘 보고, 뭘 알고 이렇게 연락을 해온걸까?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날 감시하는 걸까?
커크는 떨리는 손을 들어 PADD를 확인했다. 혹시나 지난 일이 정말 꿈이 아니라면.... 현실이라면.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커크가 버튼 몇 개를 터치해 모니터실과 연결된 화면을 불러왔다. 칸의 감금실이 비쳤다. 칸은 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들이닥친 안도감에, 커크가 주르륵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야......."
그의 힘없는 목소리에 스팍이 주먹을 쥐었다. 거짓말이었다. 스팍은 두 번째 사실도 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함장님. 그렇다면 왜 그때 저의 도움을 거절하셨습니까?"
"무슨......."
"당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을 도와드리겠다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통해 그것을 해소했습니다. 왜입니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부족했습니까?"
커크 또한 스팍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뭐? 하고 되묻자, 스팍은 더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저는 안 되는지 질문하고 있는 겁니다."
"뭐가 안돼?"
"당신의 성욕을 해소하는 상대 말입니다."
미쳤어. 커크가 입을 벌렸다. 스팍이 지금 왜 그것에 집착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듯 자신을 추궁할 때마다, 그와 자신과의 거리가 급속도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커크는 먹먹한 목구멍에서 간신히 말을 끌어올렸다.
"괜찮다고 했잖아...!"
"다른 사람과 하지 마십시오.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안 했다고!!"
"거짓말 마십시오."
스팍의 단호한 말에 커크는 포기했다. 그리고 될 대로 대라 하고 내뱉어 버렸다.
"씨발, 그래. 했다. 했어."
스팍의 눈썹 끝이 치솟았다. 사실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해도 그가 이렇게 나오니 더없이 불쾌했다.
"칸이랑."
커크가 통신을 끊어버리는 것과 동시에, 스팍의 손에 있던 통신기가 부서졌다.
예수의 12제자 중 도마(Thomas). 부활한 예수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그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함. [본문으로]
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R(15세)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앵슷 주의, 키스 주의
한마디: 드디어 삼각관계가 시작되고 있어요
-
퍼뜩 정신이 들었다. 커크는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쿼터가 온통 어두웠다. 내가 언제 불을 껐던가? 아리송했다. 누워있던 커크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옆에 선 누군가가 그를 붙잡아 다시 눕혔다.
"본즈?"
커크가 물었지만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커크는 문득 온몸을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눈을 깜빡였다. 설마, 또 악몽이야? 그 잠깐 사이에 또 잠들어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지독하다.
커크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극한 긴장 때문에 지친 몸이 금방 잠들었을 테고, 또다시 악몽이 시작된 것일 터였다. 커크는 몰려오는 피곤과 절망감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제 좀 그만둬...."
그림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커크의 손목을 잡았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것이 보였다. 커크는 그 순간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고통에 놀라 신음을 뱉었다.
그때의 악몽과 똑같았다. 여러날의 악몽과 동일했다. 다시 회복되지 않는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자신을 유린하면서, 엔터프라이즈를 끝으로 몰아가는 꿈. 자신의 크루가 한 명 한 명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꿈. 칸은 정말이지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것이었다.
커크는 그에게 손을 잡힌 채 다시 중얼거렸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만둬...."
"무엇을?"
"이런 것. 모든 것. 뭐든지 할게.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서 나가버려...."
칸이 그의 손을 내려놓았다. 커크는 잠깐 안도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꿈들은 모두 그에게 고문과 같았다. 그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을 늘어놓는 것 뿐이었다. 반항을 해도 애원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 무자비한 칸 앞에서, 커크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보는 게 꿈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 꿈은 모든 것이 파괴되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기에.
"버티기 힘들어.... 제발."
"제임스 커크."
"제발."
칸이 손을 뻗었다. 커크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 손은 놀랍게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내 가족과 같아. 나에 의해 다시 살아났고 내 피로 살아가고 있지. 그리고 이젠 나와 동일하게 우월해. 내가 널 아끼지 않을 이유가 있나?"
"우으......."
의외의 말에 커크가 말을 멈췄다. 이건 다른 종류의 악몽인가? '가족'이라고? 칸이 다시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난 널 파괴하지 않아. 대신 하등한 것들을 말살하지."
안돼, 커크가 탄식하듯 토해냈다. 결국은 변하지 않았다. 결과는 모두의 죽음이었다. 견딜 수 없었던 커크는 몸을 일으켜 칸의 손에 매달렸다. 그의 손이 구세주라도 되는 것마냥, 붙들고 애원했다.
"죽이지 마. 아무도. 제발, 제발......."
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 커크는 정말이지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꿈이라 해도 반복된 실패와 절망과 슬픔은 자신을 심적으로 나약하게 만들었고, 절벽의 끝으로 몰아갔다. 커크는 자신이 어린아이와 같다고 느꼈다: 무력하고 무능했다. 커크는 칸의 손이 자신을 뿌리치는 것을 느끼고 다시금 절망했다. 그는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정말 뭐라도 할 수 있었다.
"쉬- 울지 마."
다정하면서도 칼날같이 단호한 목소리에 커크는 눈물을 삼켰다. 참으려고 애썼다. 무서웠고, 그저 무서웠다. 다시 칸의 손이 다가오자 커크는 목을 움츠리고 눈을 꽉 감았다. 그는 꿈 속에서 자신이 울 때마다 뺨을 올려붙이곤 했다.
"눈 떠."
그의 말에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게 설령 꿈이라 해도. 커크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칸의 손은 명백히 자신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하지만 커크는 그의 손이 언제 자신을 그대로 내칠지 몰라 두려워하며 떨었다.
칸이 그의 턱을 잡아 올렸다.
"방금 전에 '뭐든지 한다'고 했나?"
"응, 응. 그러니까 제발...."
"그럼 일어나."
커크가 힘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칸의 앞에 서자 칸이 말을 이었다.
"벗어."
그래, 어차피 다 꿈이니까. 커크는 기계적으로 그의 말에 따랐다. 셔츠를 벗으려는 찰나 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냐. 벗지 마."
커크는 그 말에도 순종했다. 그리고 칸이 손을 뻗어 자신을 끌어안아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렇게 행동했을 때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이미 절절하게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이 자신의 셔츠 속으로 들어와 가슴을 지분거려도, 자신의 등을 아프게 긁어내려도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다.
서서히 달아오른 칸이 자신을 벽으로 밀었다. 그가 자신에게 이를 들이댔을 때, 커크는 그가 자신을 더 쉽게 탐할 수 있도록 목을 기울여주기까지 했다. 커크 또한 칸의 애무에 자극받고 있었다. 이것은 기실 다른 악몽과는 달랐다. 그는 막무가내로 자신을 범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 커크는 그런 생각에 도달한 자기 자신에게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뭐지? 이것을 뭐라고 설명하지?
악몽의 결말이 달라졌다는 게 무슨 뜻이지?
"아......."
생각이 끊어진 커크가 결국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칸이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목에 잡아먹을듯이 키스를 퍼붓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그 좋다는 느낌에 다시 한 번 소름이 끼쳐서, 커크는 머리를 털었다.
하지만 안될 건 뭐야?
불쑥 솟아오른 생각에 꼬리를 물고 결정적인 생각이 이어졌다.
어차피 나는 깨끗하지 않잖아(already dirty).
무기력하게 떨어져 있던 커크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망설이던 손은 더없이 조심스럽게 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칸은 잠깐 놀란 듯 움직이지 않았으나 곧 커크가 인도하는 대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강하게 키스했다. 키스라는 것을 강약으로 따질 수 있다면, 그랬다. 그는 강하고 세게 커크의 입을 침략했다.
그의 혀가 커크의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내밀하게 긁어냈다. 어쩔 줄 모르고 굳어있는 커크의 혀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어울려 춤을 추듯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는 입술을 빨아당기고 깨물어서 커크가 멀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칸은 숨이 막힐 때까지 그의 입을 삼키고 또 삼켰다. 한참이나 굶주렸던 것처럼.
틈 없이 밀착된 두 남자의 다리가 끊임없이 서로를 파고들었다. 서서히 달라붙는, 비비는, 피어오르는 그것에 커크는 도무지 아찔함을 견딜 수 없었다. 꿈이라기엔 너무도 강렬했다. 반쯤 이성이 날아간 커크가 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칸은 멈추지 않았다.
종국에는 호흡이 가빠진 커크가 간신히 그를 떼어내고 입을 열었다.
"하아, 칸, 칸......."
"왜."
"이거, 전부 다 꿈이지...?"
칸이 다시 입을 맞춰오며 속삭였다.
"그래. 꿈이야."
-
자르타클라 교도소로 가는 여정은 지난했다. 범죄자들은 기절한 채 창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엔터프라이즈의 보안 요원 두 명은 심심한지 셔틀 내부를 둘러보다가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스팍은 커크를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잘 참아내고 있었다.
그는 사실 요 며칠 사이에 본딩된 커크로부터 들어오는 감정이나 감각을 조절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았다. 자신이 커크 앞에서 비논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그러한 노력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사건이 만약 임무 중에 발생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따라서 본드의 영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더라도 (게다가 그는 벌칸이기에 정신적인 측면은 인간인 커크보다 훨씬 예민했다) 적응하거나 무뎌지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커크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을 구분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했다. 스팍은 그가 수면할 때마다 절망과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브릿지에서는 다소 즐거웠고, 식사 시간에는 약간 우울했다. 이러한 것들을 절대적인 수치로 계량화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스팍은 현 시점에서 당혹스러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커크로부터 전해지는 느낌은 '쾌감'이었다. 스팍은 낯선 이 감각에 놀라 온 신경을 곤두세우려 했지만, 곧 자신이 임무 중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임무 중에 정신이 팔리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스팍은 인내심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엔터프라이즈에 통신을 보냈다.
"여기는 스팍. 엔터프라이즈, 응답하라."
술루의 답신이 왔다.
"여기는 엔터프라이즈. 말씀하시길."
"현재 순항중이다. 4시간 뒤면 자르타클라 교도소에 도착한다. 함장님은?"
"피로하다며 들어가셨습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습니까, 부함장님?"
"부정한다(Negative). 프로토콜대로 다시 연락하겠다."
통신을 끊고 스팍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수면 상태에 들어간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이 패턴은 뭐지? 스팍은 궁금증을 키워갔다. 커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그는 마뜩찮았다. 엔터프라이즈가 자신을 데리러 오는 것을 기다리느니 최대한 빨리 셔틀을 구해서 돌아가리라. 그리고 확인하리라. 다만 지금은 임무에 집중해야 할 때다.
스팍이 결심하고 마음을 비우려던 찰나에 다시 통신이 들어왔다.
"스팍이다. 그쪽 신원을 밝히도록."
"여기는 맥코이다. 스팍, 혹시 짐한테 연락 받았어?"
커크의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스팍은 다시금 머릿속이 온통 커크에 대한 생각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부정한다. 무슨 일이지?"
"임상 테스트를 한 지 딱 148시간이 지났는데, 짐 이 자식이 자기 쿼터에 콕 박혀있겠다고 했거든."
그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세상에! 스팍은 조종간을 힘주어 잡았다. 임상 테스트, 그 결과에 따라 칸의 처리가 결정되는데. 어떻게 그것을 잊고 있을 수가 있지? 스팍은 자기 자신에게 제정신이냐고 묻고 싶었다.
"닥터. 그에게 가서 확인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렇잖아도 지금 연락중인-. 어. 메세지가 왔는데......."
뭔가 삐빅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맥코이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스팍은 그를 다그쳤다.
"뭐라고 왔지?"
"'치료되었다'? 이렇게만 왔는데. 정말 완전히 나은 건가?"
"닥터 맥코이. 직접 가서 확인할 것을 요청한다. 제대로 치료되었다면 당장 칸을 붙잡아 넣어."
"그건 곤란해. 완전히 치료되었는지도 알 수 없고, 만약 이게 주기만 늘어나거나 다른 부작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칸은 지금 이 상태로 놔둬야 해."
"그러니까 지금 가서 확인할 것을 요청......."
스팍은 그 순간 자신의 정신에 들이닥친 감각에 하마터면 조종간을 놓칠 뻔했다. 그리고 그 감각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감각과 대조한 스팍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각은 약 4주 전 그와 잤을 때 느꼈던 그것과 동일했다. 틀릴 리가 없었다.
"스팍? 상황 발생인가? 무슨 일이야?"
"확인은....... 메세지 발신이 가능한 정도라면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함장님께서 다시 연락하실 때까지 기다려. 이곳은 문제없다. 통신을 종료한다."
스팍은 그 순간 이성적으로 그가 성관계 중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될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자신의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성과 감정이 양립했다. 당장에라도 조종간을 돌려 엔터프라이즈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속으로 강렬한 질문과 생각을 던졌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명백한 증거였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를 추궁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함장님. 제임스 커크. 짐. 지금 다른 상대와 관계중인 겁니까? 제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제 도움은 거절했으면서? 당신이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건 곤란하군요. 저와 본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당신의 쾌감이 제게 전달되어 오는 데다가,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확률이 50%를 넘어가는 현재 질투라는 감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팍이 조종간을 부서져라 쥐었다. 이따위 임무에 나오는 게 아니었다. 아니, 커크를 눈에서 떼어놓는 게 아니었다.
요약: 엔터프라이즈에 구금된 채로 5년 임무에 함께하는 칸, 그리고 스팍과 커크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
수위: R(15세)
커플링: 스팍커크, 칸커크, 스팍커크칸(?)
주의: 다크니스 스포주의, 앵슷 주의, 근거없는 임무 주의
한마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 좀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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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테스트를 한 후로 6일이 지났다. 그동안 엔터프라이즈는 커크의 주도 하에 성공적으로 한 행성의 탐사를 마쳤고, 한 행성의 멸망을 구했으며, 한 행성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십억 개의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우주는 지구를 닮아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듯이 별 또한 태어나서 죽어갔다. 그 수많은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이 바로 엔터프라이즈의 일이었다.
함장 일지를 기록한 커크는 팔을 쭉 뻗었다. 불안의 씨앗이 슬그머니 싹을 틔우려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최초의 '부활' 이후, 그의 삶은 7일을 주기로 탄생과 죽음을 반복해왔다: 두 번째 기회의 대가는 그만큼 혹독했다. 맥코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의 임상 테스트의 결과 또한 7일째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결과는 기대하지 말라 했다. 커크는 벌칸이 아니었기에 정확한 확률을 계산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는 알았다. 낫거나, 낫지 않거나였다. 낫는다면 칸을 다시 냉동시켜 창고에 처넣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었고, 낫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삶과 다를 바 없이 7일마다의 시한부 삶을 영위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불안했다.
악몽의 그림자가 그의 발밑에서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녔다. 그 꿈이 현실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칸이라는 이름의 블랙홀에 삼켜지는 엔터프라이즈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게 커크의 악몽이 끝나지 않은 이유였다. 커크는 여전히 칸의 꿈을 꿨다. 그에게 삼켜지고 짓밟히는 꿈을. 스팍의 따스한 위로도 그것을 물리치진 못했다.
"그러니까 함장님, 점검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시간만 주셔. 누누히 말했지만 우리 아가씨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수? 증말 함장님은 말이요, 내가 엔터프라이즈에 있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한다 이 말씀이요. 이 엔티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도 어? 아주 그냥 막 때 빼고 광 내고 선 보러 나온 아가씨처럼 말끔하게 겉부터 속까지 싸악 정비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몇이나 있겄어? 그것도 하루 내에? 어? 동의하쥬?"
커크는 스콧의 통신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정말로 이런 소소한 것들이 행복하고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하루를 빛과 어둠으로 분절하여 살고 있는 듯했다. 혹은, 삶과 죽음으로.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 더 즐겁게 웃고 행복하게 지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커크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절대적으로 동의해. 그러니까 스카티, 이렇게 기도하라고. 엔진 점검 중에 절체절명의 긴급 구조요청 신호 같은 걸 받지 않도록 말야. 그리고 난 결혼 전야의 신부님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첫날밤 기대해도 돼?"
"말도 마슈. 화끈쌔끈불끈하게 해드릴 테니까."
"마음에 든다. 당장 시작해."
커크는 통신을 종료하고 함장석에 기댔다. 엔터프라이즈는 소행성의 바다 건너 별의 잔해가 뿌려진 우주 한 구석에 정지해 있는 상태였다. 우주는 물리적인 바다가 아닌 탓에 해류가 흐르지 않았지만, 커크는 모든 엔진을 끄고 우주 공간에 두둥실 떠 있는 것이 마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는 해수욕을 특히 좋아했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비우고 물 위에 떠 있으면 파도가 자신을 쓰다듬곤 했다. 그들은 친근했고, 다정했다. 언제고 임무 중에 수영을 할 수 있는 행성에 가면 좋겠다. 커크는 막연히 바다를 그렸다.
스팍은 그런 커크를 바라보며 함께 바다에 대한 생각을 했다. 바다, 큰 물, 무질서하고 규정되지 않은 혼란의 집합. 스팍이 나고 자란 벌칸은 혹독하고 뜨거운 행성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광막한 대지와 붉은 사막뿐이어서, 눈씻고 찾아봐도 바다 따위는 없는 세계였다. 스타플릿에 근무하며 지구의 바다에 가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스팍은 바다를 봄으로써 얻을 효용이 없다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스팍은 바다를 보고 싶었다. 커크가 원하는 바다란 어떤 곳일까. 어떤 느낌일까. 그가 느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었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날 이후로 스팍과 커크의 관계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스팍은 아직까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커크가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질투'라는 감정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아 우정보다는 사랑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그것이 '본드'로 인해 증폭된 효과에 불과하다면? 커크는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그 사실을 고한다면? 현재까지 그들이 가졌던 관계조차 어그러질 수 있었다.
위험 부담이 크다. 스팍은 그렇게 판단했다. 더군다나 커크는 칸, 부작용, 연이은 사건으로 인해 예민한 상태였다. 거기에 자신까지 고민거리로 떠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스팍은 자신이 인간보다 훨씬 인내심이 강하고 절제할 수 있는 벌칸이란 사실에 감사했다.
"함장님."
우후라가 커크를 돌아보았다. 생각 속의 바다를 수영하던 커크가 멍하니 대답했다.
"어?"
"근처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시그널을 잡았습니다."
"꼭 이런 식이지."
점검 시작한지 10분도 안 됐는데 도움 요청? 영화도 이것보단 낫겠다. 투덜거리던 커크가 목소리를 높였다.
"발신자의 소속과 요청 내용은?"
우후라가 집중하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이런 일에 아주 탁월했고 그만큼 함장의 명령에도 빨리 대답할 수 있었다. 시그널 감도를 조정한 우후라가 확신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르타클라 교도소장으로부터의 요청입니다. 수감 예정인 범죄자들을 호송 중에 셔틀을 탈취당했다고 하는군요."
"셔틀을?"
커크가 턱을 긁적이며 고민했다. 지금 막 점검에 들어간 엔터프라이즈는 모든 엔진이 정지되어 이동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셔틀들은 사출구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었고 더러는 고속 워프가 가능한 신형 셔틀도 있었다.
"셔틀 대 셔틀로 한 판 떠보자고. 호송용이라면 공격과 방어 장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을 거야. 우리도 페이저 챙겨서 간다. 셔틀 두 대에 백병전 가능한 크루들 세 명씩 선별해서 덱4로 보내. 나도 간다."
커크의 말이 끝나자 스팍이 벌떡 일어서서 다가왔다. 커크가 히죽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잘 지키고 있어."
"아뇨. 제가 갑니다."
"그럼 같이 가."
"안됩니다. 함장님은 지난 임무에서 돌아오신지 8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팍의 말에 커크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내 엉덩이가 좀 가볍거든. 아니, 그보다 너 내 운전 솜씨 기억 안나? 기막히게 멋졌잖아!"
"쉬십시오. 함장님의 안위를 고려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때 스팍의 마음을 확인한 탓인지 그의 말이 그렇게 고깝게 들리지는 않았다.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던 그 말의 확장이겠지. 커크는 부끄러운 마음에 괜시리 스팍의 시선을 피하며 턱을 긁었다.
"생각해주니 고맙긴 한데......."
"그럼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
술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코프는 당황한 눈으로 그를 곁눈질했다. 술루를 따라 일어설까 말까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커크는 체코프가 결심하기 전에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브릿지에 그마저 없으면 굉장히 심심할 터였다.
"물론! 둘이라면 믿을 수 있지. 무사히 다녀와. 다쳐서 오면 징계 먹일거야."
"함장님. 규정상 부상은 징계 항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내가 5초 전에 신설했어. 행운을 빈다."
터보 리프트 앞에서 커크가 웃으며 그들을 전송했다. 스팍과 술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프트의 문이 닫혔다.
간단히 끝날 줄 알았던 그 임무가 또다른 문제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
"셔틀에 있던 간수들이 모두 죽었다고?"
커크의 질문에 스팍이 다시 답했다.
"예. 그래서 현재 다섯 명의 범죄자들을 교도소로 인도할 방법을 모색중입니다."
"니요타, 교도소장으로부터의 답신은?"
"현재 워프 가능한 셔틀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을 보낼 수 없다는 뜻이네. 뭐 어쩔 수 없지."
터보 리프트가 열리며 술루가 들어왔다. 커크는 한 손에 커뮤니케이터를 든 채로 다른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했다. 그가 타고 나갔던 셔틀의 다른 크루들 또한 모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커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팍, 수고스럽겠지만 네가 그 셔틀을 몰아서 교도소까지 가줘야겠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이 셔틀의 워프 최대속도와 거리를 계산했을 때 약 8시간 걸립니다."
"생각보다 머네. 추가로 필요한 건?"
"제가 이 셔틀을 운전해서 가면 다시 엔터프라이즈에 돌아올 방법이 전무합니다."
스팍의 말에 커크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 엔터프라이즈가 너를 데리러 갈게."
-
스팍은 교도소에 범죄자들을 인도하러 떠났고, 엔진 점검은 11시간 뒤면 끝날 예정이었다. 커크가 스콧을 닦달한 덕분에 그것도 두 시간이 줄어든 것이었다. 모든 게 평소와 같았고 별다른 문제 없이 흘러갔다. 커크의 7일 주기를 셈하는 시계가 1시간이 남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커크는 그 기다림의 불안함을 견딜 수 없어 자신의 쿼터로 향했다. 거기까지 부득불 쫓아오겠다던 맥코이는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겠다며 메디컬 베이로 쫓아보낸 참이었다. 만약에 대비해 칸의 혈청이 담긴 하이포도 탁상 곁에 놓여 있었다. 낫거나, 낫지 않거나, 그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커크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준비를 해두면 그 긴장도 조금은 줄어들곤 했다.
"스팍이 같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커크는 침대에 앉아 다리를 끌어당겼다. 자신을 중요히 여기는 사람이 한 명이나마 있다는 것으로도 기뻤다. 그렇게 말해줬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러니까, 커크도 사실은 스팍이 소중하고 좋았다. 가끔은 말이 안 통하는 게 답답했지만, 마냥 좋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였다. 본즈와는 달랐지만, 어쨌든 둘 모두 소중했다. 커크는 그렇게 스팍의 이름을 중얼거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